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성한 만찬'이라고 이름 정해진 이 식사는
매주 금요일 저녁에 제공된다.
화요일에 환자들로부터 식사 메뉴 신청을 받는다.
다음 날 셰프와 주치의·간호사·영양사가 병실을 찾아가
환자가 원하는 식단과 조리 방식을 듣는다.
환자의 몸 상태와 씹는 힘에 따라
식사량, 딱딱한 정도,
입에 한 번에 넣을 음식 굵기와 크기를 정한다.
미각이 떨어진 상태이기에
예전 맛을 느끼도록 가능한 한 양념을 세게 한다.
씹는 힘이 없어 죽이나 젤리 같은 것만 삼킬 수 있는 환자에게도
음식 원형의 모습을 살려 내놓는다.
예를 들어 프라이드 치킨을 먹고 싶은 환자에게
닭고기를 갈아서 닭다리 모양을 만들어 내놓는 식이다.
식기도 병원 식판이 아니라,
자기(瓷器)와 유리 그릇을 쓴다.
음식 온도에 민감한 환자를 위해
조리사가 병실로 철판 조리판을 직접 가지고 갈 때도 있다.
그렇게 해서 딱딱한 음식을 전혀 못 먹던
68세 남자 식도암 환자가
배를 갈아 만든 셔벗을 시원하게 먹고 며칠 후 생을 마감했다.
79세 남성 신장암 환자는
우동에 스테이크까지 두둑이 먹고 영면을 취했다.
40세 여성 방광암 환자는
인도 카레 3종 세트를 맛보고 작별을 고했다.
지난 5년 동안 환자들이 최후의 식사로 찾은 음식은 다양했다.
역시 일본인이라 스시가 인기를 끌었다.
의외로 스테이크가 두 번째 순위였다.
스키야키, 햄버거, 라면, 소바, 파스타, 짬뽕, 계란찜 등
각자 살아온 다양한 삶만큼이나 다채로운 음식이 나왔다.
술을 원하면 정종이나 맥주, 와인 한 잔이 곁들여졌다.
어떤 이는 2주 연속 최후의 식사를 맞이하는 행운을 얻었고,
다른 이는 '풍성한 만찬'을 기다리다 못내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셰프와 4명의 조리사들이
정규 일과 시간 외에 재능 기부를 통해 만찬을 준비했기에
'엔딩 푸드 데이'가 매주 금요일 한 번뿐인 것이 아쉬울 뿐이다.
대개 최후의 식사 후 일주일 뒤 이승을 떠났다.
저승을 향하는 환자의 영혼을 달래준 만찬이었다.
식사는 생명이고, 씹는 것은 행복이다.
인생 후반 끝에 놓인 많은 환자들이 한결같이 말한다.
맛있는 식사를, 따뜻한 밥을 왜 좀 더 많이 하지 않았을까.
가족들과 좋은 인연들과 왜 좀 더 자주 식사를 하지 못했을까 후회한다.
말기 환자들의 식사를 지켜본 셰프가 말한다.
한 끼를 먹더라도 맛있게 씹고,
다양한 것을 맛보며 살아야겠다고.
당신은 죽기 전에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가.
그걸 지금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드시라.
인생 최후의 식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글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일러스트 : 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