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水道北 산행기(9) 족두리봉-향로봉-비봉-문수봉-형제봉2008.6.22.(일) 아! 이게 왠 일인가??!!

[박윤시]

佛水道北 산행기(9) 족두리봉-향로봉-비봉-사모바위-문수봉-형제봉2008.6.22.(일) 

아! 이게 왠 일인가??!! 

억수같이 퍼붓던 비가 조금씩 가늘어 지면서 창문 밖이 점점 밝아진다.

배낭을 매고 집밖을 나서니 물이 흥건하다. 둔촌역에 내리니 의외로 사람이 많다.

조심스럽게 전철에 오르니 시선집중 

‘젊지 않은 중 늙은이가 날씨도 좋지 않는 날에 가만이 집에나 있지 왠 극성이냐!’는 듯 

힐끗 힐끗 한다. 자리를 잡아 앉자마자 잠을 청하는 듯 하는데 옆에 앉은 왠 목소리가 

고운 아줌씨가  “오늘 같은 날 산에 오르면 참 조오겠다. 비가 알아서 먼지도 싹 씻어 

주었겠다. …..”하며 혼자 입안의 말을 한다

불광역에 내리니 梧齋도 뒤이어 올라 온다. 정확하게 10시다. 2번 출구로 나와 왼편으로 

꺾어 구기터널 입구에서 왼쪽 오솔길을 따라 오르니 비에 젖은 솔잎이 싱그럽고 방울방울 

솔잎에 맺힌 빗방울이 솟아지는 햇살을 받아 별같이 반짝 반짝한다. 

축축한 흙 내음 물씬 풍기는 오솔길을 따라 조금 오르니 언덕배기에 잠시 쉬었다 가기 

안성맞춤인 조그만 묘터가 나온다. 봉분이 내려앉아 묘는 흔적이 없고 상석만이 넓적하게 

놓여 있다.  오재가 가까이 가더니 

“자! 여기 누가 누워 계시나?”하면서 마모된 글씨를 짚어 가면서 혼잣말로

” 淑嬪이라 …숙빈이면 임금의 後宮이나 세자빈 급인데….”하니 옆에 서서 쉬고 있던 어떤 

이가 글에는 관심 없다는 듯  

“어유! 이 무거운 것을 어떻게 옮겼을까?”하니 그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동료가  

“그래 말이야 옛날에는 헬기도 없었을 테고… 코끼리로 날랐나?”한다. 오재가 이들을 쳐다보며 

“이 상석을 만든 돌은 화강암인데 북한산 돌이 전부 화강암이야! 석공이 망치와 징 만 갖고 

와서 다듬으면 되요!”하니 ‘아 그렇구나!’ 하는 뜻으로 서로들 쳐다본다 

다시 울퉁불퉁 바위를 따라 조금 오르니 금방 대 슬랩이다. 치마바위란다. 한달음에 오르니 

이름 그대로 치마를 펼쳐 놓은 듯 거대한 바위가 펑퍼짐하게 펼쳐져 있고 오랜 세월 풍파에 

깎인 듯 치마 주름 같은 깊은 골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깊이 패여 있다. 대 슬랩 허리춤에 세상 

모진 배고픔과 목마름에 뼈만 남은 소나무가 오늘 아침 단비에 감사하듯 앙상한 두 가지를 

벌리고 하늘을 우러르며 경배하고 있는 듯 하다 

조금 더 올라 한 시간여를 낙타 쌍봉 같은 바위를 지나고 두 눈과 코가 뻥 뚫린 해골 바위를 

지나고 도끼로 단번에 찍어 내린 듯한 바위를 쇠난 간 타고 오르니 더디어 족두리 봉이 보인다. 

공주가 연꽃을 타고 머리에 왕관을 쓴 듯, 시집갈 처녀가 연지곤지 찍고 족두리를 쓴 듯 

청사초롱 밝혀 놓고 오늘 밤 백마를 타고 올 사모바위를 기다리는 듯  다소곳이 앉아 있다. 

금관이 번쩍번쩍 주렁주렁 살짝 감은 듯한 눈망울이 반짝 반짝거린다. 

징검다리를 건너 듯 단숨에 성큼성큼 뛰어 오르니 또 하나의 족두리(왕관)가 금방이라도 

굴려 내릴 듯 위태위태하게 천길 낭떨어지 가장 자리에 얹혀있고 정상에 오르니 족두리를 

닮은 듯도 하고 신라 왕관을 닮은 듯도 한 또 하나의 족두리가 단정하게 얹혀있고 그 밑에 

세수 대야 같이 동그란 두 개의 돌 웅덩이가 있다. 오재가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이라

 한단다. 오늘 새벽 비 온 덕인지 얼굴이 비칠 듯한 맑은 물이 가득 담겨 있다. 

그 아래 뾰족 솟은 바위 위에   너 댓 마리의 산 비둘기가 제 둥지인양 눈 꺼풀을 위로 

감으며 한가하게 졸고 있다. 평화로움의 극치다. 

