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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룡과강(猛龍跨江) 맹룡과강(猛龍跨江)이라는 말이 있다. 맹룡이 아니면 강을 건너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맹룡이 네 마리씩이나 나타났다면 진주 언가의 호법원주이자 가문에서 세손가락 안에 꼽히는 무공을 지닌 단장신권 언중호의 백염이 부르르 떨렸다. ‘가히 천외천의 인물들이로다. 과거에 보았던 무림맹주와 견주어도 조금도 못하지 않구나. 어디서 이런 인물들이 네 명씩이나 나타났단 말인가…?’ 그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가 어려운 일이었다. 대문파의 수장이 되어도 모자랄 사람들이 네 명씩이나 무리를 이루어 그가 곁에 있는 노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찬가지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는데 얼굴 전체에 주름이 가득하여 호법원주인 단장신권 언중호가 무척 공경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저들의 무공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오늘 이 싸움의 결과가 어찌되었던 본가는 앞으로 수십 년간 강호에 나서기가 어려울 듯 합니다.”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가주 언철심에게 비교적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주는 잠시 이쪽으로 오시게.” 막 수라마왕등을 향해 달려들려던 폭풍신권 언철심은 눈앞에 적을 둔 상황에서 머뭇거리는 원로고수들에게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큰 숙부님.” 주름이 가득한 노안의 노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내 보아하니 오늘의 일전은 피하기 어렵게 되었소, 가주. 하지만 상대가 너무도 막강하니 이들을 물리치자면 본가로서도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외다.” 그의 말에 가주 언철심은 미간을 찌푸렸다. 네 명의 마두들이 비록 대단하다고 할지라도 세가의 고수들이 모두 모였는데 어찌 ‘상대는 고작 넷이다. 신이 아닌 이상 어찌 우리 모두를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때 권치 언중강이 다시 말했다. “가주. 오늘의 이 대국을 주제함에 있어 결코 감정이 앞서서는 아니 될 것이오. 그러니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소? 언철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권치 언중강이 다시 입을 열었다. “두말할 필요 없소, 가주. 오늘 일은 이 숙부들에게 맡기도록 하시게.” 말을 마친 그는 곁에 있던 일곱 명의 원로고수들을 둘러보았다. 원로고수들은 언중강과 눈이 마주치자 모두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폭풍신권 언철심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수뇌부들과 함께 뒤로 물러섰다. “수라검문의 고인이신 듯 한데, 그 마음은 이해가 가나 아이들에게 손을 너무 심하게 쓰신 것 같소.” 수라마왕이 으스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는 누구냐?” 대뜸 튀어나온 하대에 언중강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노부는 언중강이라 하오. 헌데 그쪽은…?” 수라마왕은 대답대신 냉소를 쳤다. “흥! 분뢰수(奮雷手)라 불렸던 아이로구나.” 순간 언중강은 두 눈이 튀어나올 듯 놀랐다. 분뢰수라면 자신이 약관을 막 벗어났을 무렵 불렸던 명호가 아닌가. 당시 언중강은 산서 무림의 청년고수들 중에서는 최고로 꼽히고 있었기에 수라검문주였던 수라마왕이 그의 이름을 듣고는 즉시 알아보았던 것이다. ‘나, 나보다 한 세대 전이라면…….’ 권치 언중강은 수라검문의 전대고수들 중, 살아남은 이들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상기했다. 과거 자신들의 손으로 그들을 하나하나씩 친히 죽이지 않았던가. ‘지금 저 정도의 무위를 갖추었다면 그때도 대단한 고수였음이 분명하리라. 하지만 수라검문의 고수급 인물들은 모두 죽지 않았던가…….’ 그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돌연 뭔가 생각나기라도 한 듯 두 눈을 번쩍 떴다. 신음성처럼 떨리는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서, 설마 지옥마검(地獄魔劍)…?” 지옥마검 사인후. 이것이 바로 수라마왕이 강호에서 활동할 당시의 명호였다. 수라마왕이 두 눈에 이채를 띠었다. “아직까지 노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구나. 그래. 본좌가 바로 지옥마검이다.” 