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라고 신분을 밝힌 45명이 29일 중국 베이징 캐나다 대사관 진입을 시도, 1명은 공안에 체포되고 44명은 진입에 성공해 한국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45분쯤(현지시각) 베이징 소재 캐나다 대사관 담장을 철제 사다리를 이용,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탈북자 44명이 한꺼번에 외국 공관 시설에 진입한 것은 사상 최대 규모로, 지난 1일 베이징 일본국제학교에 진입한 29명보다 15명이 많은 숫자다. 이에 따라 탈북자들의 대규모 외국 공관 진입이 한 달 사이 두 차례나 성공, 탈북자들의 집단적인 한국행 시도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자유를 향하여
탈북자 45명이 2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와이다(外大)가에 있는 캐나다 대사관 담장을 철제 사다리를 이용해 필사적으로 넘어가고 있다. 일부는 작업하는 근로자 복장으로 위장했다./제보자 제공
이날 캐나다 대사관으로 진입한 탈북자는 남자 17명, 여자 27명 등 모두 44명. 그중 두 쌍의 모자(母子), 한 쌍의 모녀, 10대 남매, 외할머니와 외손자 등 다섯 쌍의 가족이 포함돼 있다. 탈북자 중에 정치범 수용소 출신인 2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모(31·남)씨는 기관사로 일하다 북한 당국에 체포돼 요덕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중 탈출했다. 또 김모(38·여)씨는 전 가족이 함북의 한 정치범 수용소에 수용돼 있었으며, 가족이 수용소에서 죽는 것까지 직접 목격했다고 했다.
또 다른 김모(66·여)씨는 지난 97년 딸 셋, 아들 한 명과 함께 탈북했으나 체포돼 재송환됐다가, 딸 한 명을 수용소에서 고문 후유증으로 잃고 재탈북, 남은 딸 중 한 명과 함께 이번에 대사관으로 진입했다. 또 다른 이모(44·남)씨는 동남아 A국에서의 탈북자 집단 입국이 이루어진 이튿날, A국 주재 한국 대사관을 찾았다가 한국행을 거절당하고, 다시 중국으로 건너와 이번에 캐나다 대사관 진입에 성공했다.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외교 시설에 진입한 탈북자를 모두 제삼국을 경유해 한국으로 가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이날 캐나다 대사관에 진입한 44명의 한국행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일본 국제학교로 진입한 탈북자는 전원 한국행이 추진 중이며, 그중 5명은 이미 제삼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