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은 왜 강렬한가?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이 대세인 건 오래 전부터 들었다. 하지만 내가 jtbc 뉴스룸을 보기 시작한 건 지난 달 하순부터다. 집에 TV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스쳐보내는 짧은 소재 위에 이념편향적 해석만 살짝 덧씌우는 공영방송에 지레 질려서일 수도 있다.
jtbc 뉴스룸은 역시 달랐다. 그 다른 점에 대해 굳이 변변찮은 내 주견을 늘어놓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늘 포스팅은 임팩트 강한 '앵커브리핑' 꼭지(?)에 대한 느낌만 표현해본다.

지난달, 뉴스룸을 보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앵커브리핑이 기억난다. 오은의 시 '계절감'의 일부를 인용하더니, 이어서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소개한다. 공통점은 '시간'이다. 이날 앵커브리핑의 소재는 '39명의 증인을 내세운 박근혜 탄핵심판 대리인단의 행위'이고 주제는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는 (후안무치한) 지연(책략)을 밝힘'이다. 그리고 뉴스룸 마감시 엔딩곡은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노래한 'Time in a Bottle'이다.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는 박근혜 대리인단의 저열함을 통렬하게 파헤쳐주고 싶은데 공공재인 방송에서 그대로 표현할 수 없다. 그것을 원하는대로 표현하는 방법은 비유와 상징의 표현기법 도입이다. 원하는 메시지의 완성은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한 시청자들의 몫이다. 시청자들에게 가장 강렬하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게다가 행동은 이성이 아닌 감성이라잖은가!
어제, 2월 1일의 앵커브리핑은 어제 천체의 특이 현상, 지구에서 볼 때 달과 금성과 화성이 한 곳에 모여있는 날이라는 소식으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화면과 멘트.

"마치 고흐의 그림 속 풍경과도 같은 아름다움. 사람들이 그 반짝임을 마음에 담아두고자 하는 이유는 규칙과 질서가 서로 다른 모두가 한 공간에서 나란히 자리하는 것. 그것이 너무나도 쉽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덕을 소원하는 모습으로, 한 패가 아니면 화합하기 힘든 요즘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고 양비론은 아니다.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는 사실을 눈가리고 아옹하는 측의 저열함을 나찌 독일의 선전상인 괴벨스를 인용하여 밝히고 있다. 최순실은 억울하다고 외치고, 탄핵 피청구인 측은 진실을 호도하기에 여념이 없고, 손석희 앵커는 진실이 덮힐까 노심초사하는 중이다. 그 이면에는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는 혈연, 지연이나 이념이 같기만 하면 젖은 바가지 깨 들러붙듯 하는 '어린 백셩'(현대어로 어리석은 시민)이 있다. 저들은 '어린 백셩'이 다시 뭉치기를 기대하고 있고 손석희는 '어린 백셩'이 다시 뭉칠까봐 걱정한다. 다수결의 민주주의는 우민정치이기 때문이다. 이를 꿰뚫어본 괴벨스는 매우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알려져있다.
위 캡처 사진의 괴벨스의 말을 되뇌어보라. '거짓말은 부정되고 의심받아도 되풀이하면 결국 모두가 믿는다!' 어린 백셩'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어지는 앵커의 멘트.
"증거와 증언과 수사를 통해 밝혀지고 있는 그 모든 사실들은 뒤로 한 채, 이른바 조작설을 앞세운 선전은 이어지고 있고, 사람들의 우주는 흔들리고. 행성은 분열하고 반목합니다."
이어서 박근혜, 최순실의 노림과 갈팡질팡하다가 훅 가버린 반기문의 노욕이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한다. 편을 가르면 기회가 생기는 것이 우민정치의 진리이니까. 하지만 방송으로 조롱하다가는 바지가랭이 붙잡힌다. 그래서 비유와 상징을 총동원한다. 적시한 건 아니니까. 상상의 단서만 제공했을 뿐이다.
"사람들 사이에 금을 그어 그 일부라도 움켜쥐고 싶은 누군가의 욕망은, 그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가 변질된 것 같다는 엉뚱한 인상비평만 남기고 떠나버린 누군가의 미련과 어떻게 다른가가 궁금해지는 오늘."

"일직선 상에 놓인 달과 화성과 금성. 제각기 있어도 총총하게 빛날 것 같지만 세 개의 반짝임이 공존해서 더 밝아진 오늘 밤. (....) 별이 빛나는 밤에…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 소재는 '최근 난무하는 각종 거짓말과 분열조장 행위들'이고, 주제는 '분열시킨 뒤 부적절한 사욕을 채우려는 노림수를 직시하고 제발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다. 삿된 야욕의 정치인보다 날카로운 칼을 갖고 있으나 그 사실을 전혀 알고있지 못하고 때로는 부적절하게 휘두르기까지 하는 우민들을 향하고 있다. 뉴스룸 곳곳에서 수시로 같은 주제로 한걸음 더 들어가서 자상하게 풀어주고 반복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앵커브리핑의 강력한 메시지 전달력은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서 나온다. 앵커브리핑은 영상시(이런 장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의 형식을 취한다. 시는 음악적 요소, 언어적 요소, 회화적 요소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독자의 감각이나 감정에 호소하거나 상상력을 자극하여 깊은 감명을 던져준다. 앵커브리핑은 이 시의 기능에 영상매체 기능을 더한 형식이다. 그럼으로써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인문학적 시사보도라니!
jtbc 화이팅! 뉴스룸 화이팅! 앵커브리핑 화이팅! 손석희 화이팅!
첫댓글 손석희님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