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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에 대한 인삭의 차이에서 비롯된 여러 사회 현상의 예]
(가) 내가 집이 가난해서 말이 없으므로 혹 빌려서 타는데, 여위고 둔하여 걸음이 느린 말이면 비록 급한 일이 있어도 감히 채찍질을 가하지 못하고 조심조심하여 곧 넘어질 것같이 여기다가, 개울이나 구렁을 만나면 곧 내려 걸어가므로 후회하는 일이 적었다. 발이 높고 귀가 날카로운 준마로서 잘 달리는 말에 올라타면 의기양양하게 마음대로 채찍질하여 고삐를 놓으면 언덕과 골짜기가 평지처럼 보이니 심히 장쾌하였다. 그러나 어떤 때에는 위태로워서 떨어지는 근심을 면치 못하였다.
아! 사람의 마음이 옮겨지고 바뀌는 것이 이와 같을까? 남의 물건을 빌려서 하루 아침 소용에 대비하는 것도 이와 같거든, 하물며 참으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랴.
그러나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어느 것이나 빌리지 아니한 것이 없다. 임금은 백성으로부터 힘을 빌려서 높고 부귀한 자리를 가졌고, 신하는 임금으로부터 권세를 빌려 은총과 귀함을 누리며, 아들은 아비로부터, 지어미는 지아비로부터, 비복(婢僕)은 상전으로부터 힘과 권세를 빌려서 가지고 있다. 그 빌린 바가 또한 깊고 많아서 대개는 자기 소유로 하고 끝내 반성할 줄 모르고 있으니, 어찌 미혹(迷惑)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다가도 혹 잠깐 사이에 그 빌린 것이 도로 돌아가게 되면, 만방(萬邦)의 임금도 외톨이가 되고, 백승(百乘)을 가졌던 집도 외로운 신하가 되니, 하물며 그보다 더 미약한 자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 이곡, 『차마설(借馬說)』
(나) 만일 우리가 환경 때문에 극단으로 이끌리게 되고, 그래서 극단적인 태도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나고, 또한 본래의 운명으로부터 비켜 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면, 그때 우리가 불러내야 할 미덕은 다름 아닌 절제일 것이다. 무언가를 소유하고, 능력을 갖추고, 가치를 지니는 것. 이런 것은 우리의 평안을 깨뜨리고 괴롭히게 된다.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 소유가 우리를 괴롭히는 까닭은,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궁핍을 모르게 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더욱 크게 부풀려 주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재물이 우리가 할 일을 대신하게 될 때, 우리는 스스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착취함으로써 재산을 증식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은가! (…중략…)
나는 끊임없이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은 능력을 지니고, 더 나은 가치를 지니고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같은 욕망은 인간이 존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애정이 결핍되었을 때 나타나는 결과이다. 우리를 이 같은 광기(狂氣)와 상스러운 무지(無知)로부터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곧 절제라는 태도이다.
― 피에르 쌍소,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1. 논제 해설
올해 수능이 쉽게 출제되어 변별력을 상실함에 따라 대학 나름대로 논술시험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다. 보다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평가를 통해 지적 능력이 객관적으로 검증된 수험생을 선발하기 위해 평가 항목을 늘리고 점수를 세분화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는가 하면,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특수한 문제는 피하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일반적인 문제를 출제하려는 등의 노력이 있었다.
특히 고려대는 2001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논술로 수능 점수를 뒤집은 학생이 논술 대상자 1606명중 18.6%인 2백 99명"이라고 밝혔으며, 이 학교 김성인 입학관리실장은 "논술이 수능 점수 격차를 최대 6.7점까지 뒤집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것은 고려대학을 지원한 학생들의 수능 성적 표준 편차가 모집단위별로 지난해의 1.47∼2.96점에서 0.74∼2.57점으로 크게 준 것을 감안한다면 논술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졌음을 의미한다. 수능이 쉽게 출제되어 변별력이 줄어들수록 논술의 영향력이 증대된다는 의미로 파악할 수 있다.
올해 각 대학의 논술 시험은 평이한 논제에 지적 상상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출제하여, 과거처럼 문제 자체를 이해하기 힘든 것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주제와 제시문이 평이하다고 해서 논술문을 쉽게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보편적이고 평이한 문제일수록 수험생들에게는 논리적 치밀성, 사유의 깊이와 폭이 요구된다.
고려대는 인문계와 자연계 공통으로 이곡의 <차마설>,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루돌프 폰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발췌한 글들을 지문으로 제시하여, 우리 사회에서 소유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사회 현상의 구체적 예를 들어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견해를 밝히라는 문제를 출제했다.
