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이 여럿 계십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자로서 제 때 찾아뵙지도 못하고 연락을 드리지 못하는 스승님이 대부분이지요.
아주 오래전 스승님, 초등학교 때 선생님 한 분과 중학교 때 선생님을 10여년 전에 처음 수소문하여 어렵게 찾아 아주 가끔 전화를 드리곤 한답니다.
작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정년퇴직을 하신다고 친구들이 연락을 했던군요.
그 때는 제가 학교에 있어 찾아뵙지 못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니 하루쯤 결근하고라도 갔어야하는건데.....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 때 찾아뵙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려 선생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인천에 살고 계시니 그 쪽으로 찾아 뵙는 것이 도리이겠지요.
하지만 제가 인천 지리도 잘 모르고 선생님께서는 학교를 퇴직하셨으니 시간이 조금 여유 있으실거라는 생각에 전화를 드려 저희 동네로 오시라 했지요.
마침 제 친구하나가 남편을 잃고 혼자 딸 아이 둘 키우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친구가 중국집을 경영하고 있어 그 친구 식당으로 선생님을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낯모르는 사람이 하는 근사한 식당보다는 친구집이 여러가지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그 날이 마침 제가 도봉 구청 화요음악회에서 연주를 하는 날이었어요.
생각해보니 기왕에 먼 길 오시는 선생님께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드리고 싶었습니다.
해서 저녘에 만나기로 한 약속을 점심으로 바꾸고 도봉구청에 오셔서 음악회를 보시게 했지요.
저의 플루트선생님께 스승의 은혜를 이중주로 편곡을 부탁드려 함께 연주를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이 바로 40년 전이었으니 참으로 오래 전 일이지요?
하지만 그 날 뵌 선생님은 그 때와 똑 같은 모습으로 저의 연주를 들어주셨습니다.
사모님께도 전화를 드려 함께 오시라 했는데 쑥스러우시다며 오시지 않으셨어요.
그 자리에 저는 저의 늙으신 어머니도 모셔서 40년 전의 선생님과 학부모가 만나 옛 이야기 나누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연주회가 끝난 후 늦은 점심을 먹으며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4.19묘지도 산책을 하며 즐거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북한산과 도봉산이 어우러진 우리 동네가 참으로 멋진 곳이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이 가시는 길에는 남자 동창생이 십만원짜리 수표를 몰래 쥐어주며 택시를 태워드리라 하더군요.
저는 생각을 못했던 일입니다.
그냥 전철로 가시면 된다며 전철까지 모셔다드리려 했던 것이지요.
택시를 태워드리며 선생님 편하신대로 하시라 했습니다.
먼 길 다녀가신 선생님께서는 만나서도 내내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더니 댁에 잘 도착하셨나 전화를 드렸더니 여전히 또 고맙다하시네요.
함께 시간을 내어준 고마운 친구들도 오히려 제게 고맙다 하니 제 마음이 더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오시지 못한 사모님께는 추석 선물삼아 작은 마음 정성 하나 보내드렸습니다.
어제 받으셨다며 전화를 하셔서 조금 민망했어요.
첫댓글 ...행복하셨겠어요
소녀님! 멋진 가을을 시작하고 계시네요... 행복을 나누시는 모습,, 항상 좋아보이십니다..
옛선생님 모시기,거 잘 안되는 건데 자연스러우면서도 훈훈하게 자리를 마련하셨네요.
내게도 초등학교때 은사님을 뵐 날이 곧 올것 같습니다. 얼마전 호주에서 사진과 함께 편지를 보내셨더군요. 한국에 오시면 뫼시고 저녁이라도 할 생각입니다.
따뜻한 마음은 가슴으로 느끼는 순간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