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가 왼쪽에서 페메하고, 나는 오른쪽에서 받치주고, 둘이는 앞 뒤에서 완전히 포위해서..."
"하이고, 바둑판 아다리보다 더 하네. 말라 지길라 카는갑네. 분냄새에 취해가아 제대로 뛰겄나."
"나는 분 안 발랐다. 로숀 발랐으니 걱정할 거 업다."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감사한다는 것의 의미를 느끼는 일은 우리들 주변에서 그리 흔치 않겠지만
그 것 또한 그리 멀리 있지도 않음을 알게 되었다. 같이 즐기는 가운데서도 웃으며 던지는 말
한 마디, 조그만 마음 씀씀이, 가식 없이 걱정해 주는 깨끗함이 있으니.... 주고 받는 속정이
그리도 맑을 수 밖에! 그러므로 경산 오남매의 탄생은, 우리끼리의 조그만 에피소드일망정, 운동화
신고 달릴 수 있는 동안에는 뒷동산 뭉게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나는 기억으로 항상 남을 것이다.
올해 4 월 어느날, 벛꽃이 정말 우라지게 흐드려졌던 봄날, 창원과 진해를 뺑돌아 뛰는 먼천달
32 km를 마치는 자리에서, 존경하는 조윤희와 지지리도 못달림이 강모의 의기투합이 이루어졌다.
여성 최초로 남자를 페메한다는 거, 그것 만으로도 이바구 거리는 충분할 것이었기에 알게 모르게
소문이 슬금슬금 퍼져서, 올 가을에 있을 각종 대회를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Check Point 중의
하나로 효마클 내에서 자연스레 자리매김 되었던갑다. 예를 들면, 손에 장 지지고 전어가 팽팽 날고
서브 쓰리가 나오고... 하는 일련의 관심사들 중의 하나로서 말이지. 고맙게도.
운명의 9 월 19 일 대회 당일날은 전날의 장대비는 흔적도 없이, 몇십년만이라는 올여름의 폭서보다
더 폭서같은 햇빛을 잔뜩 뿌려 놓아서, 야심찬 몇몇 달림니 달림이들의 속을 희뜩 뒤집어 놓는다.
그러나, 풀코스에 대해선 쥐뿔도 경험 없는 내가 뭘 걱정을 할까? 족히 2 년 전, 진주에서 첫 하프
뛸 그때 긴장감의 반도 느끼지 못할만큼 무덤덤 무심, 결정적으로는, 무식의 극치로 대회를 맞는다.
배번 2078, 이팔장 짚고 럭키 세븐 운운, 까마귀 양치질하는 소리만 끄륵끄륵 댄다.
훈련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도 나름대로는 장생포 파도소리를 두 팔로 몇 번 휘저었다. 태화강변
가로등 불빛을 수차례 밟고난 뒤 막걸리 수십통 작살냈다. 선암사 상현달도 대머리로 한껏 받았고,
역기들고 하체운동 한답시고 그나마 없는 근육을 혹사도 좀 했지 싶다. 9 월 초, 실미도 코스에서의
34 km 먼천달 때, 존경하는 여성 분들과 무려 네시간 이상을 같이 달음박질함으로서, 분냄새에 대한
내공도 확실히 쌓았다. 새벽기차 안에서 눈물 젖은 인삼엑기스도 복용했다. 그래, 뭐, 이 정도면야!
으례 그렇듯이, 달리기 초반의 분위기는 느긋하고 즐겁다. 못된 인간 페메해 주느라 수개월에 걸친
준비와 잔소리와 협박, 그리고 그 마무리까지 책임진 조윤희님의 묵직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얼마
가지도 못한 상태에서 나 때문에 벌써 후미 그룹으로 뒤처져 버린 우리지만 웃고 떠들고 사진찍고,
마라톤 하는 건지 마라닉 하는 건지, 앞으로 5 시간 동안의 여정이 힘들게 펼쳐질 것임을 전혀
느끼지 못한 초짜의 얄팍한 가벼움이, 지금 생각하면, 우습다.
춘천에서 효마클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문 다 나도록 열심히 준비중인 허브 선수는 먼천달 삼아
참가했지만, 역시 훈련개념으로 같이 뛰어주는 대숙 선수와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뛴다.
근데, 민총장은 이번 대회에서 찍사로 데뷰할 작정인지 우리보다 더 앞서거니 더 뒤서거니 하며 연신
셔터를 내리 누르는데, 그 덕분에 우리들 사진이 카페에 제일 많이 올라오게 되었다. 등어리에 부황
같은 자국이 선연하게 앉아 있는 서미영님의 웃는 모습과 히프가 군데 군데 들어 있는 사진도 절묘
하게(?) 찍었더구만.
