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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코리아는 확실히 많다.
역대 미스코리아 입상자를 출전지역별로 나눠보면 대구가 미인의 고장인지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되지 않을까? 인터넷을 통해 지난 1971년(출신지 기록이 남아있는)부터 2007년까지 37년간 미스 코리아 본선 대회의 입상자를 출전지역별로 분석해 보았다. 본선 대회 수상자는 대회마다 숫자가 조금씩 다르다. 진·선·미를 포함한 수상자는 1980년 대회의 경우 4명에 불과했지만 나머지 대부분 대회는 스폰서 업체의 이름을 딴 수상자를 포함해 8, 9명에 이른다. 37년간 전체 수상자는 472명. 지역별로 나눠봤을 때 서울에서 출전한 수상자가 무려 315명으로 지방 출전자 전체를 더한 157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그렇다고 해도 실제 토박이 서울 출신이 이만큼 많지는 않을 것이다. 지방에서 태어나 서울로 이사를 갔거나 마음에 드는 미용실을 찾아 서울에서 출전한 경우도 많기 때문. 서울을 제외한 지방 출전자 중에는 대구와 경북이 압도적으로 많다. 대구 17명, 경북 14명으로 합치면 31명이나 된다. 부산 15명, 경남 4명에 비해서도 훨씬 많고, 대전·충남 10명, 광주·전남 7명에 비해서도 월등히 많다. 진·선·미 수상자만 비교할 때도 차이는 두드러진다. 37년간 수상자 111명 중 대구와 경북이 14명을 차지했고, 부산·경남 및 대전·충남은 각각 6명이며, 광주·전남은 1명이다.
대구에 있는 송죽미용실 김옥순 원장은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미용실로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거리에서 캐스팅을 통해 대회 출전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는데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키가 조금 작아 대회에 못나갈 뿐 얼굴 미인은 정말 많다"고 했다.
◆남방계와 북방계가 섞인 미인 도시다.
대구 미인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사람도 있다. 얼굴연구소장인 조용진 한서대 교수는 '우리 얼굴에 담긴 역사와 과학'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경북지방은 남방계형과 북방계형이 5대 5로 분포하는 지역이다. 대구지역은 남북 중간형이 나오기 좋은 조건이다. 키가 크고 늘씬하며, 피부가 희고, 콧날이 좁고 길며, 입술은 얇으나 입은 약간 크고, 이마가 높고 검고, 긴 생머리의 북방계 인자와 눈이 크고 쌍꺼풀이 있는 남방계 인자가 조합한 곳이다. 고상하고 품위 있고 여성스러운 대구 미인이 나오게 된다. 코가 길고 끝이 좁으며 고상한, 아울러 피부가 희며 눈이 크고 품위 있는 여성스러운 얼굴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남남북녀(南男北女)라는 말이 있다. 적어도 조선시대까지는 북방계형을 미인으로 봤다는 뜻. 때문에 조선시대 미인의 고장은 평양과 강계였고 그에 따라 평양 미인, 강계 미인이라는 말이 나왔다. 조 교수는 "근대에 들어와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커지고, 서양문화의 영향 때문에 전통적인 요조숙녀적 미인상에 변화가 일어났다"며 "이 얼굴의 대부분은 북방계형인데 눈만 남방계형인 대구형 미인이 이런 기준에 딱 맞았던 것이고, 이런 얼굴이 눈에 띄어 인상에 남게 돼서 대구 미인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근·현대로 넘어오며 미인관이 남방계쪽으로 바뀌었다는 것. 이마의 세로가 낮은 대신 가로가 넓고, 모발도 굵으며, 진하고 끝이 치켜 올라간 눈썹에 큰 눈을 가지고, 코는 높고 입도 크고 두텁되 뺨은 홀쭉한 남방계형이 미인으로 꼽히게 됐다는 설명이다.
◆ 대구는 자연 미인의 도시다.
타고난 얼굴형이 미인 기준에 가깝다 보니 대구에는 성형 미인이 적다는 말도 나온다. 송죽미용실 김옥순 원장은 "미인대회 출전자 10명 중에 코나 눈 수술을 한 경우는 3, 4명에 불과하다"며 "대구에 자연 미인이 많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티파니성형외과 양정민 원장은 "서울 쪽 미인들은 세련되고 유행에 민감한 트렌드형 미인이 많은데 비해 대구는 이른바 '쌩얼'로 불리는 자연 미인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절대적인 미의 기준은 없겠지만 사실 최고 미인을 꼽는다면 대구보다는 수도권이 많다는 것. 250만명 중 미인과 2천만명 중 미인을 놓고 볼 때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여성이 볼 때 '예쁘다'고 말할 수 있는 미인은 대구에 많을 것이라고 했다. 양 원장은 "여성은 자연 그대로의 얼굴을 보지만 남성은 화장이나 성형 여부에 관계없이 비쳐지는 모습을 보고 미인으로 판단하는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대구는 오히려 여성이 말하는 미인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성형 수요도 수도권이 훨씬 많다.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몰려있지만 성형외과는 70%가량이 위치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성형 수요가 그만큼 많다고 볼 수 있다는 것. 아직 대구만 해도 코나 눈 수술에 치중하지만 서울의 경우 눈 아래 도톰한 살을 없애달라는 애교수술부터 턱이나 허벅지, 입술 두께와 모양 등 성형 요구가 매우 구체적이고 다양하다고. 대구 한 미용실 원장은 "같은 업계 사람들이 대구에 오면, 눈에 확 띌 정도의 미인보다는 오목조목 애교스럽고 깜찍한 스타일의 미인이 많은 도시라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미인 연예인도 대구 출신이 많다.
한 스포츠신문이 현재 활동 중인 남녀 연예인 273명을 연기자, 가수, 개그맨, MC 및 아나운서 등 분야별로 나눠 출신 지역을 분류했다. 경북(대구 포함) 출신 연예인은 17명이었고, 그 중 14명이 연기자 그룹에 속했다. 이들 중에는 손예진, 김선아, 한채영, 엄지원, 이영아, 이선진과 가수 양파 등이 대구 출신이었다. '대구가 미인의 고장'이라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아울러 드라마 '온에어'에서 열연한 송윤아는 경북 김천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들 외에 대구 출신으로 미스 코리아를 통해 알려진 미인들도 많다. 장윤정은 1987년 '미스코리아 진'이 된 뒤 이듬해 미스 유니버스 2위까지 올랐으며, 탤런트 손태영도 2000년 미스 코리아 출신이다. MBC 서현진 아나운서는 2001년 '미스 대구 선'이고, KBS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 출연 중인 탤런트 김지유(본명 김민경)는 2001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선발됐다. 2002년 미스 코리아 진이 됐던 금나나는 의대생으로 유명세를 타다가 이후 2004년 미국 MIT대와 하버드대에 동시 합격해 화제를 모았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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