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yxBT1pfVAKQ?si=coA2FgUulrG01evc
Monteverdi - L'Orfeo - Savall
본래 ‘서곡’(overture)이란 오페라나 연극이 공연되기 전에 막이 내려진 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을 가리킵니다.
‘서곡’이란 말은 어쩐지 불완전한 느낌을 줍니다.
본래'서곡’(overture)이란 오페라나 연극이 공연되기 전에 막이 내려진
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을 가리킵니다 그 때문에 서곡은 앞으로 전개될 극에
대한 도입을 의미할 뿐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작품은 아닌 듯한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서곡은 그렇게 간단한 음악이 아닙니다. 때때로 서곡은
곡의 도입이자 전체를 가리키기도 했고, 완벽한 구성을 갖춘 독립 기악곡이기도 했으며,
독일에서는 ‘교향곡’이라는 좀 더 진지한 기악곡으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독립적 음악으로 사용된 서곡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최초의 서곡은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오르페오] 서곡입니다. 이 곡은 공연되기 전에 연주되는 짧은 팡파르인데, 그 음악을 들어보면 대단히 멋진 공연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워낙 인상적인 음악이라서 종종 DVD 타이틀의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하지요.
오페라의 서두에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서곡의 기능에 매우 충실한 음악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르페오] 서곡은 당대에 서곡’이라 불리지않았습니다.엉뚱하게도
이 서곡에는‘토카타’라는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토카타’(toccata)란
‘노래하다’라는 뜻의 ‘칸타타’(cantata)와 대조적으로 ‘연주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된 음악용어입니다. 대개 기교적이고 빠른 음악을 가리키는 말이긴
하지만 극적인 작품의 도입을 이끌어낸다는의미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르페오]와 같은 초기의 오페라 서곡들은 그 이름이 통일되지 않고, 때로는
‘토카타’로, 때로는‘신포니아(sinfonia)로, 간혹‘서주(introduzione)로
불리다가 18세기 중반 이후가 되어서야 ‘서곡’(overture)이란 말로 어느 정도 통일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오페라 서곡들은 이름도 다양할 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여러 특징을 보여줍니다.
그 중 프랑스와 이탈리아 서곡은 17·18세기 서곡의 대표적인 두 유형을 보여줍니다.
프랑스 오페라 서곡을 발전시킨 음악가 륄리는 프랑스의 루이 14세를 위해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는 자신의 오페라와 발레의 서두를 위엄 있는 프랑스 풍 서곡으로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절대왕정의 권위를 상징하듯 느리고 위엄 있게 시작하는 프랑스 서곡은
빠르고 정교한 음악으로 이어지고 다시 처음의 권위적인 음악을 마무리되며 프랑스
궁정의 위엄을 보입니다
독일의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프랑스 오페라 서곡의 장중함에 반했었나 봅니다.
그는 자신의 4개의 [관현악 모음곡]의 서두를 프랑스풍 서곡의 위엄 있는
분위기로 장식하며 귀족적인 느낌을 담아냈습니다.
그 화려하고 장대한 악상은 처음부터 듣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줍니다.
바흐가 그의 관현악 모음곡 전체를 단지 ‘서곡’(overture)이라 부른 것도
각 모음곡의 서두를 장식하는 ‘서곡’이 그 어떤 음악보다도가장 길고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겁니다. 본래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은 장대한 서곡으로
시작해 여러 춤곡들이 뒤따라 나오는 형식으로구성되어있지만,바흐는‘서곡’을
모음곡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함으로써 서곡이 매우중요하고 독립적인
음악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오페라 서곡을 발전시킨 음악가 륄리
<출처: wikipdedia>
교향곡 발전에 기여한 서곡
이탈리아 오페라 서곡 역시 교향곡 발전에 크게 기여하면서 독일음악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탈리아 오페라 서곡은 그 길이가 짧긴 하지만 템포와 성격에 따라
세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즉 빠른 첫 부분과 느리고 서정적인 중간 부분,
그리고 빠르고 활기찬 마지막 부분이 바로 그것이지요. 서곡의 각 부분은 결국
교향곡의 1, 2, 3악장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18세기까지 중반까지만 해도 이리아 오페라 서곡이나 교향곡은 모두 이탈리아어로는
‘신포니아’(sinfonia)라 불렀고 사실상 같은 음악이었습니다. 모차르트가 어린
시절에 작곡한 초기 교향곡들은 그가 작곡한 이탈리아 풍 오페라 서곡이기도 하고,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아들 요한 크리스찬 바흐의 교향곡 작품18-2가 자작 오페라
[루치오 실라]의 서곡이기도 한 것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베토벤 이후 교향곡으로서의 ‘신포니아’와 오페라 서곡으로서의 ‘신포니아’
가 점차 구별되기 시작했습니다. 오페라 서곡에는‘오버추어’(overture)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됐고 교향곡은‘신포니아’나 혹은‘심포니’라 불리게 된 것이지요.
이 시기 베토벤은 교향곡뿐 아니라 오페라 서곡에도 음악적인중요성을 부여하며
대가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베토벤이 그의 오페라 [피델리오]를 위해 작곡한
네 곡의 서곡 중 하나인 [레오노레 서곡] 제3번은 오페라 공연을 위한 서곡이라기
보다는 내적인 완결성이 높은 독립적인 작품이라 할 만합니다. 소나타형식에 의한
엄격한 구성과 극적인 전개가 이상적으로 결합되어 있어서 음악을 듣는 동안
많은 것을 상상하게 됩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트럼펫의 신호나팔 소리와 현악기들의 불꽃 튀듯 화려한 연주, 그리고
전체 오케스트라가 환희에 찬 소리를 들려주는 결말은 매우 극적인 느낌을 전해줍니다.