가주 언철심을 비롯한 언가의 무인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수라마왕이 바로 과거 수라검문의 문주로 있다가 당시 지옥마검 사인후는 산서성 제일고수로 알려졌고, 따라서 그가 온전히 문주직을 수행하고 있었더라면 언가가 수라검문을 칠 생각은 아예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따지고 보면 수라검문의 멸문은 지옥마검 사인후의 갑작스러운 실종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랬구료. 당신이 그였다니…….” 수라마왕이 분노를 담은 눈길로 가주 언철심과 수뇌부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노부의 손속이 잔인하다고 탓하지 말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검에서 붉은 검광이 솟구쳤다. 세 자에 육박하는 길이의 검강이었다. 이 모습을 본 언가의 무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붉게 타오르는 검강만 보아도 도무지 덤빌 엄두가 나지 않는데, “잠깐만 기다려 주시오!” 수라마왕의 검에서 솟구쳤던 검강이 눈에 띠게 줄었다. “아직까지 할 말이 남았느냐?”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라마왕이 노갈을 터뜨렸다. “닥쳐라! 네놈들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 본문의 무공을 훔쳐가기 위해 후손들을 모두 죽였다는 사실을 내 모를 줄 알았더냐?” 수라마왕의 말에 언중강등 원로들은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비록 자신들은 반대하였다고는 하나 가주가 직권을 이용해 저지른 일에 대해 “용서하시오. 그 모두가 우리 원로들이 부덕한 소치외다.” 순간 물러나 있던 언가의 무인들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주를 바라보았고, 언철심은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언중강을 향해 소리쳤다. “숙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권치 언중강이 가주를 향해 소리쳤다. “닥쳐라!” 가주 언철심은 말을 더듬었다. 아무리 세가의 가장 큰 어른이라고는 하나 가문의 수장인 자신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이었던 것이다. 언가의 제자들 모두 굳은 표정으로 가주와 권치 언중강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강적을 앞에 두고 힘을 합쳐도 이길까 말까한 “가주는 작금이 이 사태가 누구 때문에 야기되었는지 모른단 말인가? 내 직접 조목조목 이야기 해 주어야 알아듣겠는가?” 가주 언철심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이러다가 가주자리를 지키는 건 고사하고 잘못하면 가문의 반도로 낙인찍혀 가주 언철심이 즉시 원로고수들에게 다가갔다. 언가의 무인들이 일순 긴장했고, 원로고수들도 안색을 굳혔다. “숙부님. 잘못했습니다. 본가의 힘을 더욱 강하게 키우겠다는 욕심이 앞서…….” 언가의 제자들은 언철심의 말을 듣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결국 그가 수라검문의 무공을 훔치기 위해 원로고수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가 이처럼 순순히 고개를 숙이자 다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의 이 일만 해결된다면 그동안 제가 잘못했던 부분을 모두 밝힘은 물론, 가주직도 승계토록 하겠습니다.” 원로고수들은 한동안 언철심을 바라보기만 했는데, 침울한 그의 표정을 보니 거짓은 아닌 듯 느껴졌다. “가주. 그 마음을 내 모르는 바는 아니오. 하지만 과정이 잘못되었다면 결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그건 마도에 지나지 않소이다. 말을 마친 언중강이 이번에는 그를 이끌고 수라마왕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언중강은 마치 수라마왕이 가만히 있을 것이란 걸 알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 전혀 거리낌 없이 말했다. “가주. 여기 사선배에게 사과를 하도록 하시오.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사과부터 하는 게 옳소.” 그의 말에 따라 언철심이 즉시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사선배. 제가 잘못했소. 용서해 주시오.” 이 모습을 본 언가의 제자들 모두 경악했다. 가주가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세가 전체가 그에게 무릎을 꿇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모두들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주먹을 불끈 쥐었다. 차라리 싸우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모습을 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가주! 안됩니다.” 몇몇 제자들이 분에 못 이겨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모두 치욕스러우냐? 