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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바라기(사라의 열쇠 "조현-조울-우울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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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이야기 스크랩 It`s not your fault.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부엉이 추천 0 조회 164 17.11.20 19:27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It’s not your fault.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영화 굿 윌 헌팅의 명대사이다. 내게는 말이다.

 

요즘 여자 친구를 사귀면서, 희망도 많이 보지만 과거에 대한 후회를 많이 한다. 수많은 과거의 선택지들은 누가 내게 강요한 적이 없고, 내가 선택해왔기에 누굴 원망할 수도 없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특히 발명의 원인을 곱씹어 볼수록 나는 내 삶을 안타까워한다.

 

25살 늦깎이 신입생이었던 내가, 고시원에서 왜 미쳐갔는지는 예전의 관계사고(연관 생각)에 대한 글에서 많이 다루었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하고, 그 발병의 순간의 찰라가 나로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내가 3살 때, 우리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는데, 성장하면서 나는 동내 아주머니들이 우리 집을 흉보고 학교 동창들의 놀림을 받으면서 이혼과 가난이라는 멍에를 지고 살아왔다. 이것은 내게 부끄러움을 넘어 일종의 치명적인 콤플렉스였다. 가까운 친구에게 조차, 발병 직전까지도 고백하지 못하던 뇌관이 터진 때가, 내가 늦깎이 신입생을 지나 2학년 초입이었다.

 

그 당시 나는 학교에 내가 소문이 난다는 생각을 하였고 이 때문에 매우 부끄러웠고 더 나아가 화가 많이 났던 것 같다.(내가 당시 정신분열증 판정을 받은 주요 이유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누군가가 우리 부모님이 이혼하셨다는 소문을 학교에 냈다는 느낌이 들어 나는 매우 불쾌했고 화가 났다. 약간 기술적인 용어를 쓰자면 나는 outing(아웃팅: 자발적인 커밍아웃과는 달리 원치 않는 커밍아웃) 당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병 걸린 지 19년째인 나로서는 지금 되돌아보면 그게 뭐 어때서?”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고 내 환청이 시작된 때였다. 지금도 후회되는 것이 내가 예전부터 가까운 친구나 선배, 아니면 선생님에게 내 고민을 토로하고 고백했더라면, 마치 영화 굿 윌 헌팅에서 배우 멧 데이먼이 연기한 수학 천재가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심리학 교수로부터 어렸을 때 상처를 치유 받는 장면이 떠오르면서, 내 삶의 방향이 바뀌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윌 헌팅의 고백을 들은 심리학 교수는 한 마디 위로의 말을 그에게 건넨다.

 

“It’s not your fault.”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누군가에게 내 삶의 굴곡인 이혼한 가정 출신이고 가난한 생활을 하는 것을 고백하고, 그에게서 내가 그건 네 잘못이 아니잖아라고 위로의 말을 받았더라면 나는 발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신병의 발병이 커다란 트라우마도 원인이 되겠지만, 나처럼 마음에 남은 작은 생채기로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리고 젊었을 적에는 사람들이 내 상처에 소금을 바르고, 나는 그것을 피해서 내 몸 전체를 비닐로 덮고 다니고 싶었다.

 

당시의 소심하고 열등감 많은 성격이 내게는 인생의 방향을 바꿀 커다란 소인이 되었지만, 지금으로서는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주변을 살펴보아도 내 콤플렉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작은 상처였다.

 

많은 정신과 환자들이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면서 그 찬란했던 젊음을 떠올리겠기에, 나도 할 말이 많이 있다. 수많은 관계 사고들을 지금도 사실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요즘, 나는 조울증을 더해서 지금은 조현형정동장애라는 긴 병명을 안고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설령 아웃팅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내 열등감이나 부끄러움이 아니었다면, 나는 발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과거의 행동에 대한 반성에서 뼈아픈 대목이 바로, 고백이고 위로다. 누군가에게 “It’s not your fault”라는 한 마디만 병 걸리기 전에 들었더라면, 지금의 내 삶은 정말 달라졌을 것이고 지금 사귀는 여자 친구에게 당당한 남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정신과 환자들과 대화하고 만나면서 느끼는 것은 바로 그들이 젊을 적에는 정말 뛰어난 인재들이었고 발병 이후에는 많은 현실적 고통과 후회를 안고 살아간다는 점이다.

 

그래도 나는 뒤늦게나마 다른 사람들로부터 위로받고 살고 있다. 그러기에 지금도 자신의 삶의 불행을 가까운 친구에게조차 공감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용기 있는 말을 건네주고 싶다.

 

It’s not your fault.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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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7.11.20 21:33

    첫댓글 부엉이님 여자친구와 잘되길 바랍니다

  • 17.11.21 17:28

    반갑습니다. 솔직한 속마음 얘기를 들려주시어 감사합니다. 공감합니다. "그건 부엉이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생활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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