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눈 덮인 산 위로 던져진 복숭아씨 하나가
눈덩어리 속에서 구르고 또 굴러 사막 한가운데로 굴러가 녹으니
끝내 부화된 복숭아씨에서 탄생한 사내아이 하나가 걸어 나왔고
그게 바로 나, 금둥이었다는 전생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글로 세상에 알려져 있다.
.....
내가 그렇게 태어나 보니, 여자들은 죄다 옥황상제가 직접 하늘에서 선녀로 데리고 살던 시절이라
지상에는 사내들만 드문드문 살고 있더라.
나 금둥이는 청년이 되었어도 배운 게 없어 글도 모르고
여자가 없어 숯총각으로 맨날 동산에 올라가 하늘에 대고 피리나 불면서 살았다.
어느 한 날 하늘위 동쪽 은하에 살고 있던 선녀 하나가 고요한 밤 침대에서 남자란 뭘까 생각하며 누워 있었는데
어디선가 아름다운 피리소리가 가늘가늘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가만히 들으니 되게 값지게 들려오는 피리소리가 꼭 자신을 부르는 소리처럼 들려온다.
얼른 일어나 소리를 따라가서 내려다 보니까 난생처음 보는 금둥이 오빠다.
'눈으로 보고 빠지는 사랑은 목숨을 걸고 말을 듣고 빠지는 사랑은 순간을 건다'고 금둥이 어록에 있다.
목숨걸기 쪽으로 빠진 선녀가 쪽지를 한 장 썼다.
'은하의 동쪽에 사는 선녀 닌카시라고 하오.
온 땅에 향기를 뿌리며 내일 저녁 꽃 단장한 제가 금둥이님 집으로 갈 테니
내가 문열고 들어서면 사랑한다 말하시오. 그러면 내가 쓰러져 줄 테니까
구름 같은 선녀옷을 벗겨서 감춘 다음에 금둥이 오빠 마음대로 하시오.'
피리 불고 있는 금둥이 머리 위에다 쪽지를 떨어뜨려 주고 수줍게 날아가 버렸다.
피리 불던 금둥이가 쪽지를 펴 봤는데 글을 몰라 읽을 수가 없네. 그냥 찢어 발로 밟아 비벼 버렸다.
드디어 다음날 저녁 닌카시 선녀는 황금 주전자에 은하의-정화수 가득 채워 들고
알몸에 선녀옷만 걸친채 내려와 금둥이 집 문을 두드린다.
기척이 없다.
깍쟁이.. 나를 놀래키려고 숨었구나.
열린 문으로 들어가 집안을 보니 텅 비었다.
수치심에 화가난 선녀는 이성을 잃었다.
광녀가 된 심정으로 무거운 황금 주전자를 힘껏 바깥 하늘로 던져 버렸다.
.....
금둥이 쪽에서 보니까 어디선가로부터 번쩍번쩍 황금 주전자가 동산 위로 날아온다.
그 무거운 주전가가 해필이면 금둥이 쪽으로 날아 오더니
피리 불고 있는 금둥이의 머리를 때리니까 머리통에 금이 가서 깩.. 전생에서 나는 그렇게 죽었다.
아마 그 후유증으로 요즘의 공황장애가 이렇게 찾아온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 적도 있는데
아무튼 황금 주전자 사건이 하두 오래전 일이라서 가물가물 수만년전 일이고
과학뽕을 맞은 요즘 애들이 믿으려들지도 않아서 웬만하면 꺼내지 않던 얘기였지만서두..
'술' 얘기를 하려고 하니까 이 옛 얘기를 다시 안할 수가 없네.
전생의 생멸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 '술'에 대한 썰을 풀어볼까...
.....
그 일은 옥황상제 집권시기 가운데서 처음으로 터진 살인 사건이었는데 비록 실수에 의한 것이었지만 파장이 컸다.
책임추궁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닌카시 선녀가 '물의 여신 티탄'을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기분을 돌게하는 물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티탄 물여신이 선녀를 도와 사자피와 양피, 개피, 원숭이피를 뜸팡이 곡식과 섞어 항아리에 담고 누런 물을 만들었다.
티탄 물여신이 선녀에게 항아리를 건네며 원래 '대중'이라는 뜻의 '술'이라는 이름을 붙여 건네주었다.
선녀가 옥황상제에게 대중의 물인 술을 한 사발 정성껏 따라 드렸다.
벌컥벌컥 한 사발을 마시고 난 옥황상제가 양처럼 순해졌다.
선녀가 금둥이 과실치사 사건을 설명했다.
놀라서 벌벌 거리고 있는 옥황상제에게 두 번째 따른 술 사발을 드린다.
벌컥벌컥 두번째 술 사발을 들이켠 옥황상제가 죽일련아. 사자처럼 길길이 날 뛴다.
잇쿳. 얼른 한 사발을 더 따라 드렸다.
