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직 한 계절만 있는 필리핀이나 미국 LA 등지에서 살아본 적이 있던 분들은 한국의 좋은 점으로 선뜻 사계절을 꼽는다. 물론 지금은 봄, 가을이 짧아지긴 했지만 우리나라엔 분명하게 구분되는 사계절이 있다. 단풍이 든다는 것은 이미 가을이 왔다는 것이고, 채색된 낙엽들은 우리들마음 깊숙이 깔려 있는 감성의 줄을 그윽하게 당기며 음률을 만들어 낸다.” ----------- -----------
니콘 FM2 2회 촬영, 55mm, 24mm 렌즈, 1/250, F8, FUJI Velvia 50 환상의 정원에는 큰 잎새 나무가 산다 작은 잎새들을 불러모아 햇살을 같이 쪼이다가 밤이면 다시 그들을 품어 잠을 재운다. 선운사 앞으로 개울이 흐르고 개울물이 명경지수라 개울가 옆에 빽빽이 들어찬 단풍나무들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물에 투영한다. 이윽고 그 잎들이 떨어질 때 물과 얼굴을 맞대지 못한 낙엽들은 길가에 수북이 쌓여간다. 낙엽들은 때론 과객들에게 들려 올려져 하늘로 흩뿌려지기도 하고 사진가들에겐 좋은 촬영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이 사진을 찍은 때는 90년대 후반 10월 말. 그때 난 선운사 바로 옆 숲속 민박(지금은 사라짐)에서 오리지날 복분자를 매일 저녁 탐닉하며 3일간을 꼬박 낙엽사진만 찍었다. 단풍이 든 낙엽은 아름답다. 이날도 그랬다. 선운사 개울 옆에 화사하게 쌓인 단풍잎 하나를 집어 올려 55미리 매크로 렌즈(접사용 렌즈)로 프레임 가득히 접사 촬영을 했다. 그 다음 렌즈를 24미리 광각으로 바꾸어 바닥에 깔려 있는 낙엽들을 2중 촬영을 했다. 결과적으로 큰 낙엽 한 개에 여러 개의 작은 낙엽들이 올려져 있는 형상으로 나타났다. 이 사진이 다중노출임에도 한 개의 이미지 같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이유는 큰 잎이나 작은 잎이나 같은 색깔과 형태의 단풍잎이었기 때문이다. ---------------------- ----------------------
니콘 D300, 1/250, F11, 2회 촬영, ISO 200 그들이 갈 곳은 하늘뿐이다. 이 사진은 단풍나무 밑에 거울을 놓고 거울주변의 윤곽을 떨어진 단풍잎들로 가린 세트 사진이다. 거울을 이용한 것은 두 개의 공간을 한곳에 모으고 거울에 비친 하늘의 하얀 공간을 붉은 단풍의 배경으로 사용해 적과 백의 대비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2중 노출사진인데 초점을 거울 속 피사체와 거울 밖의 단풍잎에 각기 따로 맞추었다. ----------- -----------
니콘 D700, 1/250, F11, ISO 200 나는 그의 흙집에 여장을 풀고 마당에 있는 돌판 위에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소줏잔에 산의 싱싱한 정기를 오롯이 담아 마시는 호사를 누린다. 이때 집 마당 위로 휘영청 달이 솟으면 그건 금상첨화다. 이 사진은 장작불로 지핀 온돌방, 흙집에서 개운하게 깨어나 근처 계곡에서 건진 사진이다. ------------- -------------
니콘 D700, 85mm 렌즈, 1/320, F8, ISO 200, 2중 촬영 내가 이대로 아주 늙을 때까지 파주에서 산다면 내 나이 얼마나 될 때까지 이 가파른 산 언덕을 자전거로 오를 수 있을까? 매번 산을 오르며 내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 잎새들은 낙엽으로 떨어지기 전 심학산 나뭇가지에 달려 있던 것들이다. 잎새들은 각기 다른 역사를 갖고 있다. 여름빛이 얼마만큼 쌓였는가에 따라, 혹은 바람이나 햇살의 방향에 따라 색상으로 구별되는 개개의 역사가 달라진다. 신기하게도 같은 잎새 속에서도 부분적으로 색상들이 변조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다수의 개인전 및 단체전에 출품했으며 대한민국 국회, 보건복지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에 작품이 다수 소장되어 있다. 대상그룹, 국가정보원, 한국타이어, 효성그룹, 메리츠 금융그룹 등의 캘린더 작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웹진 Switch SHINHAN BANK |
출처: 마음의 정원 원문보기 글쓴이: 마음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