그럴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일이라면 용서를 빌어야…….” 언중강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안색을 회복한 후 수라마왕에게 말했다. “사선배. 본가의 가주께서 친히 무릎을 꿇었소이다. 비록 선배의 후손들의 억울한 죽음에 비한다면 사소한 것이기는 하나 권치 언중강은 말을 마치자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그는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후손들을 생각했다. 자신이 아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지만 얼굴도 보지 못한 이들도 많았으리라. 아니 마성에 빠질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수라혈검의 진정한 오의가 집약된 후삼초를 그들에게 전해주었다면 최소한 남의 수라마왕은 과거에 알았던 모든 얼굴들이 순간적으로 눈앞에 스쳐 지나는 것을 보았다. 그리운 얼굴들이었지만 이제는 모두 부질없었다. 그는 한가지 중요한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언가의 무인들 모두를 죽이더라도 그들을 되살리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휴!” 긴 한숨이 그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수라마왕은 자신 앞에 허리를 숙이고 있는 언가의 가주와 노영웅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들이 부러웠다. 최소한 그들에게는 “사선배. 우리들의 사과를 받아들이시겠소?” 수라마왕이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사과는 받아들이마. 하지만 복수를 하지 않을 수는 없구나. 지하에 잠든 문도들의 흐느낌을 그대들의 피로 달래주어야겠다.” 그의 말에 권치 언중강의 안색이 다소 밝아졌다. 이후의 싸움이 어떻게 전개되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를지는 모르지만 피해 “좋습니다. 우리가 잘못했던 일은 사과를 했고, 이를 사선배께서 받아들이셨으니 이제는 싸우는 일만 남았구료.” 그가 수라마왕에게 포권을 한 후, 동료들에게 돌아가려는 순간 갑자기 가주 언철심의 주먹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고, 두 사람의 등에 가려져 있었기에 언가의 무인들은 이러한 상황을 볼 수가 없었다. 중단전에 일격을 맞은 수라마왕이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고, 언철심의 어깨에서 피가 튀었다. 언가의 무인들이 보기에는 갑자기 수 권치 언중강이 경악에 찬 표정으로 언철심을 바라보았다. “가주!” 그때 삼장을 격하고 순식간에 달려온 비천마왕이 수라마왕을 안아들었고, 거의 동시에 혼세마왕의 적양멸천장이 밀어닥쳤다. 용암처럼 뜨거운 경력이 두 사람을 집어삼킬 듯 몰려왔지만 권치 언중강은 언가 제일의 고수답게 즉시 내공을 끌어올려 두 주먹에 경력을 끌어 모았다. “숙부. 조심하세요!” 그가 마치 언중강을 구하기라도 하려는 듯 등을 슬쩍 미는 것이었다. 언가의 무인들의 눈에는 가주가 목숨을 걸고 숙부를 구하는 듯 보였지만 언중강의 동작이 그대로 얼어붙은 듯 멈추었고, 곧이어 적양멸천장이 그의 가슴에 작열했다. 푸악! 뜨거운 기운과 함께 언중강의 가슴이 반이나 녹아버렸다. “숙부님!” 언중강 뒤에 교묘히 숨어들며 적양멸천장을 피한 언철심이 목이 터져라 외치며 그를 안고는 뒤로 신형을 날렸다. 원로고수들이 즉시 나서서 권경을 발출해 언철심의 앞으로 가로막았지만 더 이상 날아온 장력은 없었다. 혼세마왕도 수라마왕의 수라마왕은 그 자리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는데 얼굴이 붉게 상기되더니 갑자기 검붉은 피를 맹렬히 토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혼세마왕등은 의외로 안도하는 듯 한 표정을 지었다. 수라마왕이 토해낸 피의 색으로 보아 내상으로 생긴 “휴!” 가벼운 한숨과 함께 탁한 기운을 뽑아낸 수라마왕이 눈을 떴다. 동시에 무시무시한 살기가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왔다. “언철심 이놈!” 혼세마왕등도 두 눈 가득 분노를 담고 언가의 무인들을 노려보았다. 언철심이 언중강을 부둥켜안으며 울부짖었다. “숙부님! 크흑!” 그야말로 부모형제가 죽었어도 더 슬퍼할 수 없을 정도라 언가의 모든 가솔들은 깊은 슬픔과 함께 분노를 느꼈다. 원로들과 수뇌부들이 가장 먼저 분노를 떨쳐냈다. “와!” 동시에 언가의 제자들 백여 명이 한꺼번에 함성을 지르며 수라마왕등에게 달려들었는데, 이들 모두 어린시절부터 기초를 철저히 다지고 하지만 산서성 제일의 세가라는 진주 언가 전체의 전력이 동시에 달려들고 있음에도 수라마왕등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비천마왕의 신형이 수십 개의 잔영을 남긴 채 허공으로 흩어졌고, 진녹색의 독장이 만독혈왕의 두 손 주위에서 안개처럼 퍼져나갔다. 언가의 무인들과 가장 먼저 충돌한 사람은 비천마왕이었다. 그는 몸을 바람개비처럼 회전시키며 정면으로 다가드는 언가의 무인들을 쓸어 찼다. 