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손은 먼 후손의 뜻으로 쓰이는데, 《이아(爾雅)》 〈석친(釋親)〉에 “5세손의 아들이 잉손이 되고, 잉손의 아들이 운손이 된다.[晜孫之子爲仍孫, 仍孫之子爲雲孫.]”라고 한 데 대한 진(晉)나라 곽박(郭璞)의 주에 “가볍고 먼 것이 뜬구름과 같음을 말한 것이다.[言輕遠如浮雲.]”라고 하였다.
‘雲孫’은 종이를 후손으로 의인화한 말로, ‘운손’의 ‘운(雲)’ 자는 종이의 의미로 쓰이는데, 구름 모양의 무늬가 있는 운지(雲紙), 당(唐)나라 단성식(段成式)이 만들었다는 운남지(雲藍紙), 조선 시대 경상도에서 공물(貢物)로 바친 운암지(雲暗紙) 등이 있다
혁제는 가장 하등한 자질이고 / 赫蹄最下材
측리도 참으로 천한 부류로다 / 側理眞賤類
‘측리(側理)’는 측리지(側理紙)라는 종이의 일종으로, 일명 태지(苔紙)라고도 한다. 남월(南越)을 비롯한 남쪽 지방에서 해태(海苔)를 재료로 삼아 만든 종이인데, 그 결이 종횡(縱橫)으로 이루어져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혁제와 측리지를 운손 종이와 비교해보면 그 품질이 현격히 떨어진다고 말한 것이다.
혁제(赫蹏) : 혁제(赫蹄)
옛날에 글씨를 쓰는 데 썼던 폭이 좁은 비단을 말하는데, 종이를 칭하는 말로 전용되어 쓰인다. 전하여 아주 작은 종이에 작은 글씨로 쓴 글을 말한다. 서간문(書簡文)의 별칭. 얇고 작은 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