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 21.(목) ♬
살아오면서 지인으로 가장 오래 만남이 이어지는 것은 남녀 불문하고 서로 교감이 이루어지는 만남인 것 같다.
그중 단연코 말한다면 취미 생활을 서로 공유하는 만남이 아닐까한다.
서로 좋아하는 것을 같이 배우면서 친해진 벗들이 가장 오래 만나고 잊혀진듯 하다가도 다시 또 찾게되니까 말이다.
나에게는 그중 한 명이 《자매미용실》 사장님이다. 그녀와는 문우로 오래전 「새빛시창작아카데미」에서 일년 남짓 매주 한번 같이 글공부를 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껏 소식을 나누고 있다. 특히 그녀는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내가 1년 남짓 수강하고 그만 둔 후에도 그녀는 계속 시창작 아카데미를 수강하면서 시와 수필 부분에 등단하여 지금까지 문학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나는 지난 주 오랜 만에 그녀를 찾아갔다. 내가 미용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농사 지은 거라면서 삶은 고구마를 한 접시 내왔다. 덧붙여 아침 일찍 출근하면서 고구마도 삶고, 텃밭에서 상추를 뜯어왔다면서 상추도 한봉지 가득 담아왔다며 집에 가져가라고 옆에 놓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시큰했다.
그녀는 대전 근교 전원주택에 살면서 오래 전 시창작 강습을 받을 때도 매번 먹거리를 가져와서 분위기를 한껏 화기애애하게 했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동안 변치않고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 놀랍기 조차했다.
사실 자매미용실은 요즘 인테리어가 잘된 고급 미용실과는 전혀 다른,텃밭이 있는 시골집 같은 곳이다. 누추한 것이 아늑해보이는 그런 곳, 어쩌면 고급진 미용실이 얼그레이 홍차 같다면 자매미용실은 구수한 숭늉 같은 곳이다.
우리는 자연스레 오래 전 글공부할 때 시간으로 타임머신을 조정했다. 그 당시 못마땅했던 문우부터 뭍매질을 하듯 실날하게 비난도 했다가 마침내는 보고 싶다는 말로 아쉬움을 드러내곤 했던 것 같다. 그날은 잠깐 들르던 다른 날과 달리 나 또한
해질녘까지 수다를 피웠다. 조금도 변치않던 그 옛날의 아늑함이 마치 고향을 찾아온 듯 해서였을 게다. 그 사이 고객이 너댓 다녀가기는 했지만 아랑곳없이 문우들의 전반적인 출간소식부터 정말 목이 아플 정도로 대화를 나눴다.
그집에서 수확한 무우를 잘게 썰어서 직접 햇볕에 말렸다는 무우차를 몇 잔 더 마시고 나서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나오려다 아무래도 미련이 남아서 사진을 찍으려고 둘러보는데 한옆에 놓인 책꽂지에『내 마음의 첼로』가 보이는게 아닌가. 아! 나의 분신이 그곳에 있기에 나는 그토록 그곳을 찾았나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