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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 본문내용
부활(復活) 싸늘한 바람이 휭하니 불어와 누런 황토먼지를 피워 올렸다. 여기저기 잡초까지 덤성덤성 나 있는 이 시골길위에는 지나가는 이도 하나도 보이지 않아 그러던 어느 순간 관도 한쪽에 큰 가마 하나가 나타났는데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던지 마치 관도 위를 날아오는 듯 했다. 그들에게는 한 사람의 일행이 더 생겼는데, 바로 진주언가에서 잡아온 언호심이란 자였다. 수라마왕은 언호심의 말을 모두 듣고 보니 그 모든 일의 원흉이 가주인 언철심임을 알고는 통탄했다. 무슨 일이 있었어도 그만은 죽였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사강룡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큰 위안이 되었다. 언호심은 사강룡이 태어났을 때부터 자라온 과정까지 모두 소상히 알고 있었다. 사강룡에 대한 언호심의 이야기들 중 수라마왕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사강룡이 처음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검을 잡았다는 내용이었다. 언호심으로서는 귀찮기 그지없었지만 이 때문에 그의 목숨이 아직까지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죽음을 당했거나, 지금도 언호심은 수라마왕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리면서 사강룡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거운 가마를 들고 하지만 수라마왕등은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고, 호흡도 전혀 거칠어지지 않았다. 언호심은 내심 오마왕들의 심후한 내공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마왕들이 쉬지 않고 달려 하북성 당산 부근에 도착할 무렵, 그곳에는 홍소미가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홍소미는 개방 제자들로부터 수시로 보고를 받으며 오마왕들의 행적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기에 그들을 당산 인근에 있는 동리라는 동리는 바로 그녀가 마대위, 북궁웅비를 호남성에서 처음 만난 후, 암중세력에 의해 멸문한 천약문의 후예인 두사빈을 우연히 오마왕들이 이곳 동리에 도착한 순간 홍소미는 이미 개방의 제자들로부터 보고받고,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선두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던 혼세마왕이 관도 한가운데 턱하니 서있는 홍소미를 발견하고는 가마를 멈추게 했다. 혼세마왕이 으스스한 눈빛으로 홍소미를 노려보며 물었다. “웬 계집이냐?” 철석담장을 지닌 호한이라도 혼세마왕의 눈빛을 보면 오금이 저릴 텐데 홍소미는 가벼운 미소까지 지으며 깊숙이 읍을 했다. “혼세마왕 노선배님을 뵙게되어 영광이옵니다. 소녀는 개방의 홍소미라 하옵니다.” 혼세마왕의 두 눈에 이채가 스쳤다. 그가 수라마왕등을 바라보았다. 언가에서 혈사를 일으켰을 때, 이미 정체를 드러낼 각오를 했던 일이었다. “태원에서의 일을 따지고자 왔느냐?” 그는 수라마왕이 태원에서 이성을 잃고 개방도 한 명을 심하게 고문했던 일을 상기했다. 그리고 그 일 때문에 개방에서 길을 가로막고 홍소미가 그들의 내심을 알아차렸는지 두 팔을 살짝 벌려 보이더니 다시 말했다. “저 혼자 왔습니다. 본방의 태원분타주에게 손을 좀 심하게 쓰시긴 하셨더군요. 하지만 응급치료 또한 워낙 훌륭하게 해 주셔서 말을 마친 그녀는 만독혈왕을 향해 깍듯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천하제일방이라는 명성이 무색치가 않구나. 역시 개방이야.’ 그때 홍소미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혹시 목적지가 신독문이라면 가실 필요가 없어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만독혈왕의 신형이 마치 그 자리에 있기라도 한 듯 홍소미의 코앞에 나타났다. “그게 무슨 소리냐?” 홍소미가 반걸음 정도 뒤로 물러서며 대답했다. “신독문은 이제 그곳에 있지 않아요.” 만독혈왕이 한동안 홍소미의 두 눈을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신형을 날려 사라졌다. 아마도 신독문으로 직접 달려가 확인해보려는 듯 했다. 다행히 그곳에서 신독문까지는 작은 산하나만 넘으면 되는 거리였고, 만독혈왕의 무공을 생각한다면 한식경 정도면 충분히 갔다 올 수 있었다. 홍소미는 만독혈왕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목을 길게 빼고는 가마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혼세마왕이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시선을 가로막으며 눈을 부라렸다. “혹시 가마에 계신 분이 비천신룡 선배님…, 헉!” 그녀는 말을 채 끝마치지도 못하고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감히 그분의 명호를 함부로 입에 담다니…, 간이 배밖에 나왔나 보구나.” 