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와 함께하는 감사 나눔회
2023년 사회사업 1팀에서는 사례 발표회를 팀 목표 중 하나로 정했습니다. 여러 기관에서 진행하는 사례 발표회에 매년 참여하고 있지만, 기관 실무자들만 모여 나누는 자리보다는 당사자를 모시고 하는 사례 발표회를 꿈꿨습니다.
23년도 2월부터 매주 팀원들과 함께 ‘곡선의 시선’을 읽었습니다. 와닿거나 우리가 돕고 있는 당사자 사례에 적용해 볼 만한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그중 임장현 선생님의 ‘당사자와 함께하는 감사 평가회’를 읽게 되었습니다. 사례 발표회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며 읽었습니다.
“당사자가 함께한 1년을 이웃들과 같이 되돌아보고 웃음과 눈물로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 당사자가 다음 한 해를 살아가는데 또 다른 힘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더 잘 살아볼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곡선의 시선(2) '당사자와 함께하는 감사 평가회' 509p-
임장현 선생님께서 ‘당사자와 함께하는 감사 평가회’를 통해 당사자가 얻기를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셨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한 줄 한 줄 밑줄 치며 배웠습니다. 막연하게 세웠던 생각들을 다듬었습니다. 앞서간 선생님들의 실천에 감사했습니다.
당사자와 함께하는 사례 발표회.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팀원들과 머리를 맞댔습니다. 선행 사례를 보며 팀원 모두가 상상한 모습은 많은 분을 모시고 하는 발표회보다 소박하게 모여 앉아 추억 감사 희망을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생각하며, 함께하는 당사자가 이 활동을 잘 이해하실 수 있도록 활동 이름을 감사 나눔회로 정했습니다.
부제도 정했습니다.
“아름답다는 나답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해요. 아름다운 날. 나다운 날.”
현영 선생님의 말이 의미 있게 들렸습니다. 누구든 나다울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나다운 것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처한 상황에 따라 때때로 나답지 못할 때가 있는데, 이 시간은 나답게 잘해온 일을 서로 격려 응원 감사하기를 바라며 ‘아름다운 날’로 정했습니다.
장소도 살폈습니다. 복지관에도 좋은 공간들이 많이 있지만, 누구나 연말 모임 하듯 지역사회 안에서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웃 동아리 주민이 운영하시는 따뜻한 분위기의 카페 두 곳과 마을 기관에서 운영하는 공유 공간이 떠올랐습니다. 팀원들과 함께 장소를 둘러보며 그 시간을 상상했습니다. 서로 마주 보며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마을 공유 공간이 적합했습니다. 담당자에게 부탁드렸습니다. 허락해 주신 담당자분에게 감사드렸습니다.
그 시간에 나눌 이야기 주제도 생각해 봅니다. 편하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쉬운 질문부터, 추억 강점 희망 감사를 잘 나눌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질문까지 준비합니다.
“한 해 시도했던 일을 묻는 건 어떨까요?”
어떤 일을 이루었는지, 그 일을 어떻게 이루었는지에 대한 칭찬 응원 감사만 생각했는데, 어떤 일을 시도한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다솔 선생님 마음이 깊습니다. 그렇게 질문들을 다듬었습니다.
감사 나눔회는 발표회나 행사 같은 모습이기보다는 여느 사람들이 연말 모임 하는 모습처럼 모여 앉아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기를 바랐습니다. 당사자가 한 해 동안 이루었던 일을 나누며 자랑하고 힘을 얻는 시간, 축하 축복 응원 격려가 가득한 시간이기를 바랐습니다. 당사자가 그 일을 이룰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거나 돕고 나누신 분들에게 감사하며 그 관계를 생동하게 하는 일이길 바랐습니다. 당사자와 담당자 간에 서로 응원 감사하며 감동하는 시간이기를 바라며 준비했습니다.
초대장을 가지고 이상본 어르신 댁에 방문했습니다.
“어르신, 초대장 드리려고 왔어요!”
“초대장예? 이게 뭡니까?”
이상본 어르신은 한 해 여러 일을 시도하며 이루셨던 일이 있습니다. 어르신과 함께했던 일들을 하나씩 이야기 나누며 이 이야기들을 감사 나눔회에서 같이 나눠주실 수 있는지 부탁드렸습니다. 어르신은 손가락으로 코끝을 훑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그게 뭐라고, 언제 예?”
