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버린 적이 없다. 버렸다면 내가 버린 것이지. 내가 겁먹고 뒤돌아선 것이지. 그를 보지 못한 것이지. 그를 잊어버린 것이지. 그가 없는 것처럼 그가 버린 것처럼 그에게 삿대질하고 그의 곁을 떠난 것이지. 세상의 욕망에 빠져 십자가를 버린 것이지. 달콤한 악마의 유혹에 져서 그의 뜻을 잊어버린 것이지. 망각의 동물. 배신의 무리. 조금 어려우면 눈물을 흘리며 회개하고 조금 살만하면 고개를 빳빳이 쳐든다. 무서운 코브라. 독기서린 살모사. 물리면 큰일이다. 멀찌감치 피해야 한다. 그를 버릴 것이 아니라 헛된 욕망을 버려야 한다. 삶의 목적을 버릴 것이 아니라 허구의 환상을 버려야 한다. 모든 것에는 다 뜻이 있다. 거기에 의미가 존재한다. 그것을 안다면 겸손하게 그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를 믿어야 한다. 그가 함께할 것이고 그가 역사할 것이니 그것을 믿고 나가는 것이다. 그가 거기에 기다리고 계시니 그와 함께 영원의 길을 걸어야 한다. 끝까지 희망을 지켜야 한다. 그것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