홍소미가 급히 머리를 숙였다. “죄, 죄송해요. 그럼 혹시 저분이 마대위소협에게 대력금강기를 전해주신 대종사님이신가요?” 혼세마왕은 그녀의 입에서 마대위의 이름이 나오자 안색이 다소 풀렸다. “그 녀석을 아느냐?” 홍소미가 생긋 웃었다. “물론이에요. 아마 마소협이 처음 강호에 나와서 사귄 친구 두 사람 중 한명이 바로 저예요.”순간 수라마왕이 갑자기 나서며 물었다. 수라마왕은 마대위가 사강룡을 데리고 갔다는 말을 들었는지라 마대위의 행방만 알면 손자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물었던 것이다. “그건……. 자세한 이야기는 만독혈와 노선배님께서 오시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혼세마왕등은 그녀의 표정에서 마대위에게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마대위가 크게 잘못되었으리라는 수라마왕은 사강룡의 안위가 걱정스러워 당장이라도 홍소미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잠시 참기로 했다. 홍소미의 예측대로 만독혈왕은 한식경이 지나자 돌아왔다. 그의 표정은 붉게 상기되었고 두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이냐? 당장 말하지 않는다면 팔을 뽑아버리마.” 홍소미가 고통에 찬 신음성을 흘리자 혼세마왕이 나섰다. “이보게. 그러다 애 잡겠네. 일단 팔부터 놓고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세. 설마 우리들 앞에서 거짓말이야 하겠는가?” 만독혈왕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수라마왕까지 나서서 만류하자 그제서야 이성을 찾고는 홍소미의 맥문을 놓아주었다. 홍소미는 자신의 손목을 어루만지며 울상을 지었다. 빨간 손자국이 그대로 나 있었을 뿐 아니라 내공에서 만큼은 대단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저를 따라오세요. 객잔을 예약해 두었어요.” 혼세마왕이 만독혈왕 대신 가마를 졌고, 만독혈왕은 홍소미와 함께 터덜터덜 걸어갔다. 잠시 후, 이들은 동리에서 가장 큰 객점으로 들어갔는데, 이미 홍소미가 손을 써놓았는지 손님이라고는 단 한명도 없었다. 오마왕과 홍소미가 하나밖에 없는 탁자에 가서 앉자 경장을 입은 앳된 여인 두 명이 차를 가지고 나왔다. 화장기가 전혀 없는 얼굴에 그녀들은 홍소미와 오마왕들을 향해 고개를 깊숙이 숙인 후, 조심스러운 태도로 탁자위에 차를 내려놓았다. “수고했다. 너희들은 이제 밖에 나가서 기다리거라. 그리고 내가 명령할때까지 그 누구도 이곳에 들어와서는 아니 될 것이다.” 두 여인은 홍소미와 오마왕들에게 다시한번 허리를 숙인 후 총총히 물러갔다. 홍소미는 자신이 먼저 차를 마신 후, 오마왕들에게 같이 마시도록 권했다. 하지만 비천마왕만이 차를 홀짝였을 뿐 모두들 홍소미의 입만을 뚫어져라 응시할 뿐이었다. 그녀가 가볍게 미소를 지은 후, 가마 옆에 엉거주춤 서있는 언호심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가의 선배님도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언호심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혼세마왕등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나 가벼운 파공음과 함께 그가 힘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마루바닥에 꼴사납게 널브러져있는 언호심을 바라보며 홍소미는 내심 혀를 찼다. 명문세가의 선배라면 저런 모습을 보일 바에야 차라리 홍소미는 즉시 마대위와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이르는 모든 일에 대해서 비교적 솔직히 말해주었다. 근 한시진에 이르는 이야기였지만 오마왕들은 홍소미의 이야기를 모두 듣자 당금 무림의 혼란이 바로 사마들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알고는 이를 갈았다. 혼세마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지금 대위와 강룡이란 아이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냐?”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라마왕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꼭 찾아야 한다. 천하를 샅샅이 뒤져서라도 찾아야 해. 아니지. 개방만 믿고 있을 수는 없지. 내가 직접 나서야겠구나.” 사실 수라마왕으로서는 당장이라도 사강룡을 찾아야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사강룡은 그에게 있어 세상에 단 하나 남은 친인이자 문파의 유일한 전인이 아닌가. “노선배님. 그 일은 저희 개방에 맡겨주세요. 저희가 꼭 찾아내겠습니다.” 수라마왕은 잠시 홍소미를 바라보았다. 천하에 개방에서 찾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는 지금으로서 최선의 방법은 홍소미를 믿는 “꼭 찾아주게. 자네만 믿겠네.” 