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월드컵 72년사에 그토록 축구팬들이 보고싶어 하던 빅 매치가 탄생했다. 전차군단 독일과 삼바축구 브라질의 첫 대결. 그것도 결승에서. 숱한 강팀들이 월드컵 무대에서 자웅을 겨뤘지만 유독 이상하게도 이 두 팀만은 항상 아슬아슬한 순간에 서로 비껴갔다.
독일과 브라질의 결승은 단순한 결승이 아니다. 또한 단순한 강호들간의 격돌이 아니다. 월드컵 역사에서 이 두 나라만큼 찬란한 업적을 세운 국가가 없다. 이 두 팀은 서로 경쟁하다시피 새로운 월드컵의 기록들을 경신해왔다. 이 두 팀이 세운 기록들을 보면 너무나 화려한 나머지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월드컵에서 이 두 팀은 단순한 강호가 아닌, 진정한 각 대륙을 대표하는 양대산맥이다. 지금은 독일팀이 다소 약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최전성기를 달렸던 80-90년대엔 독일과 브라질의 맞대결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축구팬들에겐 설레임 그 자체였다. 모두가 이 두 팀이 월드컵에서 만나 진정한 자웅을 겨루는 것을 보고 싶어했지만 신은 오늘 21세기 첫 월드컵 결승에서의 최초의 만남을 위해 그동안 그 간절한 바램을 외면했던 듯하다.
혹자는 그래도 독일과 브라질의 대결이 뭐 그리 특별한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이들이 월드컵에서 세운 기록을 보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 17회 출전(전대회 출전), 월드컵 4회 우승(58, 62, 70, 94), 2회 준우승(50, 98), 최다 결승진출(7회), 최다 4강진출(10회), 사상 2번째로 월드컵 2연패(58, 62), 3회 우승으로 줄리메컵 영구소유, 월드컵 랭킹 1위(53승 14무 13패), 사상 2번째로 월드컵결승 3회연속 진출(94, 98, 2002).
*독일*
월드컵 15회 출전, 월드컵 3회 우승(54, 74, 90), 3회 준우승(66, 82, 86), 최다 결승진출(7회), 최다 4강진출(10회), 월드컵 랭킹 2위(45승 17무 16패), 사상 최초로 월드컵결승 3회연속 진출(82, 86, 90), 출전 전 대회 8강이상 진출, 유럽선수권 3회 우승, 3회 준우승.
화려하지 않은가? 17번째를 맞는 월드컵에서 7번씩이나 결승에 올랐다는 건 경이로움 그 자체다. 더구나 이 두 팀이 결승에만 각각 7회, 4강에만 각각 10회씩 오르는 과정에서 한 번도 격돌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축구계에 미스테리로까지 여겨지는 일이었다.
2002 한일월드컵은 한국팀의 선전 등 계속되는 이변으로 숱한 화제를 낳았고, 결국 마지막에 월드컵의 양대 지존의 첫 숙명적 대결을 마련함으로써 전 세계 축구팬들을 위한 성대한 피날레를 준비하였다. 한국팀의 사상 첫 4강 신화와 함께, 이 두 축구 수퍼파워의 21세기 축구정상을 가리는 자리에서의 첫 대결을 볼 수 있게된 우리들은 정말 행운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