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즈음의 나는 만만한 때를 기다리며
물음표로 일관되었었고,
지금의 나는 왠만한 일에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지 않고
주억거리며 세상을 바라 본다.
아직 달관이라기엔 이르지만....
하고 싶은 말이라면 밤 잠을 못 이루더라도
두서 없이 시작하기가 매번 일등이었지.
다들 할 말이 없어 가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
생각해 보면.
속절 없을 세상이란 내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음에
조용한 침묵이 서툴렀던 시절.
가슴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꼭 할 말 만으로 말 수도 많이 줄어 들었다.
응답하라 1988 재방송에서
미란의 아들 정봉은 7수에 실패를 하고도
앉음뱅이 책상에 엎드려 치토스 한 봉지를 까 먹고 있었다.
잔뜩 고민하는 줄 알고 야단도 못 치게 말이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 혼자서 빵 터졌다.
내게 온 이 한가로움이 미치도록 좋다.
등장하는 인물 하나 하나로부터 스물 여섯 그 때를 짐작케 하니....
"엄마! 돈을 많이 벌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돼?"
- 부자가 맘대로 되나? 지금 사는 일만도 얼마나 큰 일인데. 꿈일 뿐이야.
"근데 궁금한게...."
- 뭔데? 지금 김장 끝남.
내가 마지막 답을 준 시간이 새벽 세 시 무렵이었다.
그냥 모른체.
세인의 우문에 어떤 현답을 줄 수 있었을까?
지금은 인턴직으로 용돈벌이는 하고 있지만,
곧 다가 올 졸업 이후엔
보란듯이 정규직으로 안착하면 더할 나위 없는데
뜬금없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꺼내는 세인의 질문이 난감했다.
돈 많은 남자 만나서 시집 잘 가면 그 보다 좋을 것이 또 있을까?
부자 되면 뭐하게?
바로 앞에 있었다면 불쑥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새벽까지 김장하느라 힘들겠네를 바래보는 일은 염치불구하고
하지만 다행이다. 이야기를 돌린 것은....
떨어져 사는 일이 참 좋을 때가 있었네.
엉뚱하긴? 오죽 답답했으면?
넘치도록 잘 사는 일보다 제대로 사는 일에 무게를 두라고
꼭 말 해 줘야겠다.
알아서 살아가는 일도 때론 힘에 부칠 때가 있음에.
2015년 1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