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4.28일 최보식 언론인이 올린 短評글입니다. 井底之蛙라는 표현에 딱맞는 短見의 달인이 國防을 위기로 몰아가는 모습을 짧게 잘 지적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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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젊은 날 '마케팅' 관련 서적을 꽤 많이 봤다. 물건을 파는 것은 내 생각을 파는 것과 같다고 여겼다. 그는 심리학과 설득에 관한 책도 보면서 말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고 한다.
세일즈를 잘 하기 위해 남을 구슬리는 말 훈련을 했다는 뜻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외판원의 말에 혹해서 상품을 사고 나면 나중에 물리지도 못해 후회할 때가 많다. 소위 그런 말을 '감언이설'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그 뒤 사시에 합격해 변호사를 했으니 말 실력에는 어디에도 안 밀리고, 우리는 지금 대통령의 놀라운 화술을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국가란 국가 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하느냐. 당연히, 그리고 충분히 할 수 있다."
28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이렇게 멋진 말을 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주한미군을 빼고 자체 군사력 수준이 세계 5위이고 연간 국방비 지출이 북한의 1년 국민총생산보다 1.4배 크다"며 "훈련도 잘돼 있고, 사기도 높고, 경제력도 비교가 안 되고, 방위산업은 수출만 세계 4위로 뛰어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자꾸 우리가 외국 군대가 없으면 마치 자체 방어가 어려운 것 같은 불안감을 갖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이 이런 말을 꺼낸 것은 자신과 잘 맞지 않는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권' 회수를 노린 것이다.
안규백 국방장관이 찰떡같이 알아듣고 "일부 세력이 그렇게 선동하고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장단을 맞추자, 이 대통령은 "이런 객관적 상황을 국민들께 많이 알려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국방장관은 "그런 차원에서 전시작전권 회수도 앞당길 수 있는 유·무형의 정신적 자산, 전략체계도 갖추고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당연히 그래야죠"라고 답했다.
'군미필자' 대통령과 '방위 출신' 국방장관이 서로 죽이 잘 맞는다. 이들의 자주국방에는 국가의 운명과 직결되는 '동맹'이라는 기본 개념도 없는 것이다.
전작권 환수는 단순히 국가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주한미군의 존재는 단지 병력 배치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보증'을 상징한다. 말하자면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안전하다'고 보증을 서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그동안 한국을 경시하지 못한 것은 한국이 꼭 대단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등 뒤에 있는 미국 때문이었다. 혹자는 이를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있는 한국이라고 표현했다.
미군을 한반도에 묶어두기 위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이승만의 위대한 전략 구상이었다. 그 선물을 우리나라는 당연히 존재하는 공기처럼 누려왔다. 만약 주한미군 토대가 없었다면 호전적인 북한과 대치상황에서도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뤄낸 '한강의 기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공기가 너무 익숙해 공짜처럼 보이니까, 그 공기가 얼마나 어렵게 구한 것이고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른다.
그전의 좌파 정부처럼 이재명 대통령은 '공기'를 걷어내는 그런 무모하고 책임을 안 지는 시도를 또 하려고 하는 것이다.
필리핀은 수빅만에 주둔했던 미군의 철수가 어떤 상황을 낳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필리핀 주둔 미군은 1992년 당시 필리핀의 반미 정서와 주권 회복이라는 분위기에 밀려 철수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군사기지 하나의 철수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안보 우산'의 이탈로 다국적 기업들이 철수하는 등 경제적 붕괴의 서막이 됐고, 중국의 만만한 먹잇감이 됐다. 중국은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 스카보로 암초를 무력으로 점거했지만 필리핀을 도와주는 우군은 없었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위험하다고 임기 초반부터 걱정했다.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말을 너무 잘 해서' 위험하다. 윤과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한 케이스다. 대부분 말솜씨에 능란한 사람치고 뒷감당과 책임을 잘 지는 이는 드물다.
대통령의 경우 그 책임이 본인에게 국한되는 게 아니라 국가와 국민, 아들 손자세대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출처 : 최보식의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