순식간에 서너명의 무인들이 그에게 얻어맞아 널브러졌는데, 누군가 각영(脚影)의 중심으로 뛰어들어 이를 피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두 팔을 교묘히 뻗어 반격을 가하기까지 했는데 그 경력이 워낙 강력해 비천마왕으로서도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즉시 신형을 멈추어야 했다. 비천마왕이 그를 살펴보니 안색이 대추처럼 붉고, 매부리코를 가진 위맹한 인상의 노인이었다. 바로 언가의 원로들 중 한명으로 비천마왕은 그가 정면으로 달려들며 우권을 뻗어내는 것을 보았다. 조금의 변화도 가미되지 않은, 정직한 일권이었다. ‘대단하구나!’ 금마동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어 초절정의 반열에 올라선 비천마왕조차 감탄할만한 내공이었다. 옛날 같았으면 신법에 의지해 일단 피하고 볼 일이었으나 내공에 있어서도 큰 성취가 있었기에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비천마왕이 가볍게 냉소를 친 후, 권경을 향해 정면으로 장력을 쳐냈다. 비천마왕이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다시 장을 쳐내 이를 막아내었지만 두 걸음 더 뒤로 밀려나 버렸다. “서, 설마 세 번 연속으로…?” 그의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대춧빛을 띤 대마권 언중현의 얼굴이 피처럼 붉게 상기되는 순간 원호를 그린 우권이 힘차게 앞으로 뻗어 나왔다. 우웅! 마치 공간이 짜부라드는 듯한 압박감이 비천마왕을 향해 몰려갔다. 비천마왕은 기겁을 하고 옆으로 신형을 날렸다. 비천마왕은 그의 권경이 스치며 지나간 왼팔의 피부가 따끔거리는 것을 느꼈다. 기공으로 보호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 감탄이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경지에 이른 현문정종내공의 위력은 제 아무리 대단한 마공을 익혀도 따라가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쯧쯧, 무슨 곰 두 마리가 싸우는 것 같군, 그래. 그래가지고서야 힘센 놈이 이기는 게 당연하…, 헉!” 혼세마왕이 갑자기 말을 하다말고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비천마왕은 이번에는 정면으로 그 권경을 막지 않았다. 그는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경력의 미세한 단락 사이를 파고 들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정확하고 절묘했는지 상대의 권경을 타고 흐른다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였다. 권을 쳐낸 대마권 언중현은 점차 확대되어오는 비천마왕의 얼굴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언가의 빠직!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언중현의 얼굴이 기괴하게 짜부라졌다. 동시에 그의 칠공에서 붉은 피가 분출했고, 언중현은 그대로 쓰러져 죽어버렸다. “숙부님!” 여기저기서 피를 토하듯 울부짖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수많은 분노의 주먹이 비천마왕을 향해 뻗어나갔다. 하지만 비천마왕은 다시 그림자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곧이어 그림자가 된 비천마왕이 스쳐 지나가는 곳곳에서 격타음과 함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언가의 고수들은 필사적으로 그를 따라잡으려 한편 혼세마왕은 원로고수 한 명과 몇몇의 수뇌부들에게 둘러싸여 협공을 받고 있었는데, 그가 전력을 다하지 않아서인지 그런데 언가의 고수급 인물들이 가장 많이 달라붙은 사람은 바로 만독혈왕이었다. 원로고수 네 명과 일곱 명의 장년인들이 만독혈왕은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는데, 그의 주위에는 핏물이 질펀하게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멋모르고 그에게 달려들던 하지만 언가 내에서 가장 치열하고, 혈향이 물씬 풍기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바로 수라마왕과 가주 언철심이 이끄는 그로부터 약 일각의 시간이 흘렀고, 근 이십여 명의 언가 고수들이 도륙당하고 난 뒤 언철심과 수뇌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두들 물러서라.” 그의 명에 따라 살아남은 스무명 가량의 제자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뒤로 물러섰다. 그들 모두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수라마왕은 검을 아래로 내려뜨린 채 두 눈을 감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그의 신형이 좌우로 조금씩 흔들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수라마왕을 지켜보던 가주 언철심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후후, 내가 속을 줄 아느냐? 