홍소미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마라는 공동의 적을 공유하는 이상, 그 점에 있어서만은 충분히 협력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홍소미는 곧이어 사마들이 오마왕과 정파의 공동지적(共同之敵)이라는 전제를 바탕에 두고 짜온 일련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이어지던 그녀의 말이 끝나자 오마왕들 중 그나마 계략에 가장 밝은 비천마왕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놈들은 아직 만년옥장인가 뭔가 하는 영약을 노리고 있을 게 분명하고, 따라서 독충노괴의 뒤를 밟아 신독문의 비밀 비천마왕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과연 사마놈들이 직접 그곳으로 올까? 수하들만 보내도 충분할 것 같은데.” 홍소미가 가마쪽을 슬쩍 스쳐본 후 말했다. “만약 대종사님께서 깨어나셨다는 말이 그들의 귀에 들어간다면…….” 순간 오마왕들 모두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만약 그녀의 말대로 대종사가 깨어난다면 사마들로서는 친히 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마왕들은 대종사를 미끼로 쓴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사마들을 일망타진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계획은 없다는 데 “자네는 잠시 나가 있게. 우리들끼리 이야기를 좀 해야겠네.” 그녀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고개를 숙인 후, 밖으로 나갔다. 오마왕들의 이야기는 길어져 근 반 시진 넘게 밖에 서 있어야 했다. 하지만 홍소미는 조금도 지겨워하지 않았다. 마침내 오마왕들의 의논이 모두 끝났고, 그녀는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들 굳은 표정이어서 홍소미는 내심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우리들은 신독문의 비밀거처로 갈 거네. 물론 사마놈들이 우리들을 찾아올 수 있도록 정보를 흘리는 일도 허락하겠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홍소미가 벌떡 일어나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용단에 감사드립니다. 최선을 다해서…….” 혼세마왕이 돌연 우수를 들어올려 그녀의 말을 멈추게 한 후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신독문의 비밀거처에 도착하는 순간부터는 대국을 우리들이 주제하겠네. 그리고 사마놈들을 일망타진하는 즉시 정파와는 깨끗이 헤어지겠네. 만독혈왕이 즉시 전음으로 홍소미에게 뭔가를 이야기하는 듯했다. 그러자 홍소미가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랬었군요. 그렇게 멀리까지 갔다니……. 본방이 찾지 못했던 것이 납득이 가는군요. 그럼 노선배님들께서는 먼저 그곳으로 가시도록 하세요. 그녀는 즉시 일어나 오마왕들에게 포권을 한 후, 신형을 날렸다. 그들은 이제 단 한번의 싸움만으로 모든 은원을 종결지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 눈을 감고 있었지만 주위의 경물은 마치 심상에 아로새겨지듯 맺혔다. 그건 단순히 눈으로 ‘본다’는 것과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동식물들이 양분이나 먹이를 섭취하며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모든 움직임들이 생존을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면, 바위에게는 단지 움직이지 않고 따라서 존재의 문제만 따진다면 어느 쪽이 더 훌륭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건 단순히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굳이 가치를 따진다면, 마대위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바위조차 이처럼 훌륭한 생존법을 터득하고 있는데 그보다 더 오래 존재해 온 산, 그는 만물이 하나의 모태에서 태어난 형제요 자매임을 깨달았고, 그 속에서 자신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결국 마대위의 깨달음이 여기까지 이르자 굳이 내공을 운용하지 않아도 순리를 찾아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그 기운은 마대위의 그 기운들은 움직임에 있어 장애가 전혀 없었다. 마대위가 그냥 머리에 떠오르는 데로 적양신공을 운공하거나, 마대위의 몸은 허공으로 반장 가량 떠오른 채, 벌겋게 달아올랐다가 차갑게 얼어붙기도 하고, 또 때로는 칠흑과 같은 검은 빛을 띠기도 했다. 오마왕이 보았더라면 세 가지 신공 모두가 대성을 이루었다고 감탄할만한 성취였지만 마대위는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그건 그 사람의 마음의 한계에 따라 동일한 성취가 10성이 되기도 하지만, 또한 1성밖에 이루지 못한 것이 되기도 한다. 그건 오마왕들에게는 무학의 성취가 한계에 다다라 더 이상 뻗어나갈 수가 없지만, 마대위는 무한한 대자연의 세계를 보았기에 마대위는 현재의 상태 그대로 영원히 깨어나지 않고 싶었다. 