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27일 (목) 09:10 시사저널 | |||||||||||||||||||||||||||||||||||||||||||||||||||||||||||||||||||||||||||||||||
4km 역사의 거리 가는 곳마다 명품 향기 | |||||||||||||||||||||||||||||||||||||||||||||||||||||||||||||||||||||||||||||||||
새 국립중앙박물관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일곱 가지 포인트를 정해 둘러보았다.
경천사지 10층 석탑 다각도로 감상하기 : 새 박물관 전시실 입구인 으뜸홀.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거대한 복도가 관람객을 압도한다.‘우와’하는 탄성이 주변 곳곳에서 들린다.경천사지 10층 석탑은 길이 192m에 달하는 복도 끝에 있다.조그맣게 보이던 탑은 가까이 갈수록 본연의 자태를 드러낸다.
1348년 고려 충목왕 때 세워진 탑의 운명은 기구했다.원래 개성 부소산 경천사지에 있던 탑은 구한말 일본인에 의해 바다를 건너갔다가 다시 돌아왔다.탑은 이후에도 오랫동안 경복궁에 방치되다시피 서 있었다.탑은 1995년 5월에 해체된 후 10년 간의 보존 처리를 거쳐 지난 5월 비로소 이곳에 복원되었다. ‘다각도로 살펴보다’라는 말이 있다.새 박물관에 가면 경천사지 석탑을 말 그대로 다각도로 감상할 수 있다.바로 옆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2층 회랑에 서서 탑 옆구리에 촘촘히 새겨진 부조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3층 회랑에서 탑을 내려다보는 경험도 새롭다.
1주일 안에 가야 볼 수 있는 무구정광 다라니경 : 경천사지 10층 석탑을 살펴보고 나면 본격적인 박물관 탐사가 기다리고 있다.박물관 1층은 고고실과 역사실로 꾸며져 있다.고고실에는 선사시대와 3국 시대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역사실에서는 고려와 조선의 역사 자료를 고문서·고지도·왕과 국가 등 아홉 주제로 나누어 보여준다.
1층에서 그냥 지나치면 후회할 수 있는 유물이 무구정광다리니경(국보 165호)이다.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 목판 인쇄본을 보려면 발길을 서둘러야 한다.워낙 오래되고 귀한 물건이어서 10월28일부터 1주일 정도만 선보인 뒤 다시 수장고로 돌아가기 때문. 이후에 박물관을 찾는 이들은 진품 대신 복제품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사상 최대의 국보 잔치, 59점이 한 자리에 : 말이 나온 김에 이번이 아니면 보기 힘든 명품 이야기를 더 해보자. 개관을 기념해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는 사상 최대의 국보급 문화재가 한자리에 모인다.이건무 관장은 “중앙박물관뿐 아니라 개인 소장가와 사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을 포함해 국보 59건, 보물 79건, 중요 민속문화재 1건이 전시된다.이는 단일 규모로는 최다 지정문화재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현재 우리 나라의 국보는 모두 3백8건. 그 중 부동산을 뺀 동산이 2백10건이니 움직일 수 있는 국보 가운데 28%가 용산 박물관으로 집결하는 셈이다.이 중 지금까지 쉽게 볼 수 없었던 ‘대표 선수’ 몇몇만 추려보자.
황남대총 북분에서 출토된 신라 금관(국보 191호)과 금 허리띠(국보192호)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용산으로 잠시 거처를 옮겼다.<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은 가까운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건너왔다.아산 현충사에 있던 충무공 이순신의 칼(보물 326호)과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던 감은사 동탑 사리갖춤, 화엄사 소장 <화엄석경>, 추사가 쓴 해인사 중건 상량문 등은 소장처 밖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문화재들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에서 발굴된 청동기시대 화살촉이 박힌 화살대 뭉치와 전주 갈동 초기 철기시대 유적에서 무더기로 쏟아진 청동기 유물은 이번 개관에 맞추어 최초로 일반에 공개된다.