앞을 바라보니 향로봉이 만개한 연꽃 같이 생긴 바위정상에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듯한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듯 떡 벌어진 앞 가슴에 갈기를 앞세우고 매서운 눈초리로 입을 크게 

벌리고 포효하는 듯하다. 마치 북한산 입구를 지키고 있는 수호신 같다. 

그 뒤로 사모바위가 삐죽이 얼굴을 내 밀고 있다. 

.  

 다시 내려와 내려온 방향에서 오른편으로 길게 우회하여 향로 봉으로 오르니 중턱에 

큼지막한 안내문이 몇 개 새워져 있다. 제일 앞에 낙뢰다발지역 안내문 세워져 이고 

그 옆에 추락위험지역 출입제한지역 안매문이고 또 그 옆에 최근 몇 년간의 년도 별

 墜落死한 사람의 숫자를 적어 놓았다. 다를 문구가 무시무시하다. 

내가 주춤거리며  

“올라가겠나?”하니 오재가 당당하게 

“내 사전에 ‘뒤로’란 없다!”하면서 왼편 가파른 비탈길을 오른다. 나도 엉거주춤 따라 오르니 

천만다행 국립공원지킴이가 출입을 금한다. 오재가 의기양양

“그라믄…어떻게 하면 올라가요?” 하니 안내원이 일별하더니 ‘왠 늙은 이가 겁도없이!’ 하는 투로 

“안전모를 착용해야 합니다, 2이상이면 로프도 갖추어야 합니다”한다. 

오재가 더욱 당당 ‘사나이 한번 뽑은 칼 두부라고 베어야지’ 하는 오기로 

“몇 번 올라가봤는데 이 길을 잘 안다”고 하면서 버텨도 막무가내다. 

 “어허! 오재! 산악인이면 안내를 따라야지!” 하면서 우회 길로 들어서니 못 이기는 척 따라온다. 

향로봉을 올려다 보니 비스듬이 누운 직벽이 끝이 없이 아찔하고 누우런 바위가 치마같이 내려져 있다. 

우회 길로 돌아들어 조금 내려오니 이정표에 사모바위 1.57km 비봉탐방지원 1.2km만 있고

 비봉 안내가 없다. 한참을 비봉탐방 지원 쪽으로 내려오니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한분이 

배낭을 벗어 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비봉 가는 길을 물으니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면서 

자기는 북한산을 제집같이 많이 다녀 모르는 곳이 없다는 등 사설이 좀 많다, 오재가 좀 아니꼬웠던지 

“누님 고맙습니다!”하고 중간에 말을 끊고 멈췄던 발길을 옮기니 얼굴빛이 달라지면서 말이 없다. 

‘왠 재수 없는 늙은이가 나를 누님이라고? 난 말이야 머리는 백발이지만  마음은 20대 공주야! 

어디다 대고 누님이라고?’하는 듯하다 

비봉이 금방이다, 출입금지 제한 표시가 되어있으나 지킴이가 없다. 

정상을 올라다 보니 비봉 정상이 파란 하늘 한가운데 두둥실 떠 있는 뭉게구름같이 거대한 

바위가 초록 산봉우리 위에 뭉게뭉게 겹쳐 쌓여 있고 조그마한 비가 가물가물 보인다. 

출입금지 제한 말뚝을 뒤로 하고 조금 나아가니 높다란 직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전문가 

들인 듯한 몇 명이 발 디딤을 위해 파놓은 곳에 정확하게 발을 올려가며 손가락 끝으로 파인 

홈에 힘을 주며 어렵지 않게 올라간다. 한참을 눈여겨보고 있는데 내 앞서 오르던 몸집이 

다소 뚱뚱한 이가 불안스럽게 올라 가더니 중간에서 올라 가지도  내려 오지도 못하고 발을 

내렸다 올렸다 버둥거리고 있다. 급한 김에 발을 잡아 주었더니 그냥 떨어지며 나를 덮친다. 

다행이 밑에 깔리지는 않았지만 큰 일 날 뻔 했다

梧齋가 밀어주고 잡아 주어 배를 깔고 겨우 직벽을 타고 넘어 바위능선에 오르니 마치지붕 

용마루 위에 오른 듯 어질어질하고 뾰족한 능선을 따라 오를 때는 담장 위를 건너 듯 처음 

배우는 아기 걸음마 하듯 위태위태 중심을 잡을 수 없다. 걸음아 날 살려라 앞만 보고 

기다시피 오르니 눈앞에 커다란 바위 돌이 얼기설기 겹겹이 놓여있고 중앙에 네모난 바위가 

보인다 단숨에 징검다리 건너듯 바위를 건너뛰어 올라 비석 앞에 이르니 

아! 이게 왠 일인가??!! 

내 키 만한 높이에 어깨 널이 정도의 네모난 조그마한 돌이 움푹 움푹 총탄에 맞은 듯하고 

윗 부분에는 깨어져 붙인 듯 대각선으로 굵은 금이 죽 나 있고 아래 부분에도 일부러 깨트린 

듯 일부가 떨어져 나가 한발로 서 있는 듯 위태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자동연발 총탄에 맞은 

듯 아래서 위로 비스듬히 연발로 맞은 탄흔이 분명하다. 오재가 탄흔을 만지며 

“이거 말이야! 6.25때 북한 놈들이 아카바 자동 소총으로 갈긴 흔적이야, 그냥 갈긴 흔적이야! 