예전에 수라검문주를 처치할 때도 지금의 상황과 비슷했지. 그때는 겁도 없이 달려들다가 폭풍신권 언철심이 수뇌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수뇌급 고수들 다섯 명이 일제히 나섰다. 그들은 즉시 수라마왕을 포위하고는 그들 중 누군가가 언철심을 슬쩍 쳐다보았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곧이어 언철심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폭풍신권 언철심은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상황이 언가의 고수들에게 훨씬 유리해 보였지만, 그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저것이다!” 폭풍신권 언철심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수십 년 전, 언가의 후기지수들로 구성된 언가18위의 한 사람으로서 잠시 후, 혈광이 걷히고 장내의 상황이 드러났는데, 놀랍게도 언가의 수뇌부들 다섯 명 모두가 피바다에 누워 있었다. 수라마왕이 크게 한번 휘청거리더니 한쪽 무릎을 꿇음과 동시에 검을 땅에 박아 넣었다. 그는 간신히 검에 지탱해 쓰러지지 않았을 뿐 언철심이 손짓을 하자 수많은 언가의 제자들이 다시 수라마왕을 포위했는데, 조금 전 그 무서운 수라혈검법의 위력을 보고도 “쳐라!” 언철심의 명에 따라 십여 명의 언가 무인들이 수라마왕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며 권을 뻗어냈다. 하지만 혼세마왕등이 이 모습을 비천마왕은 그를 대충 바닥에 내팽개친 후 다시 신형을 날렸다. 파바바밧! 연이언 격타음과 비명이 울려퍼졌고, 수라마왕을 향해 달려들던 언가의 무인들 모두 부상을 입은 채 물러났다. 가주 언철심이 안색을 찌푸리며 원로고수들을 둘러보았다. 원로고수들은 언중강을 포함해 두 명이 죽어 다섯 명 밖에 남지 않았는데 ‘쓸모없는 노친네들……. 고작 두 놈도 막지 못해 길을 열어주다니…….’ 그로서는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수라마왕만은 꼭 처치하고 싶었다. 수라검문의 당사자인 그만 죽여버린다면 사태가 진정된 후, 결국 수뇌부들 반 이상의 희생으로 수라마왕의 기력을 빼놓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의 숨통을 끊어버리려는 순간 심후한 그의 내력이 경맥 속으로 들어가 내상을 돌보자 창백했던 수라마왕의 안색이 다시 돌아왔다. 수라마왕은 검붉은 피를 한 차례 “괜찮은가?” 만독혈왕의 물음에 수라마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언철심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았다. 수라마왕은 급히 그는 이를 악물고 억지로 진기를 끌어 모았다. 하지만 단전에 모여든 진력은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만독혈왕이 수라마왕의 어깨를 짚은 후 살짝 토닥였다. 수라마왕이 무리하게 내공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을 그가 눈치 챘던 것이다. “내가 대신 저놈을 죽여 버릴까?” 수라마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의 손으로 간악한 언철심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가주, 살려주시오.” 순간 언철심은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를 잠시 바라보았을 뿐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이를 한 차례 으드득 갈아붙인 후, 비천마왕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살려주시오.” 비천마왕이 마치 벌레 보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힐긋 바라보았다. “닥치고 있지 않으면 네놈부터 먼저 지옥구경을 시켜주마.” 비천마왕이 그에게 눈을 부라린 후 다시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수라검문의 후예들이 모두 죽은 건 아니오.” 순간 수라마왕이 두 눈을 부릅떴다. 수라마왕이 그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며 소리치듯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본문의 후예가 살아남기라도 했다는 것이냐?” 그의 입에서 엉뚱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수라마왕이 비천마왕을 바라보았다. “이놈은 도대체 뭔가?” 비천마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싸우는게 하도 비열해보여서 상판이라도 보려고 잡아왔네. 조금 전, 내가 놈에게 다가가니 동료들 뒤로 교묘히 숨어버리더군. 사실 그는 바로 수라검문의 마지막 후예인 사강룡이 광서생을 태현에 살고 있을 당시 그를 감시하던 언호심이라는 자였다. 하지만 언철심이 가주가 된 후, 그를 중용하여 수라검문의 후예인 사강룡을 감시하도록 하는 일을 맡겼는데, “다시 한번 말해 보거라. 본문의 후예가 살아있다는 게 정말이냐?” 