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발, 황등행 열차는 20시에 떠나네.(제159회)
"그리서 노삼택이는 지지리 궁상이라는 거셔, 그라고 또 박씨 집안은 선진철강의 제 2공장을 익산에다가 겁나게 크게 짓잖여!? 그라고 영세민을 위헌 병원도 짓고 말여 그리서 박씨 집안이 유리 헐것이랴." 이렇게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박씨 집안의 승리를 점 쳤다. 그리고 또 박씨 집안의 당사자들 또한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허허허 야, 선옥야 저 거시기 말여, 우린 선의의 경쟁자다 이거셔, 그랑게 너는 젊은층을 공략혀 가꼬 금메달을 따고. 나는 장년층을 공략혀 가꼬 은메달을 따자 잉~ 그리가꼬 노삼택인지 늙은 삼태긴지 그 인간을 묵사발을 맹그러버리자 잉. 자, 파이팅!!"
"그래요, 작은 아버지!! 파이팅! 하하하"
박기수는 익산에서 태어나 잔뼈가 굵고 그곳에 뿌리를 박고 살았기 때문에 그곳의 건달에서부터 성실한 장년층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바로 아래동생이자 서진옥의 남편 박영수도 익산에 상주하며 영세민들의 무료변호와 법률상담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리고 선옥의 남편 영규도 역시 익산에 상주하며 그곳의 처녀 총각들에게 무료로 성형 수술을 해 주고 있었다. 그 효과는 그 연령층의 유권자들에게 파격적인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안익기는, 익산 곳곳에 유치원을 무료로 지어주어 젊은 엄마들의 환영을 받았다. 송민호 또한 익산에 내려와 선옥이와 그 작은 아버지의 선거 연설문을 써 주고 있었다.
그 연설문은 후보자 합동유세 장에서 이렇게 포문을 열었다.
"친애하는 유권자 여러분!!
저는 익산군의 대표적 기업중의 하나였던 황등석재의 외동딸 기호 3번 박선옥입니다. 저는 이곳 익산군에서 태어났고 저의 아버님 존함은 박 자, 명 자, 수 자,입니다. 아마 이곳에 계신 유권자 여러분들께서도 저희 아버님 함자를 기억하고 계신 분이 많이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버님의 생명이나 다름없었던 '황등석재'가 왜 몰락했는지? 그리고 그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시던 저희 아버님이 왜 지금은 언어장애와 기억장애로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계신지 여러분들은 대충 짐작을 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그 흑막을 낱낱이 밝히겠습니다.
여러분!! 여러분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계시는 '황등석재'가 왜 망 한 줄 아십니까? 그리고 저희 아버님이 왜 저렇게 되 신줄 아십니까? 그것은 민정당후보인 기호 1번 노삼택 후보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하면서 선옥은 그 지난 과정을 세세하게 밝혔다.
그 진실성이 충분히 묻어나는 선옥의 연설에 유권자의 반응은 감동이 되어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었고 울분을 터트리는 자도 있었다.