그 새끼들 지가 뭘 알았겠어? 뭔지도 모르고 재미 삼아 한번 갈겨 본거지…….

이게 다 6.25 상흔이야,.!”하며 안타까워 한다

옆면에는 ‘이 비석은 2006.10. 9. 복제품’이라 표시해 놓았고 옆을 돌아 앞면을 보니 깨어져 

붙인 윗 부분에는 글자가 잘 보이지 않고 그 아래 부분에 

‘…興太王及衆臣等巡狩管境之時記…”란 글씨가 보인다. 

오재가 “흥 태왕 급이라….”하면서 희미한 글자를 손으로 하나 하나 짚으며 읽어 내려간다. 

다행히 앞면 바로 앞이 급경사라 총탄세례를 면할 수 있었나 보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오재의 설명에 의하면 이 비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승가사에 왔다 우연히 발견했으며 진품은 

현재 국립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잠시 국보 김경선 박사가 단양 휴게소 뒷산에 세워진 赤城碑를 문화 탐방했을 때 진흥왕 

순수비에 대해 설명하면서 질문하던 생각이 난다. “巡狩 한자 아는 사람?”하고 그때 누군가가 

정답을 말해서 많은 박수를 받은 것 같은데 그때 순수비가 진짜 비란 뜻이 아닌 진흥왕이 한강 

이북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천하의 인심을 살피며 말 타고 수렵한 기념으로 새운 碑라고 

설명하며 현재 창녕, 북한산, 함경남도 황초령•마운령 등 네 곳에서 발견되었다면서 단양

휴게소에 있는 赤城碑는 ‘巡狩碑가 아닌 戰績碑’라고 하던 설명이 생각난다.

‘

기념사진을 찍고 옆 바위 위에 오르니 전망이 그저 그만이다. 

와! 정말 좋다!

깨어질 것 같은 파란하늘에 하얀 실 구름이 잔잔하게 펴져 있고  

싱싱한 초록 산마루에 황금 빛 바위가 울퉁불퉁 여기 저기 널려 있다. 

모자를 벗으니 계곡을 타고 올라온 시원한 솔 바람이 땀에 젖은 머리를 식혀준다.  

와!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앞을 바라보니 문수봉 보현봉이 우뚝우뚝하고 사모바위가 늠름하다. 

왼편으로 의상봉 능성의 나월봉 나한봉이 뾰족뾰족하고 그 사이로 인수봉이

 뾰족이 보이고 백운봉 노적봉 만장봉이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오른편을 바라보니 사자능선이 보현봉을 향해 뛰어 날아 오를 듯 앞 발을 높이 쳐들고 

있는 듯하고 뒤로 돌아보니 높고 낮은 빽빽한 빌딩 숲 사이로 누우런 한강이 꾸불꾸불 

굽이쳐 흐르고 그 뒤로 여객기 한대가 희끗희끗 내려 앉는 것도 보인다. 영종도 공항인 

모양이다. 그 너머 바다와 하늘이 파랗게 맞닿은 곳에 인천 앞바다가 보이고 더 멀리 

산동반도가 보일락말락한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신라 방 닭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정상을 뒤로하고 내려오니 옆으로 세워 놓은 듯한 거대한 돌들 사이에 바위 하나가 흔들거린다. 

흔들바위라고 한다. 말을 타듯 걸터 앉아 박차를 가하니 진짜 말을 탄 듯 흔들흔들 호사가 좋다. 

잠시 동심에 젖어 본 후 그 옆 코뿔소 바위 위에 올라 폼을 한번 잡아 보고 치마 바위를 타고 

내려오니 이름 모를 조그만 잡초가 바위틈새에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와! 정말 아름답다. 

막걸리 한잔으로 축배를 들고 한 달음에 사모바위에 이르니 기골이 장대한 사모바위가 먹구름 

하늘을 뚫고 당당히 서있다. 백옥 같은 얼굴에 둥글넙적 사모를 쓰고 떡 벌어진 어깨에 홍포청포 

걸쳐 입고 허리에 알룩달룩 관대 매고 있다. 금방이라도 향로봉을 뛰어넘어 족두리봉을 향해 

내 달을 듯 하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문수봉을 거쳐 대성문을 지나 정우식 동문이 다닌다는 일성사를 옆으로 

끼고 내려와 형제봉에 이러러 남은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왼편 철조망을 따라 정처 없이 내려오니 

졸졸졸 시원한 계곡물이 내려온다. 웃통을 벗어 제키고 등목을 하고 나니 시원함이 세상을 다 얻은 듯 하다 

다시 삼각산 여래사 일주문 앞에서 삼배하고 북악 터널을 지나 정릉으로 내려오니 6시가 조금 못되었다. 

미아삼거리에서 오재가 쏜 삽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니 얼큰한 술 기분 또한 최고의 어울림이다. 

오늘도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