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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장군은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추앙받는 전쟁영웅이다. 주한미군은 그를 ‘살아 있는 전설(living legend)’로 대우한다. 역대 주한미군 사령관들은 ‘한국전쟁의 영웅이신 백선엽 장군님’이라고 부르며 이·취임사를 시작하는 게 전통이다. 미군 장성 진급자와 미 국방부 직원들도 방한하면 백 장군을 만나는 게 필수코스다. 주한 미8군은 미군 부대에 배속된 한국군(카투사·KATUSA) 우수 병사에게 주는 상을 ‘백선엽상’이라 명명했다. 2013년 8월엔 미 8군은 그를 ‘미8군 명예사령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미 8군은 “6·25전쟁 당시 한반도를 방어하는 데 탁월한 업적을 달성했고 한국의 미래를 결정해 온 역사적 순간의 증인”이라고 존경의 뜻을 전했다.
그가 1992년 펴낸 영문판 ‘From Busan to Panmunjeom(부산에서 판문점까지)’ 등은 미국내 전사(戰史) 부분의 스테디셀러다. 미 국립보병박물관은 백 장군의 6·25 경험담을 육성으로 담아 전시하고 있다. 자서전인‘군과 나’는 미국의 주요 군사학교에서 교재로 쓰인다.
백 장군은 휴전 이후 한국군의 재건과 숙군작업, 국방력 강화에 주력했다. 한국군 최초로 4성 장군으로 진급했고, 초대 1야전군사령관으로서 아시아 최초로 야전군을 창설했다.
그와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얽힌 일화도 유명하다. 1949년 군이 남로당 연루자를 가려내는 숙군(肅軍) 작업을 할 때 당시 정보국장이던 백 장군은 남로당 연루 혐의로 조사를 받던 박정희 소령의 구원 요청을 수용해 육본에 재심을 요청했다. 그의 배려로 박 소령은 불명예 제대로 일단락됐다. 몇 년 뒤 군에 복귀한 박 전 대통령이 소장 진급 과정에서 좌익 활동 전력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참모총장이던 백 장군이 보증을 섰고 박 전 대통령이 준장 시절 미국 포병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1960년 예편 이후엔 외교와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10년간 중화민국(대만) 프랑스(유럽 5개국과 아프리카 7개국 대사 겸임) 캐나다 주재 대사를 지냈다. 교통부 장관으로 서울 지하철 1호선 건설을 시작했다. 충주비료 호남비료 한국종합화학사장을 역임하며 중화학공업의 토대를 닦기도 했다. 선인재단 운영을 비롯한 각종 교육 활동에도 나섰다.
고령의 나이에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자문위원장과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강연과 저술 활동을 계속해 왔다.
6·25전쟁 발발부터 정전협정 체결 때까지 1128일간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전선을 지키며 공산군과 사투를 벌였다. 전쟁 기간 1사단장과 군단장, 육군참모총장 등을 맡아 군을 지휘했다. 휴전회담의 유엔군 측 초대 한국군 대표도 맡았다.
백 장군은 1940년대 일본군(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다는 이력 때문에 친일파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2013년 10월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으로부터 “민족 반역자”라는 공격까지 받기도 했다. 이에 보수단체와 장성 출신 의원들이 나서 “일제 치하에 나라가 없어진 상황에서 군 복무지를 선택할 수 없었던 그를 친일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발했다.
태극무공훈장(2회), 을지무공훈장, 충무무공훈장, 미국 은성무공훈장, 캐나다 무공훈장 등을 비롯해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 ‘2010 밴 플리트 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한국전쟁一千日’(1988), ‘軍과 나’(1989), ‘실록 지리산’(1992), ‘한국전쟁Ⅰ,Ⅱ,Ⅲ’(2000), 회고록 ‘조국이 없으면 나도 없다’(2010), ‘노병은 사라지지 않는다’(2012)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노인숙씨, 아들 백남혁·백남흥 씨, 딸 백남희·백남순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 발인은 15일 오전 7시.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이다. 02-3010-2000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https://www.youtube.com/watch?v=0fbk5mPmPAU
‘6·25전쟁 영웅’ 백선엽(白善燁) 장군 별세…향년 100세
(1920.11.23 ~ 2020.7.10)
자유 대한을 지켜낸 전쟁 영웅,
자유대한 역사의 현장이자 산 증인이
이젠
호국영령이 되셨구려.
역사는 지난 날 사실로 '있었음'이다.
낙동강 전선 서쪽인 내 고향 성주는 인민군 치하...
칠곡 다부동 전투에서 북한군 3사단을 격멸시키는 등 최후전선을 방어함으로써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의 목숨을 건져낸 장군의 혁혁한 전공에 깊이 감사드린다.
구국의 영웅이시어, 영면하소서!
호국영령이시어, 밤하늘 별로 빛나소서!
7월 13일 고 백선엽 대장의 시민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우산을 받친 시민들이 세 줄로 길게 서서 조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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