5 km 지점에서 사이비 찍새가 임무를 훌륭히 완수한 후 출발점으로 되돌아 간 뒤, 남은 우리들은
어느새 따라 붙은 하프 주자들 틈에 섞이어 순식간에 하프 선두가 된다. 그러나 그도 잠시, 하프
반환점을 지나는 순간에는 또다시 우리만 횡댕그레 남아서 쪽팔리는 레이스를 계속 할 수 밖에!
그래도 대숙과 말숙, 두 분 兩숙께서는 물도 챙기고, 포도도 챙기고, 시간도 챙기고, 말도 챙기고,
분위기도 챙기고... 또 있지, 새벽부터 초밥, 떡, 약밥, 김밥. 출발 전의 바셀린, 선크림, 격려...
무엇보다, 달리기 마지막까지 기다리면서 동반주하고, 사진 찍히게 하고, 칲 풀어주고....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내가 스스로 챙긴 것이라곤 단 한 가지도 없다. 그래도 첫 풀 뛴다는 동료를
위해, 빌빌대는 동기를 위해, 작은 마음 베풀어 주는 그 행위 속에 담긴 의지만큼은 내가 챙겨야지.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땡볕도 그늘도 마구 흐르고, 1 차 반환점까지 먼저 횡하니 내달랐던 김도수
서브쓰리가 어딘가에서 구해 온 홍씨감의 맛 기찬 당분도 길바닥 위로 흘렀다. 뒤에서 따라오던
서미영 선배를 그에게 부탁하는 우리들의 걱정된 마음도 그땐 썹쓰리 했다. 반 넘어 남아있는 길을
속으로 슬그머니 계산해보는 내 마음의 얄팍함도 또한 썹쓰리하다.
게다가, 산소 결핍, 당분 결핍, 힘 결핍, 의지 결핍.... 오만가지 필수 요소의 결핍증세가 작당하여
발휘되는 두 번의 위기! 잠이 오고 약간 어질어질하고 그래도 뛰다 보면 또 괜찮고. 이건 나같은
와리바시형 몸매가 힘들게 뛸 때 나타나는 당분 결핍증이므로, 중간 중간에 단 것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이정주 교수께서 나중에 일깨워 주었다. 다음엔 꼭 지켜야 할 일이다.
이윽고 다소 앞서가던 고안나 선수와 합세하게 되니, 여 4 남 1 (78 넷, 85 하나)!
주로상의 교통통제가 풀린 지 한참이라 갓길을 눈치보며 달려가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여전히
일사불란한 대열을 유지하며 토박토박 달려가는 정겨운 한 무리가 바로 우리들이었으니, 이름하여
"경산오남매"라! 비교적 소박한 이름이지만 에어파스 챙겨주고, 산소 챙겨주고, 뒤처지면 기다리고,
메론바 같이 사먹고, 걸을 때도 같이 걷고.... 목숨 건 전우만큼 돈독한 정을 과시함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멋진 이름보다도 속이 더 깊다.
드디어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는 순간이 온다. 앞뒤를 둘러보니 주로상에서 같이 들어 오는 다른 팀
선수는 아무도 없고 오직 우리들 오남매 밖에 없다. 풀코스를 완주했다는 해방감과 십년 묵은
숙제를 해결했다는 후련함과 동시에, 나 때문에 무려 다섯 시간이 넘는 최장시간을 달려야 했던
조페와 대숙, 그리고 더 빨리 달리는 것을 포기한 말숙, 안나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또한 밀려온다.
서선배가 주시는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두 남자 후배님의 카메라 세례를 안주삼아 서로 축하
하고 격려하는 우리의 웃음은 운동장을 가득 채운 초가을 햇살보다 더 밝다.
같이 간 동료들의 많은 축하, 전화로 Mail로 언뜻 언뜻 날아드는 격려... 가 고맙기도 하지만 사실,
속된 말로 많이 쪽팔린다. 마라톤 시작한 지 무려 2 년이 넘은 지금에서야 겨우 풀코스 1 회라는
시시한 사실 하나와, 나는 아무 말도 안했는데 괜히 지레 짐작으로 마치 내가 풀코스를 여러 번
뛴 것으로 착각하신 선후배님들의 황당해 하던 사실 하나.... 때문에 쪽팔린다.
어쨌건 한 번 시도했으니 다음에 뛸 기회 또한 다시 주어질 것인데, 이거 슬그머니 걱정된다.
