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남북단일팀으로 금메달
北스타였지만 남편이 가산 탕진
평창 패럴림픽 방한하려 했지만
차 사고로 목뼈 부상당해 무산
1991년 일본 지바세계탁구선수권에서 단일팀으로 출전해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남북한 에이스 현정화(오른쪽)와 이분희. /스포츠조선
북한의 ‘탁구 영웅’ 이분희(55)가 남편의 마약 중독 때문에 한때 지방으로 추방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4일 전해졌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인 이분희는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현정화 선수와 함께 남북 단일 팀으로 출전해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북한 최고 스포츠 스타였다. 2012년 5월에 개봉된 남북 단일 팀의 실화를 담은 영화 ‘코리아’를 통해 한국 젊은 층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복식에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해 호흡을 맞추던 현정화(오른쪽)와 북한의 이분희./조선일보 DB
북한 체육계 사정에 정통한 탈북 인사 A씨에 따르면, 이분희는 북한 체육인에게 주는 최고 상인 인민체육인 칭호를 받았고 1993년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마감으로 은퇴했다. 이후 북한 기관차 체육선수단 소속 탁구 국가 대표인 김성희와 결혼했는데, 남편이 마약에 손을 대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이씨의 남편은 2000년대 초반부터 마약을 했는데, 부부가 그동안 벌어놓은 자산을 마약 자금으로 대부분 탕진했다고 한다. 당국의 마약 단속에 적발돼 2000년대 중반 온 가족이 함경북도 명천군으로 추방됐다. 이씨 가족은 1년여간 명천에서 강제 노역을 하면서 결혼 예물까지 팔아 간신히 생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평양으로 복귀한 이씨는 압록강 체육단 탁구 코치로 활동하다 장애인체육협회 서기장을 맡아 활동했다. 뇌성마비를 앓는 아들 때문에 장애인 체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평양 복귀 후에도 이분희의 남편이 마약을 계속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두 사람은 이혼 직전까지 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사상최초로 남북한이「코리아」라는 단일팀으로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여 좋은 성적을 거둔 후 같은 짝으로 약 두달 동안 합숙 훈련하며 정이 든 현정화(좌), 이분희 선수가 1991년 5월 7일 해단식장인 동경의 프린스 호텔앞에서 헤어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조선일보 DB
이분희는 2018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 때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 신분으로 방한하려 했지만 차 사고를 당해 목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으면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정화씨는 당시 “더 늦기 전에 (이분희를)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현정화와 이분희는 1993년 스웨덴 예테보리 세계선수권에서 재회한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한 팀이었던 지바 대회 때와 달리 예테보리에서는 단체전 준결승에서 적으로 만났고, 북한이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