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국의 「진실 혹은 거짓」 감상 / 성윤석
진실 혹은 거짓
서형국
남자에겐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가 있었다
물을 주지 않아도 시들지 않는 나무
협상을 합시다
내 수중엔 이틀을 버틸 술값이 있고 당신은 나와 흥정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나는 오래 살고 싶고 명예를 갖고 싶으며 후손에게 오래 기억되고 싶소 단,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남의 불행을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빈틈없는 제안이었다
날이 밝아 탁자엔 퇴고를 마친 원고 뭉치 위로 한 뼘이나 길어진 나무의 그림자가 꼭 두 잔이 모자랐던 술병을 끌어안고 연리지로 뻗어 있었다
세월은 흘렀고
남자는 헌책방에서 간간이 펼쳐진다는 소문이 돌았다
완벽한 거래였다
서형국 / 1973년 경남 창원 출생. 2018년《모던포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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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시인들은 누구라도 김수영이나 백석은 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시인이 수만 명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신예 시인들의 반복. 끝없는 반복 속에서도 시인과 시는 무수히 새로 태어난다. 이 현상은 이 시인의 언술대로 ‘진실 혹은 거짓’ 사이를 왕래한다.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를 담당했던 시인들의 시집들은 ‘헌 책방에서 간간이 펼쳐진다는’ 이야기로 남았다. 경남 고성에서 연탄불고기집을 한다는 이 시의 시인은 시를 쓸 뿐, 등단도 첫 시집 출간도 별 관심이 없다. 이런 시인을 만나면 늘 지는 느낌이다.
성윤석(시인)
첫댓글 " 현대 시인들은 누구라도 김수영이나 백석은 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시인이 수만 명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신예 시인들의 반복. 끝없는 반복 속에서도 시인과 시는 무수히 새로 태어난다. 이 현상은 이 시인의 언술대로 ‘진실 혹은 거짓’ 사이를 왕래한다." 성윤석(시인)
시의 형식이 자유롭다.
연과 행 구성이 대담하다
시어 선택이 현실적이고 내용에 맞게 현대적이다
나는 상상력이 일상적이면서
무엇에도 구애 받지 않는 이런 시가 좋다.
'나는 오래 살고 싶고 명예를 갖고 싶으며 후손에게 오래 기억되고 싶소 단,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남의 불행을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이 식구에서처럼 소박솔직하며 건전간강한 시정신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