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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낙엽으로 뒹군다. 시월 [김석종의 사진비틀기 9]
ysoo 추천 0 조회 1,265 16.10.25 11:3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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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으로 뒹군다. 10월


“오직 한 계절만 있는 필리핀이나 미국 LA 등지에서 살아본 적이 있던 분들은 한국의 좋은 점으로 선뜻 사계절을 꼽는다. 물론 지금은 봄, 가을이 짧아지긴 했지만 우리나라엔 분명하게 구분되는 사계절이 있다.

단풍이 든다는 것은 이미 가을이 왔다는 것이고, 채색된 낙엽들은 우리들마음 깊숙이 깔려 있는 감성의 줄을 그윽하게 당기며 음률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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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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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FM2 2회 촬영, 55mm, 24mm 렌즈, 1/250, F8, FUJI Velvia 50



환상의 정원에는 큰 잎새 나무가 산다

작은 잎새들을 불러모아 햇살을 같이 쪼이다가

밤이면 다시 그들을 품어 잠을 재운다.


이 사진은 고창 선운사에서 찍은 사진이다. 선운사는 남도에서 단풍이 곱게 드는 곳이라서 즐겨 찾는다.

선운사 앞으로 개울이 흐르고 개울물이 명경지수라 개울가 옆에 빽빽이 들어찬 단풍나무들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물에 투영한다. 이윽고 그 잎들이 떨어질 때 물과 얼굴을 맞대지 못한 낙엽들은 길가에 수북이 쌓여간다.

낙엽들은 때론 과객들에게 들려 올려져 하늘로 흩뿌려지기도 하고 사진가들에겐 좋은 촬영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이 사진을 찍은 때는 90년대 후반 10월 말. 그때 난 선운사 바로 옆 숲속 민박(지금은 사라짐)에서 오리지날 복분자를 매일 저녁 탐닉하며 3일간을 꼬박 낙엽사진만 찍었다.


단풍이 든 낙엽은 아름답다. 이날도 그랬다. 선운사 개울 옆에 화사하게 쌓인 단풍잎 하나를 집어 올려 55미리 매크로 렌즈(접사용 렌즈)로 프레임 가득히 접사 촬영을 했다.

그 다음 렌즈를 24미리 광각으로 바꾸어 바닥에 깔려 있는 낙엽들을 2중 촬영을 했다. 결과적으로 큰 낙엽 한 개에 여러 개의 작은 낙엽들이 올려져 있는 형상으로 나타났다.

이 사진이 다중노출임에도 한 개의 이미지 같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이유는 큰 잎이나 작은 잎이나 같은 색깔과 형태의 단풍잎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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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하늘로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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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D300, 1/250, F11, 2회 촬영, ISO 200



진홍빛 추억들이 땅속에서 둥실 떠오른다

그들이 갈 곳은 하늘뿐이다.


낙엽들의 색깔은 갈색, 주홍, 노란색을 기본으로 조금씩 농도나 섞임의 정도에 따라 색깔을 달리한다. 이 사진은 10월 중순경 남한산성 인근 계곡에서 찍은 사진이다. 남한산성 부근은 단풍색깔이 의외로 좋은 곳이다. 멀리 강원도 설악산이나 전라도의 내장산을 찾지 않아도 이들 못지않는 단풍 색을 자랑한다. 그리고 이곳에 가면 꼭 들리는 곳이 아라비카라는 커피숍이다. 오래전부터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한결같은 커피 맛과 편한 분위기로 나들이의 운치를 더해주는 곳이다. 이곳은 봄 가을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 곳이지만 겨울에 가면 적당한 한가로움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좋다. 이 사진을 찍은 곳도 아라비카 커피숍 건너편 주차장 계곡이다.


나는 풍경사진을 찍을 때 가끔 유리나 거울을 사용한다. 유리는 그를 통해서 보이는 사물을 다르게 보이게 할 때 사용하고(예를 들어 채색 유리를 사용하거나 유리표면에 물을 뿌리거나 해서) 거울은 다른 곳 풍경의 일부를 내 프레임 속에 넣고자 할 때 요긴하다.


이 사진은 단풍나무 밑에 거울을 놓고 거울주변의 윤곽을 떨어진 단풍잎들로 가린 세트 사진이다.

거울을 이용한 것은 두 개의 공간을 한곳에 모으고 거울에 비친 하늘의 하얀 공간을 붉은 단풍의 배경으로 사용해 적과 백의 대비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2중 노출사진인데 초점을 거울 속 피사체와 거울 밖의 단풍잎에 각기 따로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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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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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D700, 1/250, F11, ISO 200



사파이어 빛깔로 흔들리는 계곡물. 그 위로 빨간 낙엽 하나 넘실댄다.


