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공정(西北攻征)!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역공이 시작되었다.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국은 고구려 역사를 그들의 역사에 편입하려 한다. 한반도 통일 이후 한국의 만주 지역 회복 의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만주에 대한 영유권을 확고히 하려는 포석이 아닐까 의심된다.
사실 역사의 이면에서는 만주 지역을 둘러싼 끊임없는 패권 다툼이 있어 왔다. 금나라나 요나라는 현재의 중국을 지배하는 한족(漢族)이 아니었다. 몽고의 원나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국 역사와 혈통의 연결고리로써 한족을 내세운다. 그러나 중국이 한족의 이름으로 만주를 지배한 것은 겨우 명나라 때 잠시 뿐이었다. 그마저도 명의 지배력은 만리장성 이북의 좁은 땅에 그쳤다. 그리고 만주족이었던 청(淸) 이후는 또 어땠는가. 구 일본제국은 만주제국이라는 괴뢰 정권을 앞세워 노골적으로 만주를 지배했다. 우리의 경우는 어땠는가? 고구려나 발해의 지배층이 우리 민족인 동이족(東夷族)이었음은 중국의 사서에서도 인정한 일이다. 현재의 북경 인근까지 그 정복의 손길을 뻗었던 광개토대왕은 차치하고라도 만주가 그 영토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해동성국 발해가 있었다. 그리고 고려왕조에 의한 잠시간의 침체기가 있은 후 조선 초기에는 사군 육진의 개척이나 정기적인 여진족에 대한 토벌 등으로 만주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이 계속되었었다.
만주는 사막과 황무지가 많아 농사에 적합하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방치되어 있던 만주 땅에서 근래에 엄청난 지하자원들이 속속 채굴되자 중국은 만주의 중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본격적인 산업화에 돌입한 중국으로서는 그간 신경 쓰지 않던 만주를 이젠 반드시 사수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효종의 북벌 계획은 망상이었을까
『서북공정(西北攻征)』은 중국이 추진 중인 한반도 역사 관련 왜곡 프로젝트 ‘동북공정 (東北工程)’에 대한 항의로부터 시작된 소설이다. 여기에 조선 17대 왕 효종의 ‘북벌론(北伐論)’을 배경으로 조선이 청을 공격하여 정벌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사실과 판타지를 섞어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대한 명의 지원을 계기로 조선과 명 사이에는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은혜(再造之恩)’를 입었다는 인식이 싹튼다. 한편 선조 이후 후금에 대해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며 중립 외교를 구사하던 광해군이 인조반정으로 물러나게 된다. 후금은 1636년 국호를 대청으로 고치고 조선에 명과의 국교단절과 군신지의(君臣之義)를 요구한다. 조선이 이를 거부하자 청은 병자호란을 일으킨다. 병자호란 패배 이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던 봉림대군은 인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다. 바로 효종이다. 명분과 실리를 두고 국내외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 속에서 효종은 청에게 당한 굴욕을 씻기 위해 북벌을 계획한다. 즉, 효종의 북벌 정책은 명나라와의 의리를 지키고 병자호란의 치욕을 씻기 위해 청나라를 정벌하려 했던 계획이었다.
오늘날 일각에서는 효종의 북벌 계획이 허황된 망상일 뿐이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효종조의 대륙의 상황을 따져보면 효종의 북벌 계획이 결코 허황된 망상만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명 왕조의 멸망 이후 중국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민심은 흉흉해졌다. 난세 속에서 중국은 더 이상 한족에 의한 지배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청은 이때를 노려 중국을 침략했던 것이다. 이는 청의 북경 입성을 전후한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중국 내륙과 만주를 잇는 요충지에 산해관이 있었다. 그곳을 지키는 명의 장수인 오삼계에게 청은 굴욕적이라 할 정도의 설복과 예우를 한다. 오삼계는 산해관 문을 열어 청의 침략군을 대륙으로 끌어들였다. 이어 북경을 함락시켜 청 황실에 바친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청 황실은 오삼계에게 ‘평서왕’이라는 칭호를 하사하여 운남(베트남 인근 지역)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양보한다. 전제정치 시대에서 나라의 한 지방을 거의 독립국에 준하는 수준으로 사실상 ‘독립’시킨 것이다. 이것은 이후 건륭제 대에 이를 때까지 계속되었다. 오삼계 이하 삼번의 왕이 모두 멸망하는 ‘삼번의 난’으로 비로소 중국 전토가 청의 지배하에 들어오게 된다. 청의 군사력의 주력이라 불리는 팔기군(八旗軍)은 결코 천하무적이 아니었다. 즉, 청이 대륙을 장악한 기반이 최강의 군사력은 아니었다는 이야기이다. 청의 대륙 장악 이면에는 중국 내 상황이 청에게 유리하도록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비록 조선은 수적 열세로 인해 병자호란에서 패하였다. 그러나 군사를 재조련하여 정예병을 만들어 청의 군세와 대등한 형세가 갖추어졌을 때 상황을 가정해 보자. 중국 민중들은 과연 문자도 없는 오랑캐인 만주족 청을 택할 것인가, 명 이래의 친우인 조선을 택할 것인가. 만일 효종의 북벌 계획이 성공하여 조선의 군사가 청의 군세를 깨뜨리고 중원을 장악했다면 오늘날 우리가 보는 국경선과는 사뭇 다른 국경선이 우리의 눈앞에 펼쳐져 있을지도 모른다.
