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산 출렁다리 이야기 / 이재구
지난 주말 봄기운이 완연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원주 부론의 거돈사지 터이지만 평소 가지 않는 새로운 곳을 가고 싶었다. 요즘 언론에 오르내리는 소금산 출렁다리가 얼마나 좋길래 사람들이 많이 가는지 궁금했다. 출렁다리가 설치된 원주 지정의 작은 금강산인 간현의 소금산에 가기로 했다. 간현관광지 입구는 형형색색의 등산객들과 바람 쐬러 나온 가족, 연인들로 꽉 차 있었다. 간현관광지 주차장도 자리가 없었다. 섬강 둔치에 임시로 설치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출렁다리까지 2㎞ 이상 걸었다.
정상에 설치된 출렁다리에 올라 건너가기 시작했다. 1,200명이 동시에 올라타고 견딜 수 있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이 다리 위에 밀집돼 있는 상태에서 바람에 다리가 출렁거리며 흔들리자 줄이 끊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에 가슴이 섬뜩했다. 출렁다리를 건너갔다 돌아온 다음 다시 옆 능선에 설치된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서 출렁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등산로에서 바라다보이는 출렁다리는 마치 하늘을 가로지르는 하늘 다리와 같이 몽환적이었다. 반대편에서 하산할 때에는 야자매트가 깔려 있는 등산로를 따라 내려왔는데 아래로 굽이치는 섬강이 보였다.
“한수를 돌아드니 섬강이 어디메뇨, 치악은 여기로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을 입속으로 읊었다. 다리는 제작비만 38억원이 투입됐고 길이 200m, 높이 100m의 국내 최대 규모란다. 출렁다리의 위력은 대단하다. 누적방문객 40만명을 넘었단다. 투입한 돈에 비해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라스베이거스는 사막에 인공적으로 만든 도시다. 도박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세계 최대의 공연이 이뤄지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곳의 공연 중 20년째 계속되는 `O'쇼가 있다. 물속에서 펼쳐지는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쇼이다. 장면이 바뀌면 무대에 물이 차오르고 물속에서 무용수들이 튀어올라 하늘을 날아 다니기도 한다. 스토리 구성도 좋고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발레 같은 무용이 조화를 이룬다. 이 쇼는 5,0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고 하는데 정말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 나는 2002년에 갔는데 표를 예약하지 않으면 갈 수 없었다. 라스베이거스를 가는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이 쇼를 보고 오라고 추천해 주고 있다. 이와 비교되는 것은 평양 교예단의 서커스 공연이다. 세계 최고의 절묘한 공중묘기를 현란하게 펼치는 짜릿함은 있지만 기술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환상적인 무대, 스토리를 결합하는 아름다움은 무족하다. 난이도는 최고이지만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동이 부족하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관광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볼거리와 놀이시설을 제공한 것으로는 장기적인 명소가 될 수 없다. 간현 소금산과 섬강은 계절에 따라 견줄 곳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이러한 경관을 배경으로 한 무대에 출렁다리가 놓인 것이다. 자연과 사람들이 같이 스토리로 구성하고 새로운 소금산과 섬강의 무대를 아름답게 만드는 도구가 출렁다리가 될 수 있다. 섬강과 소금상, 간현의 아름다움을 연결하는 출렁다리가 많은 방문객에게 한 번, 두 번 아니 세 번이라도 찾고 싶은 무대의 소품이 돼 그 곳에서 4계절 펼쳐지는 공연에 한껏 사용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