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와 사이버카페
연전에 래리 워쇼스키 형제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영화 <매트릭스>가 관객에게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켰었다.
매트릭스의 사전적 의미는 형태를 뜨는 것, 무언가 그 안에 둘러싸이거나 담기는 토대, 금속이나 다른 광물을 부어 모양을 만드는 주형, 수학의 행렬 등 다양한데, 영화 워쇼스키 형제는 이 모든 것을 거의 다 내포하는 뜻으로 영화제목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의 매트릭스는 인공지능에 의해 프로그램화 되어있는 세계를 말한다. 이 매트릭스세계는 인간이 만들었으되 진정한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해 운영되는 게 아니라 도리어 인간이 이 매트릭스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 즉 인간은 매트릭스의 에너지로 전락하고 있을 뿐, 매트릭스인들은 자신들의 세계가 천국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매트릭스가 몰(沒) 인간의 사회임을 상정하고, 이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사도로서의 네오를 출현시킨다. 매트릭스의 거짓을 뒤집고 진정한 구원의 나라인 시온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사명을 띠고 나타난 이가 바로 네오인데, 네오를 돕고 있는 주요 주변인물들이 트리티니와 네오피스 등이다.
영화의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는 낮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토머스 앤더슨으로 살아가면서 밤엔 인터넷 속 또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해커 네오로 나온다. 네오는 다른 해커들과 어울리면서 펑크족들에게 비밀스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세상이 뭔가 가짜이며 잘못돼가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가 감지하는 잘못된 매트릭스의 세계를 증명해낼 길이 없다. 이때 나타난 이들이 트리니티와 모피어스, 그리고 오라클이다. 네오는 이들의 도움으로 자신이 구원자로 태어났음을 깨닫고 매트릭스 사수대와 한바탕 싸움을 벌여 인류를 구원한다는 줄거리다.
영화는 성서적 등장인물이나 그 줄거리를 많이 은유함으로써 기독교적인 우화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네오(neo)는 새로운 이라는 접두어로서, 이를 거꾸로 읽으면 one이 되므로 오직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새로운 사람, 말하자면 나사렛 예수를 의중에 두고 있는 작명이다. 트리니티는 three와 unity의 합성어로, 성모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이거나 막달라 마리아를 은유한다고 하겠다. 모피어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꿈의 신이란 뜻으로, 수면제와 진통제 역할을 하는 모르핀이나 어떤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다른 이미지로 변형되도록 하는 컴퓨터 기술을 의미하기도 하므로 진실의 세계와 매트릭스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인물로 캐릭터를 부여하고 있다.
매트릭스에는 신(神)이 있다. 고대 이스라엘에는 다윗의 무리들로부터 위대한 지도자가 나타나 모든 적들을 물리치고 이스라엘의 옛 영광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예언이 전해 내려왔는데, 이 지도자가 바로 메시아다.
영화에서의 매트릭스는 억압을 자행하고 있는 집단이나 시스템이므로 이를 파괴하고 인류 본연의 영광을 가져다 줄 사람은 바로 메시아인데, 네오는 총알을 받고도 죽지 않거나 부활하는 기적을 낳으면서 매트릭스를 공격해 시온을 지키게 되니 결국 영화 매트릭스에는 신이 있다 하겠다.
우리가 들어가 즐기고 있는 인터넷 세상도 일종의 매트릭스가 아닌가. 닉네임이란 이름으로 행세하면서 그 아바타(avatar)는 나 자신의 지능이나 경험을 충전 받아 이런저런 몸짓과 의사표시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럴진대 영화에서 말하는 매트릭스로 매도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타인의 아바타에 휩쓸려 나대더라도 자신의 영혼만은 꼭 붙들고 살아나가야 할게다.
몇 달 키우던 강아지를 다른 집에 입양시켰다. 새 주인의 품에 안겨주고 돌아서려니 마음이 언짢다. 이젠 티브이를 보는 옆에 앉아 같이 티브이 보는 시늉을 하던 능청스러운 모습을 못 보게 되었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노라면 책상 밑을 차지한 채 배 깔고 엎드려 코를 골 뿐인 말썽꾸러기 열등생 같은 그 모습도 이젠 더 이상 못 보게 되었다. ‘혹성탈출(Escape from the earth)’이란 영화가 떠오른다.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오니 지구의 인간들은 어느새 멸망하고 유인원들이 지구를 다스리게 된다는 줄거리였다. 갑자기 나타난 이 생소한 인간을 유인원들이 다그치며 심판을 하는 대목은 끔찍하기만 했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이브에 들어왔기에 ‘메리’라 이름 지어 부르던 강아지, 사당동 어느 돌솥밥집에서 팔천 원짜리 점심을 얻어먹고 그 운명을 매트릭스 했으니 그들이 주관하는 청문회라도 열리는 날이면 나는 요절날 일이 아닌가? 나를 또 누가 얼마치를 먹여주고 생소한 곳에 넘기지는 않을는지? 이래저래 영혼만은 꼭 붙들고 살아나가야겠다.
첫댓글
오래전에 단체로 관란을 했습니다 이 영화가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거짓을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살지 마라 에 오는 것이 아닐까 하며
종교 과학 문명 법 정치 경제 등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것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허상의 질서이죠.
거기에 가두어서 세상을 바라보지 말고 진짜 진실을 보아라.
이게 영화가 가진 가장 함축적인 표현이 아닌가 하는 것이라
감히 주제넘게 저 개인적인 생각을 해 봅니다
글선물 감사드리며
선배님~!건 필하옵시기를요
~단결~!
동감입니다.
영화가 오락범위를 넘어섰지요.
사이버 아이티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고의 전환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던졌던거지요.
又團結
매트릭스는 어쩌면 마추칠지도 모르는 자아를 상실한 인류의 암담한 미래를
경고하는 묵직한 영화였다는 기억이 납니다.
선배님 글을 읽다보니 메리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편히 주무세요...
정신차려야지요.
방향성은 서서히 잡더라도요.
아구 머리 아퍼서 ㅎㅎ 그냥 단순 모드로 댓글 답니다 밤도 늦었고 해서 ~
네에, 단순모드가 좋아요.ㅎ
네 오늘 두 시 배웁니다. 영화. 철학~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