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총애 한 몸에… ‘얼떨리우스’김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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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월드컵 대표가 된 김남일(25)은 축구도 얼떨결에 시작했다. 큰형이 축구 하는 것을 보고 송월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화를 신은 것이다. 김남일은 부평고 1학년 때 축구선수로서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축구부에서 이탈한 것은 물론 아예 가출까지 한 것이다. 그 기간이 무려 8개월이나 되었다.
3형제 중 막내인 남일을 누구보다 아꼈던 아버지 김재기씨(51)는 유흥업소 웨이터로 손님을 맞이하는 남일을 보고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느껴야 했다. 무조건 남일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눈물로 호소했다.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는 데 충격받은 남일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생각하고 곧바로 학교 축구부 합숙소를 찾았다.
김남일은 신세대지만 튀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받아 ‘황태자’ 소리를 듣지만 오로지 열심히 훈련하고 경기에 임할 뿐이다. 김남일이 처음부터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8월15일 체코와의 경기에서 히딩크 사단의 일원으로 처음 A매치 경험을 할 때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수를 많이 했다. 머뭇거리다 체코의 네드베드 선수에게 볼을 빼앗겨 골로 연결되었을 때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인천 무의도 고향에서 아들이 국가대표 선수가 되었다고 돼지 3마리를 잡고 하루종일 잔치를 벌인 아버지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김남일은 그럴수록 이를 악물었다. 아버지를 더 이상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김남일은 경기마다 상대 스트라이커의 전담 마크맨으로 기용되었고, 그때마다 무실점으로 막아 까탈스러운 히딩크 감독의 주전 낙점을 받아 월드컵 무대에 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