그래서 굳이 오페라를 보지 않더라도 이 서곡만으로도 충분한 감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은 한 편의 교향시처럼 완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출처: wikipedia>
19세기의 오페라 서곡 중에는 더욱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습니다. 새벽의 평화로움과
격렬한 폭풍우, 기병대의 말발굽 소리까지 담고 있는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교향시처럼 다채롭고,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은 오페라
속의 가장 중요한 주제들을 뽑아 접속곡처럼 구성한 흥미진진한 메들리 같기도 합니다.
오페라, 발레와 상관없는 ‘연주회용 서곡’
브람스와 차이콥스키는 아예 오페라나 발레와는 상관없이 독립적인 서곡을 작곡
하기도 했습니다. 흔히 ‘연주회용 서곡’이라 부르는 독립 서곡은일정한 형식을
갖춘 한 악장짜리 기악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은
연주회용 서곡의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브레슬라우대학으로부터 명예 박사학위를 받게 된 브람스는 그에 감사의 뜻으로
당대 대학생들이 즐겨 부르던‘우리는 훌륭한 학교를 세웠도다’‘나라의 아버지’
‘신입생의 노래’‘즐거워하라’의 네 곡을 자신의 서곡 속에 멋지게 녹여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차이콥스키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사랑을 ‘서곡’이라는
형태의 관현악곡에 담아냈습니다. 이 곡 역시 오페라나 아니면 발레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연주되는 환상곡 풍의 서곡으로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입니다. 이 곡에선 특히 가슴 벅찬 ‘사랑의 테마’가 유명합니다.
차이콥스키, [환상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 빌렘 멩겔베르크,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 1930
19세기의 서곡은 브람스와 차이콥스키의 서곡에서처럼 독립된 기악곡으로서
자유로운 감성을 담은 음악으로 발전하기도 했지만, 정작 오페라에선 점차
사라져갔습니다. 베르디와 바그너 등 주요 오페라 작곡가들이 서곡 대신 ‘전주곡
(prelude)을 더 선호한 까닭이지요.
사실 서곡과 전주곡은 겉보기엔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서곡이나 전주곡이나 본격적인 음악작품이 전개되기 전의 ‘도입’ 역할을 한다는
점에선 비슷하니까요. 하지만 두 음악 사이엔 몇 가지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전주곡은 오페라 전체의 서두뿐만 아니라 각 막의 서두를 장식하는 음악이고,
곡의 길이는 서곡보다 더 짧고 간단한 편입니다.
또 서곡처럼 완결된 형식미를 갖추기보다는 오페라의 극적인 분위기를 암시하면서
곧바로 극 자체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다시 말해 전주곡은 극 자체에 더
충실한 의미의 도입음악이며 또한 극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의 3막 전주곡은 좋은 예가 됩니다. 이 곡은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과 엘자의결혼식을 유도하는 들뜬 분위기의 축제음악입니다.
3분 남짓한 이 짧은 전주곡은 곧바로 오페라의 ‘결혼행진곡’으로 이어지는데,
이 행진곡은 오늘날 결혼식장에서 무수히 연주되고 있는 그 유명한‘신부 입장’
음악입니다. 결국 [로엔그린] 3막 전주곡은 서곡처럼 독립된 음악이라기보다는
곧바로 극 내용에 편입되는 짧은 도입인 셈입니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시작되기 전에 연주되는 아름다운 기악곡 역시
‘서곡’이 아닌 ‘전주곡’입니다. 도입부를 장식하는 현악의 싸늘한 화음은 결핵으로
창백해진 여주인공 비올레타의 안색과 고독을 나타내듯 슬픔의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마치 결핵환자의 각혈처럼 현악의 불협화음이 가슴을 찌르는 순간 관객은 오페라의
막이 오르기 전부터 이미 극에 몰입하게 됩니다이처럼 극의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주곡은 19세기 오페라의도입음악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전통적인
오페라 서곡은 점차 구식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한 장면. [라 트라비아타]는 서곡이
아닌 전주곡을 통해 극 내용을 표현한다.
<출처: Orthorhombic at en.wikipedia>
오늘날 ‘서곡’이란 이름의 음악은 오페라하우스뿐만 아니라 콘서트홀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서곡은 본래 오페라와 관련된 음악이긴 하지만 형식이
잘 갖추어져 있고 아름다운 선율이 많으며, 극적인 표현까지 갖추고 있어서
관현악 연주회의 분위기를 잡을 때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지요.
본래 오페라를 위해 탄생했으나 오페라로부터 독립해 화려하게 변모해온‘서곡은
그 묘한 이중성 덕분에 오페라하우스에서나 콘서트홀에서나 환영받고 있습니다.
만일 오페라 전곡 감상이나 교향곡의 전악장이 부담스럽다면 여러 가지
‘서곡’을 감상하는 것도 음악 감상의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오페라 서곡을 들으면 오페라의 주요 테마를 익힐 수 있고, 연주회용 서곡을
들으면 교향곡 못지않은 형식미와 풍부한 악상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글 최은규 / 음악 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글쓴이 : 꽃별(아트힐)
https://youtu.be/tXdCMfABVxw?si=k4L766KIEFjC6d3t
La Traviata Preludio - G.Verdi. 프랑코 폴리니 지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