그러므로 '소유'에 대해 각기 상이한 입장을 갖는 세 가지 예시문을 읽고, 개인적·관념적 차원에서 성립한 소유에 대한 인식과 그것이 사회적·현실적 차원에 반영되어 나타난 사회현상과의 관계를 파악한 다음, 이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글을 써야 한다.
여기에서는 고려대에서 밝힌 출제 원칙을 요약하여 제시하고, 이 대학에 지원하여 합격한 학생의 글을 실어, 앞으로 논술 시험에 대비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길잡이가 되고자 한다.
2. 출제의도 파악
이번 2001학년도 고려대 논술고사의 주제 및 소재, 그리고 논제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주안을 두었다.
주제는 '소유'의 인식이다. 이는 세기적 전환 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共同善의 과제를 되새겨 보아야 할 시대적 요청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 20세기에 우리 나라는 국내외적으로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격동과 영욕을 체험하였다. 특히 20세기 후반에는 경제 성장을 통하여 삶의 질을 크게 높였으나, 최근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로 바뀌는 과정에서 여러 분야에서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소유'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인식 차이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소재의 선정은 위와 같은 주제에 맞게 '소유'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문헌을 대상으로 하였다. 특히 '소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발전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내용을 택하였다.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돕고자 예시문 가운데 하나는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것을 취하였으며, 그 밖의 예시문도 고교생 스스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의 교양서적을 활용하였다.
논제는 논술 주제인 '소유'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사회현상과 그 문제점을 수험생 자신이 스스로 제기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연역적 해석을 지양하고 귀납적인 논리를 전개하도록 하여 논술자의 창의성이 발휘되도록 하였다.
3. 문제해설
이 문제는 소유라는 현상에 대해 각기 상이한 입장을 갖는 세 가지의 예시문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논제가 요구하는 바는 이 세 입장을 단순히 비교·분석·비판하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논제의 핵심은 개인적·관념적 차원에서 성립한 소유에 대한 인식과 그것이 사회적, 현실적 차원에 반영되어 나타난 사회현상과의 관계의 문제이다. 구체적으로 논술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과제가 주어져 있다. 첫째 논술자는 소유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사회 문제의 구체적 예를 스스로 제시하여야 하고(문제 발견), 둘째 그 현상이 왜 문제시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문제성의 분석), 셋째 예시문에 나타난 입장들과 관련하여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여야 한다(해결방안의 모색).
4. 문제의 발견
"어떤 사회문제가 소유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는가?"하는 물음은 그 대답의 폭이 매우 넓은, 일종의 열린 물음이다. 이 물음은 다양한 답을 가질 수 있기에 어려운 물음은 아니지만, 유일한 정답이 없기에 결코 쉬운 물음도 아니다. 논술자는 사회·정치·경제·교육·종교 등 다방면의 영역에서 소유에 대한 개인적 태도의 차이와 충돌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문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예가 더 적절하고, 덜 적절한지를 가르는 하나의 기준은 있을 수 없으며, 선택의 자유는 논술자 자신에게 주어져 있다.
5. 문제성의 분석
선택된 사회현상의 문제점의 분석은 물론 어느 정도는 사회에 대해 논술자 개인이 갖는 관점에 의존할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적 평등이라는 관점 하에 사회를 바라보는 사람은 재벌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해 매우 비판적일 것이지만, 자유경쟁이라는 관점 하에 경제관계를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부의 재분배의 구조가 사적(私的) 소유권의 침해라는 더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일단 논제는 문제의 선택 및 그 문제성의 분석에 하등의 규범적 방향도 정해주지 않고 있다. 더욱이 논제가 지정해 주어야할 문제를 논술자 자신이 발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술자에게 최대한의 자유로운 사유의 공간이 열려있다. 그러나 이것이 곧 무정부주의적 답안이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논제는 명백히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이라는 구절로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절은 단순히 문제 선택의 시간적·공간적 범위의 제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출제위원들 뿐 아니라, 논술자들 대부분이 공유하고 있을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에 관한 암묵의 합의 내용을 지시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비교적 자유로운 사유의 전개를 허용하는 본 문제에 포함되어 있는 최소한의 규제 개념이다. 문제의 선택과 문제성의 분석은 바로 이 개념의 주도하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6. 해결 방안의 모색
선택되고 분석된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라는 것이 논제의 핵심적 부분이며, 따라서 논술자는 답안의 중점을 바로 이 문제에 두는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주목할 것은 논제가 해결의 시도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제한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예시문에 나타난 관점들을 검토할 것. 둘째, 해결을 위한 자신의 고유한 견해를 피력할 것. 이 두 제한은 자신의 자유로운 사유를 펼치되 자의적 사변에 빠지지 말고, 주어진 견해를 참조하되 모방적 반복은 피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논제가 '근거하여', '토대로 하여' 등의 표현이 아니라 구태여 '검토하여'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이다. 즉 논술자는 주어진 세 지문의 검토를 통하여 그중 하나, 둘 혹은 세 입장 모두를 취할 수 있을 뿐더러, 나아가 세 입장 모두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하여 예시문에는 나타나 있지 않은 제4의 입장 또한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입장은 논제가 명백히 지시하듯이 세 입장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해 도출된 것이 아니면 안 된다. 논술자는 자신의 견해를, 예시문과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 관련을 통해, 그리고 실제의 현실에의 고려를 통해 논술하여야 한다.