첫풀의 연습부터 대회까지 분냄새 맡으며 뛰었던 습성이 배겨서, 술냄새 발냄새 나는 지저분한
이들과 같이 뛸 수 있을 지... 이게 걱정된다. 그러나... 경산오남매중 하나는 텐트 안에서 같이
옷을 갈아입지 못했다. 밖에서 혼자 바지 벗고 츄리닝 입는 라이브 쑈를 했다. 그만큼 같이 뛴 정이
있으면 텐트 안으로 당연히 불러줄 줄 알았는데, 택도 없었다.
첫댓글 첫풀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남매의 에피소드는 계속 되리라 짐작됩니다. 회복 잘하시고, 지도 찐한 분냄시 맡으며 긴긴시간을 달려가야 합니다. 선배님과 반대입장에서요! 강대사님 힘힘힘!!!
또 하나의 시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토달지기님! 행복이 팍팍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몸 잘 풀어 주시고 빨리 회복酒 하입시더.
78은 누이도 많은데 79는 왜 없지? 동기사랑 부럽습니다. 완주의 감동을 그대로 간직한 채 '토달'에서 보입시다..
첫풀 완주를 축하합니다.오남매의 끈끈한 사랑이야길 읽으니 흐~~~뭇합니다. 첫 달림니의페메 탄생도 울 효마클의 경사네요.아름다운 페메의 전통이 계속되길...... 회복 잘 하시길 빕니다.
토달 식구로 토달에 영광이자 효마클에 난해한 문제 하나 해결해서 엄청 다행임다, 함께한 네 자매 대사님과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 바랍니다.
진짜 이러다가 출가(?)외인될까 걱정입니다. 대사님!ㅎㅎㅎㅎ 다시 한번 첫 경험을 무탈하게 득도하심을 축하합니다. 아울러 첫 경험의 현장에서 고통을 같이 한 네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땡초님 추카추카 빠른 회복과 함께 계속 같이 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땡초 힘!!!!!!!
축하드립니다. 어디 불편하신데는 없으신지요? 다음번에는 S-5 하시길...
어질어질하고 잠이 온다구요? 어지러운 증상이야 그렇더래도 잠 오는 걸, 후배 그것도 여자 후배보고 우째라고? 이제는 즐달하기요! 하프만으로 ... 어서 회복하시도록 ...
강선배님 욕봤심더. 그라고 축하합니다. 몸은 망가져도 입과 손은 살아있는갑습니다. 글빨이 살아숨쉬는것 보니. 빨리 회복하시어 한잔 하입시더 그런데 사면여달이면 뭐하고 분냄새 맡으면 뭐합니꺼 고자이면서
축하드립니다. 근데 이나 저나 복도 많으셔요. 하나 빠지면 금새 보충이 되시고. 어차피 풀로 채워지는 날이었나 봅니다. 회복 잘 하셔요!
기다리고 있었던 후기가 드디어 올라왔군요.강스님의 속옷 색깔을 보아버렸는데.. 첫 풀 완주를 축하드리며 새로운 목표가 함께 생김을 또 축하드립니다. 근력 빵빵한 선배님을 뵐수 있기를...
첫풀에 심하게 망가지지 않았음을 축하드립니다. 마라닉 같은 마라톤! 다 저의 추구하는바 아니겠습니까? 이미 회복은 다 되신 것 같은데~~,전국구로 출장다니시느라 바쁜와중의 쾌거라 더 수고하셨습니다. 동기 힘!!!
추카추카또추카!,건강빨리 회복하시고 주로에서 또 뵙길! 땀냄새, 분냄새 파노라마 펄칠때의 한줄한줄 감동을 그야말로 거푸읽으며.....
후기를 만다꼬 요게다 숨카났는교? 하마 후기가 올라오나,올라오나 기다렸건만 인자사야 보게되네...그라고 오남매가 아이고 육남매 아인교? 막내이 한놈이 사진찍다가 가출했다꼬 형제간에서 뺏뿟는가보네...2남4녀...인자는 풀도 뜄어니깐에 지발 카페에 글좀 자주 쓰소...
늦게나마 첫번째 풀완주한것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무공의 실력을 발휘하거지요? 몸조리는 잘하고 있는지요 나는 지금도 풀뛰고나면 약2일간은 걸음이 엉거주춤하게 보냈는데... 다음에 자주 주로에서 보도록합시다. 강혜승 힘!!!
출장으로 이제서야 첫풀 완주후기를 읽습니다. 완주를 축하드리고요 sub-5를 위해 다시한번 같이 달리면서 5남매를 과시해 보자구요..강혜승선배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