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취재본부. 4월 3일 새벽 3시. M호텔 10층 1호실의 직통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소파에 앉아 졸고 있던 젊은 기자가 눈을 번쩍 뜨면서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도쿄다! 캡을 바꿔! 바로 옆에서 걸려온 전화처럼 쩔렁하고 울린다. 젊은 기자은 옆방으로 뛰어가 팬티 차림으로 침대 위에 처박혀 자고 있는 홍 기자를 흔들어 깨웠다. 도쿄에서 전홥니다. 전화 왔다구요! 홍 기자는 술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일어나 옆방 전화와 연결되어 있는 전화통의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나다! 에이꼬에 대한 정보다! 정신이 번쩍 든 홍 기자는 볼펜을 집어들었다. 듣고 있어? 응, 빨리 말해. 이 자식아, 이 정보를 어떻게 얻은 건 줄 아니? 어떻게 얻었어? 몸을 팔아 얻은 거다! 하룻밤 남창이 됐단 말이다. 제기랄... . 재미 봤겠군. 뭐라고? 수고했다는 말은 않고 뭐가 어째? 여자하고 하룻밤 자는 것도 수곤가? 임마, 다리가 떨린다, 떨려! 후들 후들 떨린단 말이야! 네 놈의 새끼는 취재한답시고 호텔에 진을 치고 앉아 있는데, 난 이거 뭐야? 빨리 말해 봐! 무슨 정보야? 형님이라고 불러 봐. 형님! 좋아, 그럼 말하겠다. 에이꼬와 친했던 후미에라는 여급의 말에 의하면... 이 여자는 굉장한 색골이야... 색골이라고 써! 알았어, 이 놈아. 웃음소리가 잠시 수화기를 울리자 홍 기자는 얼굴을 찌푸렸다. 에이꼬가 죽기 바로 전에 전화를 걸어왔대. 자기는 지금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는데 거기서 벗어나 도망치고 싶다고 말이야. 목소리가 매우 초조하더래. 그러면서 자기 수중에 한국돈 수천만 원이 있는데 그걸 가지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겠다고 그러더래.그때 에이꼬는 R호텔에서 전화를 한 거야. 하마다 형사가 얻어준 방에서 말이야. 그러다가 살해된 거지. 그것뿐이야? 또 있어. 자기가 어떤 형사를 배신하는 바람에 그 형사가 살해됐다는 거야. 아마 하마다 형사겠지. 음, 그래서? 만일 자기가 죽게 되면 사루에를 비롯한 적군파의 손에 죽을거라고 했대. 에이꼬는 한국에 잠입한 적군파 요원이 댓 명쯤 되는데 그 중에는 여자도 끼여 있다고 말했어. 그리고 그들은 모종의 거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 일을 암호명 Z라고 불렀다는 거야. Z는 또 어떤 인물을 가리키는 암호명이었대. 사루에가 전화를 걸 때 Z라는 말을 여러번 들은 모양이야. 그리고? 더 이상 밝혀진게 없어. 그게 전부야? 도대체 그 모종의 거사라는 게 뭐야? 몰라. 그걸 알아야 해! 그걸 알아야 한다구! 그걸 알아내지 않으면 안돼! 홍 기자는 탁자를 두드려댔다. 참, 하나 빠뜨린게 있어.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 말해 봐! 에이꼬는 심부름으로 자주 제주도에 다녀오는데, 거기가 그렇게 살기가 좋더라고 자랑하더래. 제주도... ? 홍 기자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맞은편 벽을 응시하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제주도 가는 첫비행기가 몇 시에 있지? 9시 30분에 있습니다. 석 장 준비해! 그는 커피포트의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고 나서 다시 방안을 어정거렸다. 삼각 팬티 바람의 그는 한마디로 살찐 돼지 같았다. 어깨가 떡 벌어지고 엉덩이가 여자처럼 드넓게 펴진 것이 다부진 모습이었다. 물이 끓자 그는 탁자 위에 앉아 커피를 타 마셨다. 언제라도 커피를 끊여 마실수 있도록 방에는 필요한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침대 위의 시트가 벗겨지면서 앳띤 얼굴이 나타났다.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얼굴은 갸름해 보였지만 까만 두 눈은 당돌한 빛을 띠고 있었다. 어머, 제가 타 드릴 건데... . 여자가 시트로 몸을 싸면서 말했다. 폭 자둬. 바빠질 테니까... . 홍 기자는 커피잔을 들고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젖혔다. 여자는 두 남자가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자 재빨리 옷가지를 집어들고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위에는 녹색의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아래는 팬티 바람이라 하체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포동포동 살이 오른 것이 귀여운 모습이었다. 홍 기자는 유리창에 뚜렷이 반사된 처녀의 뒷모습을 쏘아보다가 커피를 후루루 마셨다. 그가 M호텔 특실을 취재본부로 정한 뒤 선발한 인원은 그 자신까지 합해 모두 10명이었다. 모두 남자 기자로, 기자 경력 2년이 채 못된 새내기들이었다. 노련한 기자들을 젖혀놓고 신출내개들을 선발한 것은 그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였다. 첫째, 노련한 기자들은 명령을 잘 듣지 않았다. 둘째, 노련한 기자들은 순수성이 결여돼서 그만큼 사명감이 적다. 이 점에서는 그는 자못 동료 기자들에 대해 불만이 크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사건 브로커 같은 기분이 들때가 없지 않아 있었다. 셋째, 취재가 위험한 만큼 처자식 있는 노기자들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결국 그는 신출내기들은 상기한 단점이 적기 때문에 이번 일에 적당하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그들만으로 특별 취재팀을 구성한 것이다. 각 부서에서 몸이 건장하고 순발력 있어 보이는 기자들을 한두명씩 선발했는데, 어디까지나 극비로 했다. 