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외박입니다. 어저께는 비행기 안에서 쪽잠, 오늘은 배 안에서 밤잠, 비행기 안에서 보다는 오늘 배 안에서는 꿀잠이었습니다. 여수에서 제주행 배편은 처음이라 완도나 목포보다는 좀더 까탈스러운 사소한 실랑이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독방을 배정받고 한숨 잘 자고나니 제주도 도착이랍니다.
2018년에서 2019년에 걸쳐 1년을 함께 했던 (그 전에는 방학 때마다 거의 5번 정도 함께 했던) 진이를 5년만에 재회했습니다. 5년이면 뻥튀기 수준이 엄청날 것이라 예상했던대로 구부정한 큰 키에 여드름 투성이, 그러나 아직 얼굴에는 앳띤 기운이 남아있는 진이가 눈 앞에 딱 나타나자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 진이도 태균이형과 준이를 보자 슬그머니 미소를 짓습니다.
베트남 여독을 풀 새도 없이 여수까지 내려와서 제주행 배에 오르니 태균이 힘들만도 합니다. 체력적인 부분이야 제가 더 심하겠지만 제가 워낙 바람체질이라 이 정도 세기는 충분히 단련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 왈 몽골제국 장군들도 저만큼 빡세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농담! 제 이번 일정은 그렇게 비유해도 될 무모한 수준이긴 합니다.
2월 7일 새벽부터 오늘 이렇게 동이 훤히 뜨는 아침까지, 열흘간 그야말로 치열한 '하루도 같은 날이 없음!'의 연속이었습니다. 같은 하루가 없었던 것을 넘어 모든 하루가 격하게 다름!은 태균이나 저에게 신선한 바람이기도 합니다.
마치 물이 고이면 썩고 계속 흐르고 순환해야 고유의 기능을 갖듯이, 바람이란 폭풍만 아니라면 머물러 있지않아야 대기를 청명하게 하며 크던 작던 변화라는 재미를 선사하게 되어 있습니다. 타고난 바람추적자 엄마를 만나 그 DNA가 없어도 태균이 충분히 그 대열에 합류했고 바람을 기꺼이 즐기게 되었으니, 우리는 환상의 모자관계입니다.
여수발 선박이 제주항에 들어오니 이제 막 동이 트기 시작합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일출장면이 마음을 놓이게 합니다. 비록 주말부터 긴 비소식이 있지만 오늘 내일은 날씨가 맑다하니 무리되지 않는 즐거운 제주도 활동을 잘 만들어 봐야 되겠습니다.
완이가 없기에 비오는 날에는 다양한 실내 볼거리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나무같이 키가 훌쩍 커버린 3명의 청년들에게 잊지못할 제주도 경험을 위해 다시 머리 풀가동! 일단 오늘은 충분한 휴식을 하고 꽤 진하게 남아있는 완이 흔적부터 지워나가야 하겠습니다. 제주도 도착했네! 귀환의 기쁜 표정이 태균이 미소에서 살그머니 번져갑니다. 이틀밤을 바깥에서 보낸 얼굴, 얼른 씻어야 할 듯 합니다.
첫댓글 정말 바람 추적자 맞습니다. 저도 바람 어지간히 좋아하지만 이틀은 널브러져 있어야 되거든요. 세 명의 청년이 즐거운 일상이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