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호텔업계에는 특1급은 넘쳐나지만 일반 외국관광객이 묵을 수 있는 특2급은 턱없이 부족하고 열악합니다. 관광산업의 육성을 위해 서는 4성급 호텔의 육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박광해 세종호텔 상무(57)는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지의 일반 관광객들 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싶어도 잠잘 곳이 마땅치 않아 중국이나 동남아 로 행선지를 바꾸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한다. 하루에 30만원을 호가하는 특1급 호텔은 그들에게 그림의 떡. 그는 월드컵 등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귀빈이나 고위 비즈니스맨들이 이용하는 특1급 호텔은 충분한 상태지만 그 바로 아래 수준인 4성급 호텔은 상대적으로 아주 열악한 상 태라고 지적했다.
▲지난 85년 국내에 한식뷔페를 첫 도입한 세종호텔의 명성은 여전하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특2급 객실 수는 특1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외국인 이용객 수는 특2급이 오히려 더 많다. 객실고객의 외국인 비중도 특1급은 90% 정도지만 특2급은 거의 100%가 외국인이다. 많은 외국 관광 객들은 중가 호텔을 찾는데 우리나라 현실은 이들이 이용할 시설이 태부 족인 셈이다. 그는 "외국인이 묵을 수 있는 특급호텔과 러브호텔 사이 의 빈 공간을 메우는 일은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 경북 상주 출신인 박 상무는 지난 1973년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세종호텔에 입사했다. 호텔업계에서는 아주 드물게 30년 동안 한 직장에서만 근무했다. "행운아인 셈이죠.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 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일한다고 한다. 그는 원 래 전기·영선 등 호텔의 시설관리업무에서 출발한 특이한 경력을 가지 고 있다. 이후 총무 인사 자재 기획 등 안 해 본 업무가 없다.
자신이 호텔에 입사할 당시만 해도 말리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친 구들이 자녀들의 취업 부탁을 해 올 정도로 호텔리어가 인기 직종이 돼 뿌듯함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한다.
세종호텔은 한식뷔페의 원조로 유명하다. 지난 85년 세종대 이사장의 제안으로 시작한 한식뷔페는 지금은 전국적으로 대중화됐지만 당시로서 는 파격적인 시도. 간부들조차 한식으로 어떻게 뷔페를 만드냐며 대부분 반대했다. 하지만 한식뷔페는 장안의 화제가 될 만큼 보기 좋게 성공했 고 지금도 한식뷔페에 관한 한 세종호텔은 최고의 호텔로 꼽힌다.
박 상무는 세종호텔의 강점으로 몸집이 가벼운 만큼 상황에 따라 변신 이 쉬운 점을 든다. 실제로 세종호텔은 IMF 직전에 대대적인 비용 절감 과 인력 감축을 단행해 IMF 때 오히려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월드컵 때는 수익이 저조한 식음료 영업장을 객실로 변경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도 했다. 1층 커피숍의 경우 아침에는 단체객 조찬장소로, 점심 때는 뷔 페식당으로, 저녁에는 퍼브바로 바뀐다.하루에 3번씩 성격을 완전히 달 리하는 영업장으로 변신하는 카멜레온식 영업으로 매출을 높이고 있는 것. 3년 전부터 호텔시설의 확장에 한계를 인식한 박 상무는 외부 영업장의 확대에 적극 나선다. 김포공항청사 서울대 고려대 지산컨트리클럽 등의 외식사업을 중점적으로 따내 3년 만에 매출을 60%나 늘려 놓았다. 세종 호텔의 객실 가동률은 지난해 무려 91%. 올해도 이 같은 수준은 유지되 고 있다고 한다.
그는 세종호텔처럼 규모가 작은 호텔은 대대적인 혁신보다는 조금씩 꾸 준하게 업무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을 평가할 때도 성실성과 함께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개선의욕 을 주의 깊게 살핀다.
박 상무는 특급 호텔과 일반 호텔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양극화 현 상의 심화를 크게 우려했다.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관광산업의 발전을 크게 저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 관광산업의 다양화를 위해서도 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박 상무는 관광산업이 21세기 최고의 고부가 유망 산업인 만큼 다른 부 처를 줄여서라도 관광부를 신설, 제도 개선과 함께 관광산업의 체계적인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외국관광객 유치만큼 무공해 고부 가 산업이 어디 있습니까. 무역분쟁을 겪으면서 자동차 10대 수출하는 것보다 관광객 한 명 유치하는 게 국익에 더 보탬이 됩니다. 돈이 나오 는 데 투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닙니까"라고 되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