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86 --- 말 못 하는 꽃이라고 함부로 꺾지 마라
길가에 주인 없는 꽃이라고 함부로 꺾지 마라. 예쁘다고 꺾으면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수명을 다한다. 힘없다고 꺾으면 그동안 살아온 날이 허무하다. 꽃도 하나의 생명이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모든 이에게 기쁨을 주고 즐거움을 주는데 반가워하는 마음이 꺾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것인가.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은 못 할망정 무책임한 짓이다. 이쯤 되면 너무 잔인하다.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다. 혼자 아끼고 혼자 보겠다고 꺾으면 그 의도와는 관계없이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다. 혼자 보는 것보다는 여럿이 볼 때 그 가치가 더 상승한다.
꽃이 아름답다. 작은 꽃은 작아 아름답고 큰 꽃은 커서 아름답다. 꽃송이와 빛깔이 다르다. 하나같이 아름답다고 자신도 모르게 슬그머니 손을 내밀어 꽃을 꺾는다. 꺾은 꽃은 버리기도 하고 꽃병에 꽂기도 한다. 한 번 꺾인 꽃은 오래가지 못하고 시름시름하다가 너무 허무하게 져버리고 만다. 물론 꺾지 않은 꽃이라고 한없이 피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꺾여서 지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한 번 꺾인 꽃은 시한부 수명을 누리는 것이나 다름 아니다. 꽃이 그냥 피는 것이 아니다.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한 해를 쏟아붓는데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하고 지게 되면 그뿐인, 그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꺾이지 않고 지는 꽃은 꽃잎이 져도 그냥 끝나는 것이 아니다. 꺾인 꽃과는 달리 꽃은 져도 가야 할 앞날이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며 열매를 맺는다. 잘 익으면 씨앗이 되어 종족을 보존하기도 하고 좋은 먹거리가 되기도 한다. 한 번 꺾인 꽃은 이유야 어떻든 목숨을 꺾인 것으로 끝장을 본 것이니 미래가 없는 것이다. 그대로 한 해가 자취도 없이 소멸해버리는 것이다. 한 해 중 가장 부풀어 있다고 할 시기에 타의에 의해 삶의 현장에서 예쁘고 아름답다는 명목으로 박수갈채가 아니라 오히려 비참하게 끌어내려 추방을 당한 꼴이 된 것이다. 말 못 하는 꽃이라고 함부로 꺾지를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