7. 예시작1 강평
예시작1은 서론에서 논제가 요구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제시하여 논점을 분명히 한 점, 이를 본론에서 구체적으로 해명하는 과정을 거쳐 결론을 이끌어 내어 논리적으로 유연하게 연결한 점, 논제가 요구하는 세 가지 내용을 빠짐없이 논의한 점이 돋보이는 글이다.
(1)단락은 서론으로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①소유 개념이 중요 가치로 대두됨, ②소유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부정적 양상이 발생함, ③긍정적 해결방안을 제시문을 통해 찾을 수 있음을 들었다. ①은 논의의 필요성을 부각한 내용이며, ②와 ③은 논제에서 요구하는 논점을 제시한 내용인데, 본론에서 언급할 내용들을 직접 제시함으로써 좋은 평을 받을 수 있겠다.
(2)단락은 소유에 대한 인식 차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의 구체적 현상으로 '임금 인상을 위한 노사 분규'를 들고 이를 잘 구체화하고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소유에 대한 인식 차이로 인해 분쟁이 일어나며, 이러한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지 못했을 경우 우려되는 점으로 서로에 대한 불신감과 분열을 들었다.
(3)단락은 제시문에 나타나는 관점을 검토하여 해결 방안을 모색한 단락이다. 제시문에 나타난 관점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제시하고 있다.
위와 같이 예시작을 분석한 결과를 가지고 논제에서 요구하는 점이 충실하게 진술되었는가를 검토해 보자. 첫째 논술자는 소유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사회 문제의 구체적 예를 스스로 제시하였는가? 둘째 그 현상이 왜 문제시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는가? 셋째 예시문에 나타난 입장들과 관련하여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했는가?
첫째 질문에 대한 해답은 (2)단락에 잘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둘째 질문에 대한 대답도 (2)단락에 함께 제시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 단락은 논제에서 요구하는 두 가지 내용, 즉 소유 인식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구체적 사례들을 연관지어 제시하는 단락과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를 분석하여 제시하는 단락으로 구분하여 진술해도 무관할 것이다. 그러나 셋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명확하지 않다. 제시문에 나타난 소유에 대한 인식의 관점은 정확하게 분석하여 제시하고 있으나, 자신의 견해가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논제에서 요구하기를 "예시문에 나타난 관점들을 검토하여 문제 해결을 위한 자신의 견해를 밝혀라"고 했으므로 (3)단락의 내용은 제시문들의 관점을 검토한 다음, 자신의 견해를 중심으로 진술해야 한다. 이 글은 논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빠짐없이 논의하였지만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드러내지 못한 것이 흠으로 지적될 수 있는 글이다.
이와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논술문을 작성하는 학생들은 논제가 요구하는 바를 명확히 진술하기 위해 논제를 몇 개의 의문문으로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쓴 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논제에 충실히 반응하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예시작1]
경제가 사회 구조의 중심 축으로 인식되면서 개인의 소유 정도는 더 많아지게 되었다. '소유'라는 개념이 인간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된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가치관에 바탕을 둔 소유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차이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게 되고, 현 사회의 병리 현상 가운데 이와 관련되지 아니 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시문의 글은 갈등 해결을 위한 긍정적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소유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충돌 중에는 부의 재분배에 관련된 것이 많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임금 인상을 위한 노사분규도 바로 부의 재분배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분쟁이다. 소유는 곧 사유 재산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는 사용자는 기업의 이익을 노동자에게 분배하길 꺼리게 마련이다. 기업 이익을 노동자를 위해 재분배하는 것을 사적인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하는 것이다. 반면에 노동자는 기업의 이익을 공동의 소유로 여기고 모두에게 골고루 분배되길 원한다. 경제적 평등을 달성할 수 있는 소유만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소유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발생하는 노사 분규는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생존과 직결된 각기 서로 다른 계층의 상이한 시각은 좁혀지기 힘들다. 원만히 해결되지 못한 분쟁은 서로에 대한 불신감을 가중시키고 분열을 가속화시킬 따름이다.
