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내내 집에 틀어 박혀 있었던 건
아들 공부때문은 아니었고, 단지 추워서도 아니었고
만날 사람 없이 외로워서도 아니었고 눈이 오지않아 황량해진 마음 때문도 아니었다.
제채기 콧물 코막힘 줄줄 쏟아지는 콧물에
밖에 나가지 못할 만큼의 곤란한 코의 이상 때문..
집 앞의 이비인후과 좀 다니다가 좀 떨어진 곳의 병원에 갔더니 수술하란다.
위기가 몰려왔지만
"아픈건 싫은데..약으로 치료 안될까요? "나의 외침이 간절에 가깝다고 느꼈는지
마지못해 의사는그러란다.
그후 병원에 계속 다녔지만 치료받을 때 그때 뿐...
안되겠다 싶어 서울대입구의 이비인후과 명의를 찾아갔더니 코의 사진을 대뜸 보여주는데
한쪽은 코뼈가 삐뚤어지고 다른 한쪽은 코의 구멍이 아주 막혀버린 것
아뿔사, 그래서였구나.
불가피 검사를 하고 수술 날짜시간까지 잡고 왔는데 수술날까지 술 담배하지 말라는 의사의 지엄한 지시...
'그거야 자신 있지' 라고 속말을 하다가 3월 1일 집에서 맥주를 마신 것이 생각났다.
코가 나쁜 상태이긴 했지만 그날 그렇게도 코 먹은 소리가 나더니만...
오늘은 이문동의 캠퍼스가 개강을 한 첫째 토요일이렷다.
신입생들은 선배가 사주는 술 먹느라 정신 못차리고 휩쓸려 다니기도 할 터...
그 옛날 입학해서 선배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난생 처음 마셔대던
그때의 생맥주가 옴팍 거품나는 기억의 파도로 몰려온다.
그때도 술 들어가면 코먹은 소리 한다고 놀려대던 문학반 어둠의 자식들 있었는데...
암튼 그때 코(뼈)가 삐뚤어지게 마시던 생맥주 때문에 나는 코가 막히고 (그때 이후론 별로 술 안 마셨음)
이제서야 비로소 코뚫이 수술이라는걸 하게 되는가 보다.
난 정말 아픈건 싫은데 어떻게 수술을 받지?
수술은 14일날 하는데 마침 화이트데이네.
화인(火人)들이여!!
때 맞추어 사탕이라도 올려 주신다면 그 사랑을 애틋하게 기억하겠다.
난 내 병이 고질적인 알레르기가 아니어서 다행이었고 지저분한 축농증이 아니어서 좋았는데, 생각해 보니 병명이 '기형'인 셈이네. 정아 선배한테 말했더니 하는 길에 코 모양도 잡아달라고 하래나? 웃기려고 하는 말씀인지 도대체 ...... 근데 병을 공개하고 나니 두려움이 가신다. 사실 의식 저변에서 미리 겁을 내고
있었다는 걸 꿈속을 허덕이다 깨달았는데...향희도 비슷한 증세가 있다니 위로한다. 두려움을 키워 간다는 건 생각하기에 따라서 삶의 여유일 수도, 정제와 절제가 필요한,....40대는 텅 빈 들판의 허수아비 같은 나이라고!! 지금 이순간이 살아남을 날 중에 가장 젊은 시기임을 생각하면 모든 것을 터닝 포인트로 여기기에
첫댓글 네 젊었을 때의 '코맹맹이'가 그런 연유였으니, 신체는 인생의 자동기록장치 테이프로다. 수술이 잘 되어 '코맹맹이'를 졸업하길.... 허나 '코맹맹이' 아닌 널 상상을 할 수 있겠느냐?
언니 무섭겠다. 나도 비슷한 증세가 있는데 수술하라할까봐 무서워 병원에도 못 가겠네.혹 수술 후 언니 목소리가 달라져 우리가 못 알아 들으면 어쩌지?
난 내 병이 고질적인 알레르기가 아니어서 다행이었고 지저분한 축농증이 아니어서 좋았는데, 생각해 보니 병명이 '기형'인 셈이네. 정아 선배한테 말했더니 하는 길에 코 모양도 잡아달라고 하래나? 웃기려고 하는 말씀인지 도대체 ...... 근데 병을 공개하고 나니 두려움이 가신다. 사실 의식 저변에서 미리 겁을 내고
있었다는 걸 꿈속을 허덕이다 깨달았는데...향희도 비슷한 증세가 있다니 위로한다. 두려움을 키워 간다는 건 생각하기에 따라서 삶의 여유일 수도, 정제와 절제가 필요한,....40대는 텅 빈 들판의 허수아비 같은 나이라고!! 지금 이순간이 살아남을 날 중에 가장 젊은 시기임을 생각하면 모든 것을 터닝 포인트로 여기기에
흡족할 듯..그리고 국현아, 단지 코맹맹이만은 아닌 나를 상상도 해 주지 않으려느냐? 물론 그러리라고 믿고 있다만..
코 치료가 잘되기를 빌께요.
호숙아! 수술한다는 날이 오늘이네. 많이 아팠냐? 아픈만큼 성숙하는 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