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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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구황작물인 감자에서 가난과 생존 이라는 삶의 지난한 흉년을 버티어낸 슬픈 희망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애인의 이미지를 함께 갖고 있는 누이는 척박한 지난시대 너나 없이 희생과 헌신의 이름 없는 씨감자가 되어야 했지요.
시인은 동생이 어린 자식들을 남기고 유방암으로 숨진 누이의 처연한 삶을 기억합니다.
‘젖가슴’과 ‘양수’라는 모성적 분만의 상상 력을 통해서 ‘흙을 덮고 누운’ 죽은 누이와 잘라서 심은 씨감자는 한몸인 ‘누이감자’가 되었네요.
누이감자의 ‘쪼그라든 시간’은 ‘새순’과 ‘꽃’ 이 되고, ‘허기진 사연들’은 결국엔 ‘철없는 어린 꿈들의 촉’으로 새로운 결실을 맺게 되는게 눈물겹고 또 반갑습니다.
점점 잊어지는
지난한 가난과 어려움
한 세대가 이렇게
겪어야 할 것이
무한인가,
아픔 많은 감자여서
그 꽃이 그토록
애잔하고
숙연했는지,
다시 태어날 누이는
나락나락한 행복만 있기를
감히 기원해봅니다.
24.6.4.화.
누이 감자/권갑하
잘린 한쪽 젖가슴에 독한 재를 바르고
눈매가 곱던 누이는 흙을 덮고 누웠다
비릿한 눈물의 향기
양수처럼 풀어 놓고
잘린 그루터기에서 솟아나는 새순처럼
쪼그라든 시간에도 형형한 눈빛은 살아
끈적한 생의 애움길
꽃을 피워 올렸다
허기진 사연들은 차마 말로 못하는데
서늘한 눈매를 닮은 오랜 내력의 깊이
철없이 어린 꿈들은
촉을 자꾸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