세 번째 사발을 마신 옥황상제가 원숭이처럼 배배-꼬면서 실순뎅.. 그럴 수도 있지야.. 하면서 용서를 한다.
고맙고 고맙구나. 선녀가 마지막 남은 술을 따른 사발을 건네 드렸다.
네 번째 건네드린 술 사발, 이것은 물의 여신 티탄의 저주였다란 말이냐.
벌컥벌컥 네 번째 사발을 비운 옥황상제가 개처럼 지랄이 나더니 네발로 기면서 왈왈. 달려든다.
그리고 선녀를 물어다가 땅으로 패댁. 던져 버렸다.
그러더니 고래고래 개가 짖듯이 말한다. 넌 평생 거기서 살아. 그리고 하늘문이 꽝 닫혔다.
.....
금둥이도 없는 땅의 세상에서 혼자 살게 된 닌카시 선녀는
티탄에게 배운대로 술을 만들어서 외롭거나 기쁘거나 모든 남자들에게 골고루 따라 주었다.
5천 명의 사내들 가운데다가 6천 명의 여자들을 만들어서 세상을 4가지 방식으로 나누어 살게 하였고
맨날 시끄럽고 술이 없으면 안 되는 땅의 나라가 되었으니 오죽하면 술 못먹게 하는 나라도 있겠나.
그 후의 변천사는 다른 이야기들이라서 오늘은 여기까지 '술'의 챕터만 쓴다.
아직까지도 지구에서는 술의 여신을 내 애인이었던 '닌카시'로 부르고 있는 사연이 그렇고 이렇고
더욱이 술은 할머니라도 좋으니 여자가 따라야 맛있다는 구전도 그렇고 이렇다.
술. 술을 마시더라도 이 술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그 기원의 전설 정도는 알고 마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다.
이걸 알면 여자가 고마워지고 술맛이 더 좋다.
무식해서 벌어졌던 비극적 사랑의 전설,
전생에서 금둥이를 짝사랑했던 선녀 닌카시의 전설,
그녀의 압도적 업적인 술의 탄생.. 에 대한 전설의 썰은 여기서 끝.
머리로 한 사랑은 푹 자고 나면 잊을 수 있어도 가슴으로 한 사랑은 죽어야 끝난다.
빌어묵을! 진즉에 눈으로 빠진 사랑이나 해봤으면 이토록 모진 고생 중에 살거 뭐 있었겠나 그만 콱 죽어버렸지 사랑에 빠져 죽으면 가슴 속은 쉬 썩지 않고 한참 발갛게 있으려나
금둥이 글 솜씨가 슬슬 본론으로 나올 채비를 하는 갑제 재미지네 ㅎㅎ
가시가 많은 사랑, 마음이 흔들리면 찔려져 아프고 버리자고 흔들면 더 깊게 상처만 내는 것. 제 어록이니 적어놓세요. ㅋㅋㅋ 한번 들어오면 가슴에 딱 박혀서 안없어 집니당. ㅜㅜ 아프지 않으려면 잠재우는 수 밖에 없어요. 그냥 건드리지 말고 가만히 놔 두는겁니다. 누님. .. ㅋㅋ 글이란게 매일 쓰다보니까 진짜 실력이 커지네요. 놀래라. ㅋㅋㅋㅋ
그런데 아직 멀었고요. 택도 없는 거.. ㅋ
@도깨비불 영국 북방일까요
컬트족들에게 전해지는 전설이 있습니다
가시나무새,
이 새는 알에서 깨고 둥지를 떠나는 순간부터 세상에서 가장 크고 날카로운 가시를 찾아 난다는군요
한순간 의 판단으로 저 가시다 싶으면 그 날카로운 가시에 가슴을 박고 생애 처음으로 운다는군요
그소리는 너무 아름다워서
오수를 즐기던 천상의 신들을 놀라우케하고 눈물 짓게 한다는군요
평생에 한번을 울고 죽는 새,
가시나무새,
@함박산2
여기 삶방에 댓글 남기시는 분의 닉이 가시나무라고 쓰시는 분 계시더라고요.
그분 닉을 보면서 그럼 자신은 새라는 뜻인데... 의미를 생각해본적이 있었답니다.
가시나무새 썰 보다는 저의 오늘 술에대한 이 썰이 더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
@도깨비불 맞습니다 맞고요~^
본문 원글만한 댓글을 있을수 없지요
주저리 해봤습니다
낮잠 잤더니 구석 구석 실없이 떠돕니다
살아온날들이 아프고
살날이 서글퍼지는 비오는 밤 입니다
@함박산2 제가 올린 답글의 가시나무새 썰보다 ... 그 얘기의 대상은 직접적으로 컬트족들에게 하는 건데 함박산님이 상처 받으시면 안되십니다요. ㅜㅜ
@도깨비불 컬트족의 전설쯤은 미개한 유목민들의 우화이고
우리의 주제는 그보다 한단계 높은, 목이 길어 아름답고 귀족적인 사슴의 언어다
쯤으로 받겠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