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음미(吟味)’는 시가(詩歌)를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며 감상하는 것을 말합니다.
‘음(吟)’이 시를 읊는다는 뜻이잖아요.
한시(漢詩)는 시상(詩想)이 떠오른다고 쉽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구(字句)의 뜻과 함께 평측(平仄), 압운(押韻) 등 형식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하거든요.
시를 나지막이 낭송하면서 청각 등 감각기관을 동원해
그 완성도를 ‘씹고 뜯고 맛보는’ 과정이 음미의 본래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에도시대에 재판의 심리(審理)에 해당하는 행위를 음미(일본어 발음 ‘긴미’)라고 하였습니다.
‘긴미스지(吟味筋)’는 관청이 주재하는 재판, ‘긴미가타(吟味方)’는 담당 관리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시를 감상한다는 원뜻으로부터 사물이나 현상을 철저히 파헤치고 조사한다는 뜻이 파생된 것이지요.
인식 대상을 심층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생각의 깊이를 더한다는 의미로 읽습니다.
음미의 반대말로는 ‘우노미(鵜呑み)’가 있습니다.
우(鵜)는 가마우지를 말합니다.
우노미는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통째로 삼키는 모습을 빗댄 말로,
사물이나 현상의 실체, 실상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덥석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일본에는 가마우지의 이러한 습성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우카이(鵜飼)’라는 낚시법이 있습니다.
목줄을 맨 가마우지가 자맥질을 하여 물고기를 삼키면
어부가 그를 토해내게 하여 수확을 챙기는 것으로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넘치는 정보 속에 그럴듯한 가짜 뉴스까지 기승을 부리니
무엇을 믿어야 할지,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매일같이 판단력이 시험에 드는 세상살이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남이 던져주는 정보를 가마우지처럼 덥석 물다가는
남 좋은 일이나 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요.
제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말자 야당은 길거리 정치활동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서울역에서 용산뜨락에서 외치는 구호들은 소음에 가깝지만 민생에 직접 연관되지는 않습니다.
어쨌거나 성급한 결론을 피하고 눈앞의 정보를 찬찬히 음미하며 부화뇌동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그나마 낭패를 줄이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을 음미해야 할 필요성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