소유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제시문에서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이곡은 <차마설>에서 소유할 때의 적절한 마음가짐을 제시했다. 우리가 가진 것은 모두 빌린 것이니 집착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빌림'이란 단순한 차용의 의미가 아니라 타인의 힘과 도움을 받아 이루어진 결과를 뜻한다. 즉 소유를 모두의 노력의 결과로 여기는 태도를 바람직하게 여기는 것이다. 내 것만 중히 여기고 집착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이러한 태도가 주는 교훈은 크다. 제시문 <나>에서 피에르 쌍소는 절제의 미덕을 강조했다. 무분별한 소유욕을 억제하고 평안을 유지하여 극단적 태도를 막는 것은 절제라는 덕목밖에 없다는 것이다. 희소한 자원을 조금이라도 더 소유하기 위해 타인에게서 빼앗고 착취하는 현 상황에서 '절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절대적 요건이 될 것이다. 제시문 <다>에서는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소유의 조건이 제시되어 있다. 바로 신성하고 건전한 노동을 통해 얻어진 소유를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땀흘린 대가로 얻어진 소유만이 값지고 가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불로소득을 꿈꾸며, 부정부패와 뇌물이 판치는 세태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를 제시해 준다.
법정스님은 <무소유>에서 소유에 대한 깨달음을 제시했다. 가질수록 속박되고 많이 버릴수록 자유로워진다는 무소유의 역리를 깨달은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소유욕은 무한하기 때문에 만족될 수 없다. 또한 과도한 소유욕은 물질 문명의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보다 인간적이고, 정신적인 가치를 중시하고, 부가 사회적 산물임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소유를 모두의 노력의 결과로 여기고 무분별한 소유욕을 절제하며, 신성한 노동을 통해 얻어진 소유를 정당하게 여기는 태도가 요구된다.
[예시작2] (성일여고 3년 박예나 - 고려대 정경학부)
이솝우화 중에 '서울쥐와 시골쥐'라는 이야기가 있다. 먹을 것 많은 서울쥐보다 가난하지만 마음 편한 시골쥐가 행복하듯, 물질만의 풍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이 우화의 교훈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불행하게도 이러한 교훈을 잘 알지 못한다. 물질 만능주의의 풍조 속에서 현대인은 끊임없이 더 소유하려고만 하는 물질 문명의 노예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같은 현대인의 소유욕은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문제를 초래한다. 먼저 과도한 소유욕은 경제 구조를 왜곡시킨다. 인간이 건전한 노동을 통해 부를 축적하려 하지 않고 서로 더 가지려는 욕구만 앞세운다면 그 사회의 경제 질서는 바로 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나라의 한탕주의 풍조에서 잘 드러난다. 작년 사회적 쟁점이 된 일부 벤처기업가들의 도덕성 상실에서 볼 수 있듯 현대인은 그저 한탕에 일확천금을 얻으려고 한다. 이러한 잘못된 소유욕은 열심히 일하는 건전한 노동자의 의욕을 꺾고, 경제 질서를 무너뜨린다. 뿐만 아니라 소유욕은 모든 관계를 물질적 가치로 환원시키기 때문에 참다운 관계 구축을 어렵게 만든다. 그리하여 인간까지도 물량화시키는 소유욕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는 아버지를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사회 제반의 문제는 인간의 소유 양식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인간이 점차 존재가 아닌 소유에만 집착해 감을 지적한 바 있다. 프롬의 말처럼 현대인은 모든 관계를 물질적 가치로 계산하여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한다.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경제 이데올로기는 인간으로 하여금 계속하여 소유하고 소비하게 만든다. 이러한 순환으로 인하여 인간은 본래의 존엄한 가치를 잃게 되고 사회 제반에는 물질 문명의 병폐가 야기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먼저, 인간은 물질적 가치보다 중요한 인간적 가치를 찾아야 한다. 정신없는 물질의 풍요가 무의미하듯, 보다 중요한 다른 가치를 잃게 만드는 소유욕은 결코 바람직할 수 없다. 이를 이해 할 때, 피에르 쌍소가 말하는 절제의 미덕도 실현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진 자들은 부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부는 개인의 노력이 아닌 노동자와 기업주의 협력에 의해 창출되는 사회적 산물임을 생각한다면 이는 필연적이다. 가진 자가 이를 깨달을 때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어느 것이나 빌리지 않은 바가 없다'는 차마설의 경구가 진실로 다가올 것이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의 기쁨을 역설한 바 있다 오히려 가진 것을 내놓음으로써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은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소유욕은 무한하기 때문에 만족될 수 없다. 또한 과도한 소유욕은 물질문명의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는 보다 인간적이고, 정신적인 가치를 중시하고, 부가 사회적 산물임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물질 문명의 병폐는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교수님 한학기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