그녀의 연설이 끝나자, 노삼택은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닌 날조된 허위사실이며, 자신은 박선옥 후보를 명예훼손과 허위사실유포 죄로 당국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어서 등단한 박기수 후보는,
"에~ 그랑게 시방 노삼택 후보는 거짓말을 솔찬이 잘 허는디, 어디 내일 '황등'면 합동 유세장에서 그 시시비비를 가려 보장께요. 과연 누가 허위사실 유포 죄에 해당이 되는가? 고것을 갔다가 가려보자 이겁니다. 내일 그 진실을 가려 줄 증인들이 유세 장에 줄을 서 있을 것잉게 그 증인들 야기를 들어보쇼 잉~
자!! 유권자 여러분!! 내일 '황등'장터에서 여는 합동 유세장에 한분도 빠짐없이 꼭 나와 주쇼 잉, 지가 내일 저희 회사의 자동차를 총 동원혀가꼬 유권자 여러분들 댁으로 모시로 갈 것잉게 한 분도 빠짐없이 꼭 참석을 혀 주쇼 잉~" 라고 반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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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새벽부터 박기수는 자신이 운영하는 운수회사의 전 차량을 동원해 유권자들을 그 장터로 실어 나를 작전을 세웠다. 그는 현금이 가득 찬 자신의 자가용 트렁크에서 만원 권 다발을 꺼내들고,
"어히, 동생, 자네는 말여, '죽촌리'를 담당허고, 만수 너는 '율촌리' 그라고 평수 형님은 '황등리'를 담당혀유, 그라고 태수 너는 '구자리' 그라고 수동이 아자씨는 '신기리'.....그라고 만복이 아자씨는 '용산리' 너는 '신성리'를 담당 허라 이거여, 그라고 사람 눈치를 봐서 한 장씩 줄 사람은 한 장씩 주고 두 장 줘야 될 사람은 두 장씩 주란 말여, 그리서 한 사람이래도 더 끌고 오란 말여, 알 것지!?" 하면서 만원 권 뭉치 몇 다발씩을 그들에 손에 들려주었다.
"암만, 암만, 오늘 우리 밀양 박씨들 한을 푸는 날여."
"그려, 그려, 그렇고, 말고여, 확실허게 삼택이 그놈을 밟아 버리야 되아~ 안그려?"
"마저유~ 마땅께유~ 오늘이 바로 그 노삼택이 씨부랄 놈의 새끼를 개망신시키는 날유. 안그류?!"
"개망신만 시키면 되간디, 그 노삼택이 그 호로 새끼를 아예 꼬실러 버려야지....씨부랄 놈이 우리 박씨 집안을 뭘로 보고말여..... "이렇게 그들은 단단한 각오를 했다. 그리고 박기수의 지시대로 각자 담당 동네를 향해 자동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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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연설회가 시작될 때쯤, 그 현장엔 자동차에 실려온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침 그 날은 '황등' 장날이라서 제 발로 걸어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느 사이 그 현장은 그 군상들로 발 디딜 틈이 없게 되었다. 그리고 후보자들도 등단했다. 그리고 그 단하의 긴 의자엔 낯선 사람들 몇몇이 조신하게 앉아 있었다.
"저어기 밑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누구뎌?" 한 촌노가 물었다.
"아메, 저사람들이 어저끄 박기수가 일러 준, 그 증인들인 모냥유." 한 유권자의 답이었다.
그렇다면, 그 증인들은 어떤 이들인가?
그들을 알려면 10년 전으로 세월을 역류시켜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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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꼭 10년 전인 1971년 그 어떤 여름날, "황등석재"의 박명수 사장은 공장의 시설물을 초현대식으로 바꾸기 위해 독일에 직접 가서 발주시켜 드려온 최신식 광산시설물들의 설치를 완료한다.
그리고 그 자축잔치를 걸 판 지게 하기로 한 날의 새벽 두 시경, 황등석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물 사고로 그 시설물들을 시운전후 단 한번도 써먹지 못하고 잿더미가 된다. 당시 그것을 수사했던 당국은 광산에서 발파용으로 사용하는 폭약의 취급 부주의로 인하여 발생한 화재 사고로 처리한다.
그러나, 당시 현직 판사로 있던 박명수의 동생 박영수는 그 사고에 어떤 의혹을 가지고 세밀하게 현장 감식을 하던 도중 사고현장에서 '군벌 줄' 하나를 발견한다. 그것을 본 박영수의 판단은 군대에서 고도의 훈련을 받은 폭약전문 처리 반들에 의하여 저질러진 방화로 단정한다.
사고 직후 박영수는 형님인 박명수에게만 그 사실을 귀 뜸해 준다. 그리고 그 10년 동안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밝힐 수 있는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 맺힌 세월을 보내던 박영수는 이번 선거전이 그 흑막을 밝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 조카인 박선옥과 바로 형인 박기수가 출마를 결심하자마자 마당 발 남승희와 함께 당시 그 '군벌 줄'의 주인을 역 추적하여 찾아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