정선에는 아내가 출판사를 할 때 표지작업을 해주며 함께 친분을 쌓아왔던 조 선생이 살고 있다. 그는 젊은 날에 표지 디자인 일을 일찍 접고, 정선 동관이라는 곳에 거처를 마련해 자연의 품 안에서 안빈낙도의 삶을 살고 있다. 조 선생은 가끔 강원도로 촬영 갈 때 갑작스레 생각이 나면 전화를 넣고, 그쪽 사정이 되면 들르는 허물없는 사이다.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산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그의 생각은 깊이가 있고 대화는 자연스럽다.

나는 그의 흙집에 여장을 풀고 마당에 있는 돌판 위에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소줏잔에 산의 싱싱한 정기를 오롯이 담아 마시는 호사를 누린다. 이때 집 마당 위로 휘영청 달이 솟으면 그건 금상첨화다. 이 사진은 장작불로 지핀 온돌방, 흙집에서 개운하게 깨어나 근처 계곡에서 건진 사진이다.


계곡에 가보니 물이 투명해 바닥의 돌들이 속속들이 보였다. 햇살의 방향에 따라 물 색깔이 조금씩 변하더니 내가 카메라를 들이댈 때쯤에는 물이 연한 사파이어 색깔을 띄기 시작했다. 때를 놓칠세라 몇 커트 눌렀지만 별것 없었다. 그래서 물 풍경을 바꾸려고 돌을 던졌다. 물이 출렁이며 물밑의 바위들이 추상적인 패턴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그럴듯해서 몇 커트를 찍었지만 추상적인 배경 이외에 어떤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때마침 낙엽 한 장이 근처에 있어 돌을 던지고 난 후 물 패턴을 보면서 이리저리 낙엽의 위치를 바꿔 놓아가며 촬영을 했다. 낙엽 한 장은 별거 아니지만 물빛과 대비되는 붉은 색깔과 구상적인 형태로 시각적인 액센트를 주는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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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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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D700, 85mm 렌즈, 1/320, F8, ISO 200, 2중 촬영


내가 사는 파주에는 심학산이 있다. 파주 출판단지 근처에 있는 그리 높지 않은 이 산은 가끔 내가 자전거로 오르는 곳이다. 내 몸의 컨디션은 이 산을 자전거로 오르면 금방 판가름난다. 그간 운동이 부족했다던가 좀 과음을 했다 하면 산의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 머리가 빙빙 돌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이 평소보다 더 심하다. 내 몸이 부실해진 거다.

내가 이대로 아주 늙을 때까지 파주에서 산다면 내 나이 얼마나 될 때까지 이 가파른 산 언덕을 자전거로 오를 수 있을까? 매번 산을 오르며 내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 잎새들은 낙엽으로 떨어지기 전 심학산 나뭇가지에 달려 있던 것들이다.

잎새들은 각기 다른 역사를 갖고 있다. 여름빛이 얼마만큼 쌓였는가에 따라, 혹은 바람이나 햇살의 방향에 따라 색상으로 구별되는 개개의 역사가 달라진다. 신기하게도 같은 잎새 속에서도 부분적으로 색상들이 변조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이 사진은 나뭇가지에 여러 가지 색상으로 달려 있는 낙엽송의 잎새들을 2중 촬영한 것이다. 잎새들이 많이 모여 있는 부분을 중심부에 놓고 2번 카메라를 이동하면서 하늘의 빈 공간을 화면 속에 개입시켜 찍은 사진이다. 하늘의 빈 공간이 낙엽을 덮으면 그 낙엽은 희미한 파스텔톤으로 변하고 낙엽들끼리 겹쳐진 부분은 제 색깔이 나오게 되는 게 이 사진의 묘미다.



사진/글 김석종


사진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도미, Illinois institute of Design대학 사진 디자인과정 수료, Southern Illinois state University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Southern Illinoian 지, 미주 동아일보, 한국일보 LA지사 사진기자를 지냈으며 중앙대, 성균관대학 예술학부 사진 예술전문과정 교수를 지냈다.

다수의 개인전 및 단체전에 출품했으며 대한민국 국회, 보건복지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에 작품이 다수 소장되어 있다. 대상그룹, 국가정보원, 한국타이어, 효성그룹, 메리츠 금융그룹 등의 캘린더 작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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