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아파트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1일부터 재건축 허용 연한을 현행 20년 이상에서 준공 연도에 따라 20∼40년으로 차등화하고, 재건축여부를 결정할 안전진단기준·절차도 강화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전문가들은 그동안 재건축에 대한 막연한 기대심리로 급등하던 재건축대상아파트 값이 하락할 것으로 본다.
◇재건축시장 안정 기대=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책임연구원은 “지난 1985년에 지은 아파트는 2017년 이후에나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며 “때문에 80년대 중·후반∼90년대 초 완공된 재건축대상아파트는 리모델링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지은지 15년이 지나면 재건축 바람이 불면서 값이 급등했지만 앞으로는 재건축 기대 심리로 아파트값이 오르는 현상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거환경연구원 최태수 실장은 “이번 조치로 재건축시장의 가수요가 걷힐 것”이라며 “이런 단지들은 실망매물이 많이 나오면서 값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도 “투기지역인 서울 강남권의 경우 1백가구 이상은 시장이 안전진단 실시 시기를 조정할 수 있어 소규모 아파트 재건축 남발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진단 통과여부에 따라 희비 엇갈려=재건축은 예비안전진단→정밀안전진단 순으로 진행되는데 이미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은 이번에 강화한 재건축 허용 연한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다만 예비안전진단만 통과한 단지들은 강화된 기준에 따라 정밀안전진단을 받아야 해 재건축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수 있다.
서울시 주택국 신종수 주택사업팀장은 ”새 기준에 따라 정밀안전진단을 받으면 탈락하는 단지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2∼4단지, 시영단지들이 지난달 26일 예비안전진단 통과, 정밀안전진단을 기다리고 있다. 예비안전진단만 신청해 놓은 강동구 고덕 주공 7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 김진균 총무는 “예비안전진단이라도 났으면 좋았을텐데 일정이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 1979∼80년에 완공돼 재건축 허용 연한(20∼22년)을 지났다. 하지만 정밀안전진단 실시 이전에 서울시 사전평가를 받을 경우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조합원들이 많다고 인근 중개업자들은 전했다.
연립주택(빌라) 등도 재건축 연한이 대폭 강화되면서 서울 서초구 방배·서초동 일대 빌라단지 재건축 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빌라 재건축은 아파트에 비해 규제가 덜해 재건축사업이 활발했지만 앞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지난달 20일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초구 잠원동 반포우성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은 단지 아파트값과는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선 이미 재건축기본계획이 확정돼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인 잠실·반포 등 서울지역 5대 저밀도지구 아파트들도 희소가치가 부각되면서 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업체 긴장·지방재건축 활기 예상=80년대 중·후반 이후 완공된 재건축아파트공사를 많이 수주했던 주택건설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시공사가 선정된 뒤 재건축추진위에 관리비용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이 늦어질 경우 추가자금이 더 들 수밖에 없다“며 ”사업이 지연될 경우 시공권을 포기하는 업체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건설 장태일 상무는 “재건축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 아파트 공급부족에 따른 집값 불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대구·부산 등 지방 재건축시장이 상대적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들 지역은 비투기과열지구이어서 공정80% 이후 일반분양을 하는 후분양제 대상이 아닌 데다 재건축 안전진단이나 절차 등도 서울·수도권보다 덜 까다롭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