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휴가 계획 세운 가족 많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계곡이나 물놀이 공원도 좋지만, 한여름엔 역시 바다가 최고죠. 고전음악에서 바다에 관한 곡이 가장 많이 탄생한 곳을 꼽으라면 이탈리아 항구도시 나폴리를 들 수 있어요. 과장이 심하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인들이지만 "나폴리를 보고 죽으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나폴리는 절경과 아름다운 건축물, 멋진 역사가 살아있는 관광 명소예요. 이 도시가 아름다운 이유 또 한 가지는 이제 전세계인의 음악이 된 나폴리 민요입니다.
◇'오 솔레 미오'의 고향 나폴리
나폴리 지방 노래인 나폴리 민요는 작곡가 미상의 '자연 민요'가 아니라 그 지방 특색이 담긴 요소를 담아 작곡가들이 새로운 곡을 만든 '창작 민요'에 속해요. 나폴리 민요는 지역 음악 축제인 '피에디그로타' 제전에서 시작됐어요. 처음엔 축제 기간에 이 지방 어부들이 성당에 있는 마리아상을 위해 노래를 만들어 바친 것이 18세기 초부터 노래 경연 대회처럼 변했죠. 이 축제는 한때 중단됐다가 1953년부터 '나폴리 노래 축제'로 부활했습니다. 나폴리는 외국 문물이 들어오기 쉬운 항구였기 때문에 예부터 아랍 지역을 포함한 동양 예술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 노래도 동양적 요소가 많은데요,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 노래들을 무척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음악 교과서에도 여러 곡이 실려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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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 나폴리항(港) 너머 멀리 베수비오산이 보여요. 아름다운 항구로 이름난 나폴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민요의 고향이기도 해요. 우리에게도 친숙한 ‘오 솔레 미오’와 ‘푸니쿨라’ 등이 이곳에서 탄생했죠. /위키피디아
에두아르도 디 카푸아가 1898년에 작곡한 '오 나의 태양(O Sole Mio)'은 아마도 가장 유명한 나폴리 민요일 거예요. 피에디그로타 음악제에 출품하려고 만든 곡인데, 전형적 나폴리 칸초네(노래) 스타일입니다. '오 맑은 햇빛 너 참 아름답다 폭풍우 지난 후 넌 더욱 찬란해'라는 노랫말은 나폴리 방언으로 썼어요.
나폴리 민요 중에는 이곳 지명이 등장하는 노래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돌아오라 소렌토로'죠. 나폴리에서 작은 항만들을 지나면 베수비오 화산이 나타나고, 건너편 언덕에 경치 좋은 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소렌토예요. 에르네스토 데 쿠르티스가 1902년 피에디그로타 음악제에서 이 노래를 발표한 후 줄곧 사랑받고 있어요.
리듬이 신나는 '마레키아레'도 빼놓을 수 없죠. 마레키아레는 이탈리아어로 '맑은 바다'란 뜻이며 나폴리 서쪽에 있는 어촌 이름이기도 합니다. 프란체스코 파올로 토스티가 1885년 작곡했어요. 그는 '세레나타' '이상'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리' 등 수없이 많은 애창곡을 쓴 이탈리아의 대표적 가곡 작곡가입니다.
◇테너들이 사랑한 나폴리 민요
낭만적인 사랑을 하는 나폴리인들은 사랑을 속삭일 때나 이별할 때나 늘 노래로 감정을 표현한다고 해요. 살바토레 카르딜로 작곡의 '무정한 마음'은 1908년에 발표됐는데, 이탈리아의 전설적 테너 엔리코 카루소가 노래해 널리 알려졌죠. 사랑의 아픔을 표현한 이 노래는 반주의 아름다움과 열정이 느껴지는 멜로디로 깊은 감동을 줍니다. '카타리, 카타리!'라는 가사로 시작하기 때문에 '카타리'라는 이름으로도 불러요. 카타리는 가사 속 노래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여성 카타리나의 애칭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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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나폴리 민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어요. /AP
흥겨운 타란텔라(8분의 6박자의 이탈리아 춤곡) 리듬의 '푸니쿨리 푸니쿨라' 역시 많이들 아는 노래죠. 작곡가 루이지 덴차가 1880년에 만들었어요. 베수비오 화산 등반 열차(케이블 철도) '푸니콜라레'를 만드는 노동자들 모습을 노래한, 신나는 노동요 성격 곡이에요. 가사 중 '얌모! 얌모!'는 나폴리 방언으로 '가자! 가자!'란 뜻이에요. 언제 들어도 힘이 나는, 듣는 사람 모두를 위한 응원가입니다.
예전부터 나폴리 민요는 주로 테너 가수가 불렀는데, 역시 이탈리아 성악가가 불러야 그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주세페 디 스테파노(1921~2008)는 나폴리 민요를 가장 정통적으로 해석했죠. 낙천적 정서와 정감 있는 나폴리 방언의 발음 등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그의 전성기인 1950년대와 1960년대 음반은 꼭 한번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페루치오 탈리아비니(1913~1995)와 프랑코 코렐리(1921~2003)도 유명해요.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나폴리 민요의 참맛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어 준 것은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였습니다. 시원시원하고 밝은 음색과 솔직한 감정 표현으로 언제 들어도 우리 마음에 호소하는 멋진 노래를 불렀죠. 나폴리의 아름다운 풍광을 떠올리게 하는 명가수들 노래를 들으면 어느새 우리 눈앞에 넓은 바다가 펼쳐지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