대종사처럼 자신도 생존에 필요한 기를 자연속에서 얻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고, 아마도 향아가 찾아와 그를 깨우지 않았다면 마대위는 그 바위위에서 돌이 되어버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아저씨!” 향아의 목소리에 마대위의 두 눈이 마침내 뜨였다. “아저씨, 할아버지는요?” 마대위는 황노인의 영혼이 이미 육신의 탈을 벗고 대도의 세계로 날아가 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향아에게 그대로 말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마대위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향아. 할아버지는 멀리 가셨어. 아마 돌아오시려면 오래 걸리실 거야. 그러니까 이제 이 아저씨하고 같이 있자.” 향아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정말이야? 그럼 할아버지는 언제 돌아오셔?” 향아는 마대위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눈물을 닦고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응. 알았어. 그런데 아저씨 얼굴이 너무 달라진 것 같아. 보기만 해도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걸?” 마대위가 시익 웃으며 향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래. 그럼 향아는 이 아저씨하고 여행이나 좀 다녀올까?”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나란히 강가를 걸어갔다. 마대위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숙님…….’ 그의 눈가에 반짝이는 물기가 스쳐 지나갔다. @@@ 홍소미를 비롯한 무림맹의 특사단이 비밀리에 천외패황궁을 방문하고 패황을 만난 후 돌아온 후에도 두 세력간의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소림과 무당은 정예 무인들을 계속 내보내 요동의 천외패황궁 본진의 힘이 제령의 세력과 만나지 못하도록 갈라놓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있었다. 처참한 참극으로 이어지는 싸움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그건 양 측의 수뇌부들이 서로의 힘의 균형을 생각해가며, 전장의 상황을 교묘하게 조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그 가운데, 마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운남성을 벗어나 북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교는 감숙성 남부지역에 교두보를 확보한 후, 그곳에 똬리를 틀고 앉았다. 게다가 운남성으로부터 새로운 고수들이 속속 도착했고, 누군가 이들을 막지 않는 한 감숙성에 조만간 마교의 분타라도 하나 생겨날 상황이었다. 이처럼 정파가 가만히 있으니 감숙성의 패자임을 그러나 공동파를 봉문에 가까운 타격을 입힌 막강한 힘을 가진 혈사방이었지만 그곳에 진출한 마교도들을 몰아내지는 못했다. 결국 마교도들은 야금야금 혈사방의 세력권을 잠식해 들어가기 시작했고, 혈사방은 공동파와 마교도들 사이에서 웅크려들 수밖에 없었다. @@@ “이게 어찌된 일인가! 마교 놈들이 갑자기 감숙성으로 쳐올라가다니! 은영대 아이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런 정보 하나 제대로 파악치 못하고.” 천외패황궁의 태상장로이자 사마의 수괴인 광뢰마 단벽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자신들이 수십년 간 키워왔던 최후의 힘이 지금은 혈사방이라는 껍질을 쓰고 있지만 때가 무르익으면 순식간에 사천성으로 밀려내려가 정파들을 쓸어버릴 작정이었는데, 광뢰마 단벽의 두 눈에서 순간 푸른 전광이 일렁였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흉악하여 지옥의 마왕이 현신한 듯 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온 세상을 태워버리고 싶은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동시에 두 손에서 전광이 흘러나와 탁자를 강타하자 새카맣게 타서 재가되어버렸다. “음!” 그가 신음성을 흘리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단벽은 뭔가 깊은 근심이라도 있는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무상광천뢰공을 대성하는 순간 이 같은 인간적인 감정들은 이미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역시 그게 필요 한가…?” 천하최강의 무공인 무상광천뢰공의 극강한 기운을 식혀줄 유일한 것. 바로 만년옥장이다. 그는 무공을 대성하는 순간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위력이 강한 무공을 익힌 만큼 그 해악도 적지 않다. 처음에는 거의 보이지 않던 해악이, “만년옥장부터 구해야겠군…….” 새파랗게 빛나는 그의 두 눈에서 또다시 전광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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