갑자기 10명의 기자들이 한꺼번에 없어지면 비밀이 탄로날 염려가 있기 때문에 병가원을 내게 하기도 하고, 광고부 같은 곳으로 이동시켜 거기서 빼내 오기도 했다. 9명의 풋내기 기자들은 캡틴으로부터 그들이 선발된 이유와 목적을 듣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정열이 한꺼번에 폭발한 듯 그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캡틴에게 선발해 주어 영광이며 고맙다는 말을 수없이 했다. 홍 기자는 미소도 띠지 않은 채 그들에게 말했다. 이건 단순한 취재가 아니라 하나의 전쟁이라고 생각해야 해. 생명을 걸고 달려들지 않으면 안 돼! 각오하고 있습니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몸이 건장한 기자가 대꾸했다. 호텔 특실을 취재본부로 이용 할 정도라면 본사에서 얼마나 기대가 큰 줄 알거야. 취재가 끝날 때까지는 귀가하지도 말고 사적인 생활도 일절 금해. 모든 게 극비니까 아무한테도 하고 있는 일을 이야기해서는 안돼! 그런데 남자들만 있느니 너무 삭막했다. 누군가가 여기자 하나 끼어넣으면 어떻겠느냐고 농조로 말했다. 홍 기자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여기자가 한 사람 있으면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고 한층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되는 것이 잠자리였다. 아무리 뱃심이 좋다해도 열명의 청년이 우글거리는 곳에서 배겨낼 처녀는 없을것 같았다. 홍 기자는 안명라 기자를 떠올렸다. 지난해 입사해서 그야말로 풋사과 냄새가 물씬 나는 햇병아리 여기자였다. 지금도 문화부에 떨어져 일하고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홍 기자는 첫눈에 그녀에게 반해 버렸다. 그동안 별별 여자를 다 겪어본 노총각으로서는 정말 뜻밖의 충격이었다. 아름답고 패기 넘쳐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는 뒤에서 와락 안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그 답지 않게 행동은 답보 상태였다. 소년처럼 싱싱해서 손을 뻗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구경만 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노총각 기자들이 그녀를 노리고 있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마침내 용기를 내어 안 기자를 불러냈다. 대선배가 부르는데 안 나올리가 없다. 그러나 몹시 의아한 눈치였다. 홍 기자는 담배를 연달아 피우면서 조그만 눈을 껌벅이다가, 지금 몇 살이지? 하고 물었다. 안 기자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불만스럽게 대답했다. 스물 셋이에요. 그럼, 나하고 열한 살 차이군. 네? 아,아무것도 아니야. 다름이 아니고... . 그는 땀을 닦고 나서 비로소 용건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것은 전혀 뜻밖이었다. 틀림없이 거절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손뼉을 치면서 어마, 멋있어... . 제발 끼워줘요! 하고 소리쳤다. 당돌하고 모험심이 강한 아가씨였다. 잠자리가 제일 문제야.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문화부실은 따분해서 싫어요! 끼워줘요! 잠자리 같은 거... 아무래도 상관 없어요! 호이, 좋아! 비밀이야. 그는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안 기자는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었다. 조그맣고 보드라운 손이 왠지 땀에 촉촉히 젖어 있었다. 솜털이 보송보송 자란 손이 왠지 땀에 촉촉히 젖어 있었다. 솜털이 보송보송 자란 그 하얀 손등에 입을 맞추고 싶은 것을 그는 겨우 눌러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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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종] Z의 비밀 16. 특별 취재본부
하 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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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21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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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비
08.06.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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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앗습니다
백지
08.06.21 09:44
와 다음편이 기대가 된다 ㅎ 빨리 빨리 올라왔으면...
미혜
08.06.22 08:24
감사히 잘봤읍니다!!
재벌1세
09.08.08 14:07
사내들만으로는 추리소설이 안되
그리운남촌
14.07.15 11:15
잘 읽고갑니다~~
머루와들꽃
19.08.19 21:38
감사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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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앗습니다
와 다음편이 기대가 된다 ㅎ 빨리 빨리 올라왔으면...
감사히 잘봤읍니다!!
사내들만으로는 추리소설이 안되
잘 읽고갑니다~~
감사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