“12월 27일 오후에 해요. 어르신과 꼭 같이 가고 싶어요.”
“한번 가보지 예.”
감사 나눔회 당일, 네 분의 당사자분이 마을 공유 공간으로 오셨습니다. 서로 소개하고 인사 나눴습니다. 오늘 모임에 대해서 설명하고, 서로 알아가실 수 있는 작은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돌아가며 서로 묻고 대답했습니다. 박수와 환호가 오갑니다. 점점 표정이 밝아지고 목소리가 커집니다.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고 속도감 있습니다. 즐겁습니다.
이어서 한 해를 돌아보며 자랑할 만한 일, 시도했던 일, 함께하거나 돕고 나누며 감사했던 일을 나눴습니다.
“입이 떨렸는데 이제 멈췄어요. 이사도 하고 안정되니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아요.”
“옆집 아주머니가 늘 도와줬어요. 평생 못 잊죠. 고마운 분이에요.”
“기회가 되면 저도 돕고 싶어요. 저도 이제 나눠야죠.”
“제 아들이 지금 고등학생인데 이제 졸업해요.”
“일을 해야 하는데 몸이 좋지 않아서 쉽지 않아요. 그래도 몇 군데 계속 가보고 있어요.
“저는 올해 아이들을 도와줬던 기억이 있어요. …모두가 같이 사는 거니까요.”
“주변에 도움으로 올해 이사하게 됐어요. 이전보다 집이 넓어져서 아이들도 좋아해요.”
“제가 올해 감사할 일이 많아요. 옆에서 도와주신 분들 참 고맙습니다.”
“혼자 해결하려고 했던 저에게 손 내밀어 주는 주변 사람들이 많았어요. 감사해요.”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떻게 그렇게 이뤄갈 수 있었는지 묻었습니다. “와~” 하며 감탄합니다. 비슷한 경험을 서로 나누며 공감 지지 격려하셨습니다. 알고 있는 지식 정보 나눴습니다. 속상한 일은 따뜻한 말을 보태며 위로하셨습니다. 마치 알고 지냈던 분들처럼 나누는 자연스러운 그 모습이 감동됩니다.
내년에는 어떤 일을 이루고 싶은지 목표도 적어보고 나눴습니다.
“내년에는 동네 친구를 만들고 싶어요.”
“아들 졸업식에 꼭 가서 축하해 주고 싶어요.”
“올해는 적금도 가입해 보려고 해요.”
“내년에는 꼭 이사 가야죠.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
“1월 1일 가족들과 일출 보고 싶어요. 남편에게 이야기했어요!”
사례 당사자분이 먼저 소감과 목표를 나눠주시면 짝꿍 담당자도 소감과 목표를 나눴습니다. 진심으로 그 일을 잘 이뤄가실 수 있도록 서로 안아주고 축복 응원 격려했습니다. 당사자분께서“오늘 참 행복하다.” 하셨습니다.
당사자께서 자신의 강점, 잘한 일을 자랑스레 이야기하며 감사했습니다. 이루고 싶은 일을 이야기하며 축복 응원받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도 함께 기뻤습니다. 아직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고 어려움이 있지만, 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하며 지지 격려 칭찬 감사를 나눈 오늘의 경험을 통해 당사자가 힘을 얻었기를 바랍니다. 문제가 있고 어려움이 있어도 살만하다 하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다면....
당사자와 함께한 감사 나눔회. 다시 한다면 장소 섭외, 장소 꾸미기, 다과 준비, 이웃 초대까지 당사자의 일이게, 당사자와 함께 해보면 좋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나누는 감사를 통해 살아나는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관계만을 생각했었는데, 그 활동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관계를 살려 이루는 것을 생각해야겠습니다. 당사자의 관계를 살려 이 활동을 이루도록 돕고, 이 활동으로 당사자의 관계가 살아나도록 도와야겠습니다.
첫댓글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셨을지 조금은 알 수 있기에 그 진정성에 놀랍니다. 당사자와 함께 했을 나눔회가 모두에게 행복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