신기하고 소중한 기증 유물들 : 박물관 2층에 오르면, 북쪽에는 미술1실이, 남쪽에는 기증실이 자리 잡고 있다.미술1실은 서예·회화·불교회화·목공예 등 한국 미술사의 대표적인 명품들이 전시된 곳이다.이곳 미술품들은 경복궁 시대부터 대표 전시물이었으니만큼 낯이 익다.2층에서는 기증 유물실을 둘러보는 맛이 더 쏠쏠하다.기증 유물실은 용산 시대에 맞추어 이전에 비해 대폭 확대되었다.
#10년 만에 다시 여는 아시아실 : 3층의 남쪽 전면을 차지한 아시아관은 용산 시대에 맞추어 박물관측이 심혈을 기울인 역작이다.과거 총독부 청사(옛 중앙청)를 박물관으로 사용하던 시절 아시아관은 작은 규모나마 존재했다.하지만 그곳이 철거된 뒤 옮겨간 경복궁 시절에는 장소가 비좁아 아시아 유물을 전시하지 못했다.아시아실 유물들은 10년 만에 다시 손님을 맞는다. 특히 중앙아시아 전시실을 눈여겨보자. 일제 때 일본의 오타니 탐험대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발굴한 유물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총독부 박물관에서 전시하다가 광복이 되면서 놓고 간 유물이다.덕분에 우리는 영국 브리티시 박물관이나 도쿄 국립박물관에 견줄 만한 중앙아시아 유물을 갖추게 되었다. 중국실은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에서 구입한 유물로 채워져 있으며, 중국식으로 공간을 디자인했다.일본실에서는 유키요에(浮世繪)·하니와(埴輪) 등 일본풍이 물신 풍기는 전시물들이 관객을 맞는다.도쿄 국립박물관이 2년간 특별 대여한 유물들이다.
높이 2.88m 무게 6.2t에 달하는 국내 최대 철불을 비롯해 육중한 쇠부처와 돌부처 일곱 분을 모신 끝 방에 들어서면 우선 눈이 부시다.창을 넓게 터서 자연 채광이 되도록 꾸민 덕분에 불상 뒤편으로 용산 가족공원의 우거진 수풀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부처들은 원래 자연 속에 안치되어 있었다.경내에서도 원래 모습을 살필 수 있도록 이곳을 설계했다”라고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김영원 박사가 말했다.경복궁 시절에 이 부처들은 지하 2층 동굴 같은 어둠침침한 방 속에 놓여 있었다.박물관 사람들, 이 부처들을 옮기느라 진땀 뺐다는 후문이다. 불교조각실 안의 좁은 회랑을 건너면 암실 같은 조그만 방이 나온다.이곳에 핀 조명을 받고 반가사유상(국보 78호)이 서 있다.일본으로 건너가 아스카 시대 불상의 바탕이 되었다는 불상이다. 불교조각실 관람을 끝으로 4km에 걸친 ‘행군’이 마무리되었다.찬찬히 둘러보면 열한 시간쯤 걸린다는 것이 박물관측 설명이다.눈도 피곤하고 발도 아파 잠시 걸터앉아 쉬어야 했다.아직 박물관 탐사가 끝난 것이 아니다.
새 박물관, 새 건축물 : 이번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 박물관 건축물을 둘러볼 차례다.우선 크다.길이가 404m, 너비가 최대 186m 크기인 건물 안에 상설 전시실이 45개가 들어섰다.이곳에 유물이 모두 15만점 전시되어 있다.전시 공간만 연면적 4만6백평 정도. 경복궁에 있던 박물관보다 3배 이상 커진 규모다.
이곳에서 10월28일 개관을 전후해 국제 학술회의와 오케스트라 공연, 패션쇼 등 크고 작은 행사들이 열린다. 새 국립박물관은 연말까지 무료로 개방된다.박물관측은 혼잡을 피하고 안전한 관람을 위해 동시 관람 인원을 3천명 선에서 제한할 방침이다. 평일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휴일에는 한 시간 연장된다. -'자유만큼 책임을 생각하는 언론'ⓒ 시사저널 & 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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