언호심이 언철심을 힐긋 바라보더니 지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내가 태현에서 수라검문의 마지막 후예를 감시하는 일을 맡았었소.” 순간 수라마왕은 믿을 수가 없었다. 이미 대가 끊어져버린 줄 알았는데 실은 후손이 살아있다는 말을 들었으니 어찌 놀랍지 않겠는가. “이놈! 목숨을 구하기 위해 무슨 객쩍은 소리를 지어내는 것이냐? 본가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더냐?” 그러나 언호심은 그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수라마왕에게 더욱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원래 수라검문의 전대가주인 사무정의 자식이온데 가주께서 수라검문의 비전을 얻고자 유일하게 살려둔 사람입니다. 수라마왕은 그가 파락호 같은 자가 데려갔다는 그의 말을 듣자 즉시 알아차렸다. 마대위가 나타나 그를 구해갔음을. 수라마왕의 온몸이 격동으로 부르르 떨렸다. 마치 세상천지에 홀로 남아 있다가 아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 생긴 듯 했다. 그에게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의 행방은 어찌되었느냐?” 언호심이 순순히 대답했다. “하남성 방향으로 갔는데 본가에서 고수를 보내 추적했지만 놈의 무공이 갑자기 높아져 모두 따돌렸소이다. 그 후로는 소식을 알 수 없소.” 많은 걸 알수는 없었지만 수라마왕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세상천지에 살아만 있다면 언젠가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는 오늘 진주언가와 사생결단을 내어버릴 작정이었다. 하지만 후손이 살아있다는 말을 들으니 생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 “다음에 다시 찾아오마. 그때는 목을 빼놓고 기다리도록 하라.” 수라마왕의 엄포에 언가의 무인들 모두 이를 갈았다. 가문이 망하는 한이 있어도 순순히 보내줄 의사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호법원주인 단장신권 언중호가 가주 언철심을 대신해 나섰다. “이대로 떠나겠다면 붙들지는 않겠소.” 순간 가주 언철심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숙부. 그 무슨 망발이십니까? 본가의 가주는 숙부가 아니라…….”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언중호의 노성이 터져 나왔다. “닥치시오!” 순간 주위는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정적에 휩싸였다. “오늘 이 정도로 끝나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오. 만약 더 싸웠다가는 본가도 수라검문처럼 멸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외다.” 분명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미 세가의 전력 반이 나자빠진 상황에서 더 싸웠다가 전력을 더 잃게 된다면, 언가는 백년 이내 다시 성세를 찾지 못할 것이다. 원로들 모두 그와 같은 의견이었는지 동조하는 분위기였고, 이미 위신이 땅에 떨어진 가주 언철심의 눈치를 보는 제자는 거의 없었다. “좋습니다. 오늘이 이대로 끝내도록 하지요. 하지만!” 그가 수라마왕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언젠가 네놈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 죽여 오늘 죽은 본가의 식솔들의 원한을 갚아주마.” 그의 말에 수라마왕이 비릿한 조소를 머금었다. “노부가 할 말을 네놈이 대신 하는구나. 머지 않아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게다.” 수라마왕은 말을 마친 즉시 신형을 날려 언가를 빠져나가 버렸는데, 혼세마왕등이 두 눈을 부릅뜬 채 그의 배후를 지키고 있어 곧이어 혼세마왕등도 모두 신형을 날려 사라져버렸고, 진주 언가는 시산혈해의 끔찍한 참상만이 남아있을 따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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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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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ㄷㄱ~~~~~~~~~```````````````````
즐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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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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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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