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 정이현의 '어금니'에서 보는 '내 새끼 지상주의' 비판 민병식
정이현 작가(1972 ~ )는 서울 출생으로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고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제1회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 수상하면서 등단하였다. 소설집으로 ‘오늘의 거짓말’, ‘말하자며 좋은 사람’, ‘상냥한 폭력의 시대’, ‘우리가 녹는 온도’, 중편소설로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장편 소설 ‘사랑의 기초 : 연인들’,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이 있고 수상경력으로 현대문학상, 이효석 문학상, 젊은 예술가상 등이 있다.
정이현 작가
나’는 강남에 사는 부유층 중년 여성이다. 남편은 대기업의 중역이고 외아들 ‘현우’는 지방에 있는 과학기술대에 입학했는데 부부는 자가용을 선물했다. 생일을 맞이해 남편과 최고급 일식집에서 외식을 하려는 데 치과 진료를 예약한 날이다. 치과의사는 어금니 부식이 심해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쓸 만큼 쓴' 어금니를 빼라고 권유한다. 임플란트 수술 날짜를 잡으려는 순간, 아들의 교통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고속도로에서 과속으로 빗속을 달리다가 미끄러져 사고를 낸 것이라고 경찰은 말한다. 아들은 허리를 다쳤으나 다행히 부상이 심하진 않았지만, 옆에 타고 있던 미성년 16세 여중생이 그만 즉사하고 만다. 남편은 신속하게 돈으로 모든 것을 무마하여 사태는 신속하고도 안전하게 수습된다. 경남 M시에 사는 여중생의 가정은 남동생과 할머니 세 명이 사는 조손 가족이다. 남편은 여중생의 가족에게 그 지방의 큰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위로금을 건네주며 손쉽게 합의를 받아낸다.
남편은 부검조차 막아내는 수완을 보였다. 죽은 여중생을 부검했더라면 남편이 어떻게 손쓰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사고 당시 아들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0.38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화위복이 되어 이것으로 아들의 병역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런 사고를 내고도 천연덕스럽게 만화책을 보며 웃음을 짓고 있는 아들을 보며 '나'는 그래도 자신이 아들 편이라는 생각을 가진다. 나는 어금니가 아프지만 남편과 함께 1999년산 사토 탈보를 꺼내어 마시며 한우 꽃살을 먹는다. 그러면서 이러한 스스로를 용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자책을 한다.
어금니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서 발치해야하는 어금니는 주인공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환멸과 부패, 그리고 부유층의 타락, 썪은 정신을 나타낸다. 주인공과 그 가족은 자신들의 지위와 부를 유지하기 위해 사고로 인한 책임을 돈으로 무마하고, 아들의 부도덕한 행동을 해결하려는 비 도덕성을 보여주는 작품은 현대 사회의 타락한 도덕적 가치관을 보여주면서, 돈으로 무엇이든 해결하려는 부패한 인간상과 재물의 권력을 비판하고 있다.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 사회에서 특히 모범을 보여야할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장관을 지낸 모 정치인의 지나친 자녀 사랑으로 인한 입시 비리는 힘없는 일반 국민의 박탈감을 가져와 공정과 정의의 정신을 무색케 하고 있고, 모 교육부 사무관은 자신의 자녀가 왕의 DNA를 가졌다고 담임 교사에게 편지를 보내는 갑질을 행하여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갑질과 악성 민원, 괴롭힘 등 각종 교권 침해 행위로부터 보호 받을 장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이 중요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양심과 도덕, 법적 기준이 있다. 그 이상을 뛰어넘으려는 것은 이기이고 욕심이다. 욕심이 지나치면 망하는 법이다. 얼마전 김훈 작가가 기고문에서 ‘내 새끼 지상주의’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내 새끼가 중요하면 남의 새끼도 중요하다. 어떤 한 사람이 부정을 하여 대학교나 대학원 입학을 했다면 다른 정상적인 한 사람이 떨어진다. 학생인 내 자녀가 귀하다면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그 부모님의 귀하디 귀한 자식이다. 제발 정신좀 차리자. 자신의 지위를 가지고 갑질을 해대고 부정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썪은 어금니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나라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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