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시 훈련소부터 자대까지 같은 내무반을 쓰게된 동기가 있었다
그는 대학원을 마치고 입대했기에 나보다 세살이 많았지만 힘든 군시절을 함께 이겨내는
친구사이가 되었다. 그는 나의 세례명 베드로를 줄여 드로라고 불렀고 나는 그를 드가라고 불렀다
드가는 영화 빠삐용에서 더스틴호프만이 맡은 역인데 큰키에 유난히 하얀얼굴 돗수높은 안경을 쓴 그는
훈련시에는 검은 뿔테안경에 고무줄을 뒤로 묶어서 썼기에 영화 빠삐용의 더스틴호프만을 연상시켰었다
자대에서 그는 대대 정훈병이고 나는 탄약병 보직을 받아 바로 옆 사무실에 근무했고
일과후나 휴일에 나는 그의 사무실에서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려 놓고 김도향이나 트윈 폴리오 노래 등을 자주 듣곤했다
그중 특히 김도향의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자주 들었는데 판이 끝날 무렵 나오는 노래가 나를 더 사로 잡았다
70년대말 80년대초 암울했던 시기 중부전선 고립된 막사안에서 자유를 꿈꾸던 내게 그노래는 몽환적 분위기에
빠지게 하였다. 제대후 그노래를 다시 듣고 싶었지만 방송엔 한번도 나온적이 없고 당시엔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찾을수도 없었다. 그러다 며칠전에 생각나는 가사로 조회해보니 거짓말처럼 그노래를 찾을수 있었다
그노래는 마음과 마음이란 알려지지않은 여성듀엣이 부른 "꿈과 사랑사이"이다.
제대후 40여년이 지나서 그노래를 들으니 바로 엊그제 같이 그시절이 생각난다
동기는 교련혜택을 받아 나보다 6개월 먼저 제대했고 나는 부대내에 동기하나 없이 외로운
군대생활을 33개월을 넘게 하고 집으로 돌아갈수 있었다
제대후 그와 단한번 전화 한적이 있었는데 군대시절과 달리 나보다 세살이나 많은 그에게
반말을 할수 없었고 다소 어색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다시 30년가까운 세월이 흘러 퇴근후 전철을 타러 들른 온양역 대합실에서
바바리코트에 검은 가방을 들고 나오는 키큰 중년신사와 마주쳤는데 한눈에 그임을
알수 있었지만 인사한마디도 못하고 지나치고 말았다.
그후 그가 TV 경제시사프로에 나와서 강의하는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그가 국내 유명대학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는 이제 70이 되었을테고 나도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만일 두보의 시처럼 꽃지는 시절에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40여년전 20대초반으로 돌아가 많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을것 같다
<강남에서 이구년을 만나다>
기왕의 집에서 자주 만났고 岐王宅裏尋常見
최구의 집에서 몇 번 들었지 崔九堂前幾度聞
지금 강남의 풍경이 한창 좋은데 正是江南好風景
꽃지는 시절 다시 그대를 만났구려 落花時節又逢君
- 두보 -
<추신>
위 마음과 마음의 노래 "꿈과 사랑사이"는 79년 영화 죽음보다 깊은잠에
나왔다고 합니다. 주소를 올려드리니 관심있는분들은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4NrHH3kDkd8?si=D_bNRefN8IuKY4tZ
첫댓글 그런 소중한 인연을 간직한 분인데
온양역 대합실에서 마주쳤을 때, 왜 아는 척을 안 하셨나요?
저 같으면 언능 달려가서 아는 척을 했을 텐데요.
오늘은 오전 11시부터 오산시 신장2동 통장단(36명의 통장) 회의가 끝난 뒤(12시경)
동사무소 근처의 '명부대찌개'로 통장단 전체가 점심을 먹으러 가서
다 먹고 나올 찰라 벗었던 오리털 점퍼를 입는데 뒷자석에서
아는 후배 문인을 만나(8년만에) 반갑게 악수를 나눴지요.
대학교 국문과를 나온 후배인데 변변한 직장이 없어 아이들 교육비(이혼한 상태임)는 들어가고
공사판에서 막일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어쩐지 옷 차림새가 일하다 온 작업복 차림이더라구요.
마침 통장님들과 동사무소 직원들께 내 시집을 나눠주고 한 권이 남았길레
"이번에 시집을 출간했는데 한 권 드릴까요? " 했더니
" 안 주면 섭하지요."
그래서 남은 한 권의 시집을 그 후배에게 주었더니
"짬 나는 대로 잘 읽을께요." 하면서 반갑게 받더라구요.
8년만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공사판일지라도 건강한 모습으로 아빠의 자리를 지키려
열심히 사는 그 모습이 대견하더라구요.
시집에 내 주소, 전화번호가 있으니 이제
연락하며 지낼 수 있을 겁니다
박시인님 반갑습니다
그때 저는 아내와 천안행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는 전철에서 내려 빠르게 지나갔고
우리는 그전철을 타야했기에 순간적으로 지나쳤습니다
@그산 결이야 다르지만
영화 "닥터지바고" 의 엔딩 장면이 연상 되는군요
숙명이라는 보이지않는 선으로 그어진 인연들의 한계점은 있기마련인가 봅니다 그래도 연인으로 얽힌 사연이 아니라 들 아프지 싶습니다
지나고보면 참 아쉬운 인연들이 많습니다
@함박산2 반갑습니다
지바고가 기차를 타고가다 창밖에 라라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급히 내려 쫒아갔지만 만나지 못하고 쓰러져 죽는 안타까운 장면
영화사에 빛나는 명장면입니다
우연히 수십년만에 전혀 예기치 못한곳에서 옛전우를 만났으나
서로 길이 엇갈려 아는척을 못했습니다
꾀나 성공하신 분이군요.
군 제대 후 연락하며 지내셨으면 좋았을 것을 요.
오래 전의 추억을 기억에서 끄집어 내는 것도..
삶을 풍요롭게 하는군요.
반갑습니다
그는 전형적인 모범생스타일이고 왕고참보다 나이도 많아 조금 어려웠지요
교수로 정년퇴직하고 지금도 학자의 길을 걷고 있을겁니다
그때 좋아했던 노래를 수십년만에 다시 들어보니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추억속으로
저도 빠져봅니다
왠지...
그 시절이 너무나도 정겹게
심금을 울리네요
잘 읽고 갑니다
반갑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등산다니는 모습 부럽습니다
저는 발목 아킬레스건이 안좋아 이제는 실내자전거로 운동합니다
흐르는 노래는 영화 죽음보다깊은잠 배경음악으로 나왔다 합니다
그렇게 스쳐 지나간다 해도 한번쯤은 보고싶은 사람이 몇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살다보면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고
만나고 싶어도 못만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
아~~부러워요. 좋습니다
반갑습니다
즐거운 오후되세요 !
꽃지는 시절에 다시 만나면 ..
괜히 슬퍼지는 심정 연인의 상봉을 상상하는..
살다보면 그렇게 모른체 지나치게 되는 인연이 한 둘일까요 지난 인연은 그렇게
또 그렇게 추억으로만 남겨둔채
반갑습니다
제목만 보면 젊은 시절 연인을 나이들어서 만나는 장면을 연상하실수 있습니다
고등학교때 본 두보의 강남봉이구년의 정서가 너무 좋아 인용해봤습니다
대합실에서 서로 반대방행으로 스쳐 지나갔지만 수십년전 함께 했던
동기임을 알아차리고 뒤돌아보니 벌써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