서북공정의 출발점이 바로 그 지점이다. 『서북공정』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 효종 말년이다. 역사 속 효종의 북벌 계획은 사대부의 반발과 대외적 압박으로 인해 움직임이 미미하였고, 예기치 못한 효종의 승하로 인해 끝내 실행되지 못했다. 소설 『서북공정』에서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서사를 확장하여 이루어지지 못한 민족적 염원을 재현해 보고자 했다. 비록 북벌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강력한 군대를 양성하여 외세에 대항하려 했던 효종은 조선의 왕들 중에서도 가장 진취적이지 않았나 싶다.
병자호란의 복수와 백성에 대한 사랑
소설 속 북벌 찬반 세력의 첨예한 의견 대립과 계략은 당시 상황을 사실감 있게 보여 준다. 더불어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북벌 계획 실행 과정은 통쾌하면서도 어쩐지 뭉클하다. 『서북공정』 속 북벌 계획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지난 ‘병자호란’의 복수를 하기 위함만은 아니다. 그 저변에는 백성에 대한 ‘사랑’이 흐르고 있다. 방대진 작가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글에 나오는 각 인물이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들에는 오늘날 보아도 어렵지 않게 이해되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국민’을 위한 정의, 평화, 소통 등등이 중요하지만 당시에는 굶주린 ‘백성’을 배불리 먹이고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과제였지요. 그러나 방법의 형태는 다르지만 그 저변에 흐르는 정신은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겠지요.”
이 소설은 ‘시대의 변화’를 꾀하는 이들이 주축이 되어 사건을 전개한다. 이들은 수많은 고난과 위기 상황 속에서 나라를 위해 결코 눈치 보는 일 없이 직진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시원스럽지만은 않았던 지난날의 역사와 사드나 북핵 문제 등으로 강대국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현재 우리의 외교 실상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이야기는 먼 과거의 이야기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변혁기에 서 있는 대한민국호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와 사회 리더들의 자질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소설이 전해 주는 감동과 교훈뿐만 아니라 독자의 몰입을 이끌어 낼 생동감 있는 묘사와 유기적인 구성 역시 훌륭하다. 역사와 판타지를 오가면서도 맥락을 잃지 않아 재미와 교훈 모두를 독자에게 선사할 것이다.
<줄거리>
때는 조선 효종 말년. 이조참판 정성식은 역모 사건에 휘말려 집안이 몰락한다. 그의 아들 정이로는 겨우 죽음을 면했으나 원지유배를 가던 도중 자살을 기도하다가 그의 연인인 월향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두 사람은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납치되고 김후명이 그들의 앞에 나타난다.
주상이 북벌의 의지를 담아 정성식에게 내린 비망록, 적정고(狄征考)는 역모사건을 거치면서 주상의 암중(暗中) 시위 세력인 시림의 손을 떠나 산림정권의 한 사람인 김익선에게로 간다. 김익선은 적정고를 되찾으려는 시림의 손에 의해 암살당하고, 적정고는 김익선과 같은 산림정권의 한 사람인 병조참판 이형상의 손에 들어간다. 이를 눈치 챈 김후명과 정이로는 적정고를 되찾기 위한 계책을 세운다.
한편 김후명과 정이로는 광개토대왕과 관련된 전설의 진상을 살피고, 중원을 정벌하기 위한 계획을 위해 만주로 원행을 떠난다. 이형상은 용의주도하게 김후명의 일행 속에 자신의 간세를 잠입시킨다. 광개토대왕의 후계자를 자처한다는 이모응 일파의 존재를 알아낸 김후명은 전설의 실체를 알아낼 실마리를 찾기 위해 이모응에게 접근하는데 ...
<차례>
서문
1. 사건의 발단
2. 구원
3. 암투
4. 임무
5. 적정고를 찾다
6. 강계부로 향하다
7. 중원으로부터의 바람
8. 태왕신교
9. 태왕의 비밀에 다가서다
10. 위기일발
11. 절정을 향해 치닫다
12. 태왕의 유물을 찾다
13. 중원으로부터의 낭보
14. 필사의 전투
15. 일희일비
16. 절정
17. 별은 떨어지고
에필로그-남쪽으로
<저 자 소 개>
방대진
1964년 부산에서 출생하였다.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후 기업체 기획부, 광고회사 AE, 지방 전문대 교직원 등을 거쳐 현재 부산에서 서점(부산 전포동 소재 청솔서점)을 경영하며 집필에도 애쓰고 있다.
약력
-1994년 소설집 <옴파로스> 출간
-2004년 장편 역사소설 <왕의 반란> 출간
-2007년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 능력 1급 획득
-2008년 신라대 역사교육과 졸업
<서지정보>
-지은이: 방대진
-출판사: 황금소나무
-판 형: 국판 148*210
-쪽 수: 464쪽
-발행일: 2017년 7월 20일
-도서번호: 978-89-97508-42-6 03810
-분 류: 1. 소설>한국소설 2. 소설>장편 역사소설 3. 장르소설>역사
#서북공정 #동북공정 #효종 #인조 #병자호란 #광개토대왕 #송시열 #윤선도 #역사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