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황사는 몽골, 중국으로부터 날아오는 흙먼지였습니다. 당시만해도 흙비(토우)라 하여 황사 속에 포함되어있는 석회 등 알칼리성 성분이 한반도 토양, 호수의 산성화를 방지하고 식물과 바다 플랑크톤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고마운 존재였는데요.
하지만 20세기 이후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황사에 각종 오염물질이 포함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외출할 때 각별히 유의해야 할 ‘재난’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는데요. 이는 운전 중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에어필터(에어클리너) 관리
자동차는 주행 중 외부 공기를 빨아들여 엔진으로 보내 연료를 연소시키고 동력을 얻습니다. 이때 연소실에 먼지 등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에어필터(에어클리너)’가 장착되는데요. 적당한 시기에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차량 성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평소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황사철에는 미세먼지가 평소의 4~5배 정도 더 많아 에어필터에 먼지가 더 많이 쌓이게 됩니다. 만약 에어필터에 먼지가 한 가득 쌓이게 되면, 필터가 막히면서 공기 유입이 줄어들게 되고, 연소에 필요한 공기가 부족해 차량 성능이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에어필터 점검이 필요하며 1년에 한 번씩 교환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 먼지가 많은 지역을 자주 오가는 경우라면 더 자주 갈아주는 것이 좋겠지요.
에어컨 필터 관리
에어필터는 엔진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히터 또는 에어컨과 관련 있는 에어컨 필터(캐빈필터) 또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어컨 필터는 실내로 공기가 유입될 때 미세먼지 등을 걸러주고 심지어 유해 가스를 차단하기도 하는데요. 만일 오랫동안 교체하지 않으면 곰팡이 냄새 등 악취가 나기 시작하고 여과 성능이 떨어지게 됩니다. 차량 및 기상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5~8천 km 주행 이후 한 번씩 교환한다는 점을 참고하면 탑승자들의 호흡기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황사철 기본적으로 살펴봐야 할 두 종류의 필터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그렇다면 평소 황사, 미세먼지를 대처하기 위한 차량 관리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실내주차와 앞 유리 관리
먼저 가장 쉬운 방법은 평소 실내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황사로 인해 자동차 위에 먼지가 수북이 쌓이면 외관상 좋지 않고, 차량 내부로도 각종 오염물질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밖에 주차를 했거나 운전 중 윈드 실드(앞 유리)에 미세먼지가 쌓였을 때 워셔액 없이 와이퍼를 작동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와이퍼만 작동시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자잘한 모래와 미세먼지들로 인해 앞 유리에 흠집이 생기고 와이퍼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차한 경우라면, 부드러운 수건이나 먼지떨이로 이물질을 털어낸 뒤 충분한 양의 워셔액을 뿌리며 와이퍼로 앞 유리를 닦는 것이 흠집 예방에 도움이 되는데요. 이를 위해 평소 워셔액 양이 충분한 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황사가 잦은 시즌에 어쩔 수 없이 야외주차를 해야 한다면,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차량용 커버를 씌우는 것이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미세먼지가 차량 전체에 수북이 쌓였다면, 손잡이 등 탑승객의 손이 닿는 부분을 미리 털어 가족 등 동승자들의 건강을 위한 작은 배려를 실천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호흡기를 위한 실내∙외 순환 버튼
운전 중 에어컨 필터가 완벽히 걸러낼 수 없기 때문에 실외 공기가 차량에 유입되지 않도록 실내∙외 순환 버튼을 조작하는 것도 또 하나의 황사철 대비 방법입니다.
하지만 고속도로 주행이나 장거리 주행 시 실내공기만 순환시키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고, 졸음운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때문에 환기를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걱정되어 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15~30초 동안 대각선 방향으로 창문을 잠깐 열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데요. 대각선으로 창문을 여는 이유는, 창문을 열었을 때 가장 빨리 환기를 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손 세차 및 자동차 왁싱
일부 운전자들은 황사철 세차를 해도 먼지가 다시 붙을 것을 우려해 세차를 잘 하지 않기도 합니다. 이 경우 손 세차 후 뿌리는 왁스를 사용하거나, 여유가 있다면 고체 왁스를 발라 방호성을 높이고, 미세먼지 등 외부 오염물질이 달라붙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습니다. 왁스만 잘 발라도 주행 중 차량 표면에 앉아있던 먼지가 바람에 의해 날아가기도 합니다.
달리며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차량이 있다?
한편 최근에는 황사에 따른 미세먼지 해결책으로 ‘공기를 빨아들여 주변을 정화’하는 방법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수소연료전지차(FCEV, 이하 수소차)를 이용한 방법이 각광받고 있는데요. 향후 미세먼지 해결에 있어 새로운 해결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기에 잠깐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소차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전기차이지만,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사용하는 일반 전기차와 달리 수소와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얻습니다. 이때 필요한 산소는 대기중에서 얻는데 현대차의 넥쏘(NEXO)의 경우, 불순물이 제거된 순수한 산소를 얻기 위해 고성능의 공기 필터와 가습기, 전극막 등을 활용하여 공기 중에 함유된 미세먼지를 99.9% 제거한 후 순수한 산소만을 화학 반응에 사용합니다.
이 같은 원리를 적용했을 때 넥쏘 한 대가 한 시간 동안 주행하면 43명이 한 시간 동안 마실 공기가 정화된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수소차 보급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효과가 미비하겠지만, 점차 친환경 차량이 늘어나면 공기 정화 기능 역시 빛을 볼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까지 황사,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차량 관리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연일 미세먼지 농도 ‘나쁨’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앞서 소개해드린 차량 관리법이 차량과 운전자, 그리고 운전자의 가족 분들의 건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