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12월 31일
김옥자 (2023.12.11)
어제를 짊어지고 앞서가는 긴 그림자
산 너머 다음 해는 어서 가자고 등 떠민다
훌쩍 커버린 아이의 옷소매처럼
겨울 해는 유난히 짧습니다
산그늘이 서둘러 데려가는 그해 겨울의 12월이
아직도 가지 끝에 걸린 연처럼 31일 쯤에 아프게 걸려 있어
기원 전과 기원 후가 나뉘는 것처럼
회상하는 내 모든 것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몇 해를 살다간 시간들의 각질이 하얗게 떨어져 나간 자리
여기까지가 한계라고 여겨지는 절벽에 덩그러니 기대 서 있는 외로운 달력 한장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처럼 못 박힌 채 걸려있는 12월은 우리들의 잘못을 용서하라십니다
하룻 밤만 더 지나면 분명 소원이 이루어 진다고 했는데
웅녀가 되기 위한 마지막 밤의 긴 외로움
무촌에 꽃이 지고
정렬된 달력의 숫자들이 바람으로 흙으로 뿔뿔이 흩어지던 날
12월 옷자락만큼은 한 움큼 온 힘으로 꼭 붙잡고 싶었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낙엽은 툭 툭 떨어지듯이
외로움도 자연의 섭리라면
12월 31일까지가 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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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후기]
1년에 13월이 없는 것처럼,
한 달에 32일이 없는 것처럼,
달의 공전, 지구의 자전이 자연의 섭리입니다
사람이 나고, 가고 하는 것들이
잎이 피고 꽃이 지는 일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지만......
2017년 ,그 해 12월 31일의 슬픔과 황당함 그리고.
한 장 남은 겨울의 쓸쓸함이 묻어나는 글을 담담하게 쓰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