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한국전쟁에서 북한을 도운 중공군의 행동을 다룬 중국의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가 지난해 중국 박스 오피스 수입 1위에 올랐다. 투자 대비 5배의 수익인 1조원 흥행을 나타내 역대 최고 흥행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영화도중 관객들이 기립해 박수를 치거나 거수경례를 하는 경우도 흔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던 시점에서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하는 전쟁에 중공군이 개입해 그들의 시각으로 용맹을 떨친 것을 높이 평가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한국 인천의 차이나타운은 중국음식을 맛보고 싶고 중국 문화를 느끼고 싶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2년전부터 대만기가 걸려 있다는 것이다. 중국을 싫어하는 한국인들에게 나름 자신들은 중국인이 아니라 대만인이라고 말하고 싶은 화교들의 간절한 몸짓이다.
지난 8월 24일은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중국에서 기념식이 열려 한국의 박진 외교부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지난 2012년 수교 20주년에는 당시 부주석이자 차기 중국의 지도자로 사실상 내정된 시진핑이 주빈으로 참석했다. 10년만에 그 격식과 그 행사를 바라보는 한국과 중국의 시선이 많이 낮춰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상이다
한때 한중은 밀월관계를 유지한 적이 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으로 밀물처럼 밀려들어가고 중국드림이란 말도 나왔다. 한국의 가수들과 배우들이 중국에서 대히트를 누리며 거액을 손에 넣기도 했다. 중국은 엄청난 인구를 배경으로 한국 물품과 문화를 소비해주었다. 하지만 그런 현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중국도 소비만 하는 단계를 넘어서 생산적인 면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물론 상당수 몰래 베끼어 자국의 상품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말이다. 뭔가 만들어내고 자체적으로 소비가 가능해지자 중국인들의 그 원래 본심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배금주의에 경도되고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중국인들의 거만함이 하늘을 찌르기 시작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슬슬 빠져나갈 출구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다 결정적인 사건이 터진다. 2016년 사드의 한국 배치이다.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됐다. 한한령이 내려졌다. 한한령은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이나 드라마 방영을 금지시키는 등 한국의 문화 산업을 시작으로 화장품 등 한국산 상품의 통관 불허,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 관광 제한 등 경제 전반적인 보복 조치를 말한다. 한한령은 현재 진행중이다.
한때 한국인과 중국인들의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좋았다. 서로가 미워하는 일본인이라는 공통의 적이 있어 마음의 합일점을 찾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드이후 그리고 코로나 사태이후 한국인과 중국인들의 감정은 이제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됐다.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외국인가운데 중국인이 일본인과 비슷하게 위치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것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서로가 비호감 국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20년전 조사에서는 한국인들의 중국 비호감응답이 31%인데 반해 올해는 무려 80%로 급증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에는 한국인들은 예로부터 중국의 잦은 침략으로 엄청난 피해를 봤다는 점이, 중국은 한반도를 자신들의 속국 정도로 여긴 역사적인 배경도 큰 몫을 했다.
한국인 가운데 중국인을 싫어하는 경향가운데 최근에 더욱 바뀐 부분이 있다. 한때 한국인들 가운데는 한국전쟁 등의 상황으로 나이든 사람들이 주로 반중정서가 높았던 것에 비해 요즘은 20~30대의 대중국 혐오도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이들 가운데 중국을 선호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일본보다 오히려 중국을 더 싫어한다는 것이다.
최근 모 방송사의 분석을 보면 코로나사태이후 중국의 태도, 그런 상황에 변명 내지는 타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자세에 대한 신뢰감 상실,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민폐국, 해외여행중에 만난 중국인들의 지저분한 행동 등이 한국 젊은층들이 중국을 싫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은 그동안 공정과 환경 인권 등에 더욱 관심을 가진 반면 중국인들은 성장과 부의 축척에 함몰하고 있다는 데서 큰 이질감을 느끼고 불편해 하는 정서가 심화됐다는 것이다. 또한 동북공정과 같은 말도 안되는 아집과 독선적인 행위, 김치와 한복이 자신들의 문화이며 전통이라고 우기는 그 뻔뻔함에 큰 혐오감을 느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한중관계가 흘러갈 것인가. 중국은 시진핑의 3연임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불과 두달도 안돼 시진핑은 중국 최고의 자리에 등극할 것이다. 황제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 특히 경제상황이 그렇다. 세계적 경제난속에도 그동안 나홀로 성장률에 도취돼 살아온 중국인들에게는 점차 힘든 날들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은 잘 먹고 잘 살면 되지 무슨 공산당 비판인가 하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공산당 리스크에대한 불만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부동산마저 붕괴되면 실업자가 급증할 것이다. 곧 미국을 누르고 세계 제 1의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중국몽에서 깨어나는 순간 중국은 상상하지 못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은 대만을 공습해 하나의 중국을 완성하려고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대만에 화기를 집중하면 신장위구르와 인도와 국경을 맞댄 곳에서 군사적 댐이 무너질 수도 있다. 시진핑은 황제로 등극하겠지만 심사는 결코 편치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현 정부에서는 미국의 입장에 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의 생각대로 움직일 것이 확실시 된다.IPEF 즉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와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인 '칩4'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그러면 중국과의 관계개선은 그야말로 희박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중 갈등보다 더한 한중 갈등이 조성될 것이다. 중국의 한국 보복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대중 무역에서 한국의 심각한 고전이 예상된다. 중국의 경제하락보다 더 심한 경제 침체가 한국에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은 시급히 무역 다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물론 사드사태이후 무역 다변화를 추구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는 이제 회복을 바라기 보다 중국 없이도 무역을 해 나갈 수 있게 한국의 체질을 개선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 쉽게 물건을 팔고 살 수 있어 체질 개선과 무역 다변화에 소홀했던 것은 사실 아닌가. 힘들지만 그 길밖에 없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에 더욱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흐트려뜨리면 안된다. 미국과 함께 대중 경제 전쟁에 개입해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니 러시아 교류확대와 관련해 미국에게도 할 말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상대국의 비호감도는 하루 아침에 개선되지 않는다. 특히 양국의 젊은층에서 비호감도가 더욱 높은 것은 두 나라가 앞으로 어떤 상황에 놓일 것인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 혹시 한국과 관계개선을 위해 한한령을 풀어준다고 해도 그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서로 싫어하는데 무슨 교류가 빈번하게 이뤄지겠는가. 한중은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다. 서로 더 이상 관계 악화가 되지 않는 선에서 조심스레 지나다닐 수밖에 없다. 이제 중국과는 외교력도 별다른 소용이 없을 것이다. 오만하고 거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나라와는 교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충분히 배웠다. 그리고 그런 나라가 오래 잘 되는 것도 본 적이 없다. 무역 다변화와 우리의 군사력을 포함한 실력을 쌓는 것외에는 안타깝지만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묘책은 없는 듯 하다.
2022년 8월 2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