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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적무강(3)
밤이 늦은 시각 적무강은 철홍과 헤어져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집은 철방의 한쪽에 있었다.
철방의 모든 사람들이 집을 비운 시간 오로지 그만이 철방에 홀로 있었다.
오년 전에 그가 이곳 십자성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는 이곳에서 일하기를 원했고,
하노인은 갈 곳 없는 그를 위해 흔쾌히 철방에 남는 방을 그에게 내줬다.
때문에 적무강은 일할 때나 쉴 때나 모두 이곳 철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아무도 없는 철방, 적무강은 화로 앞으로 다가갔다.
하루 열두 시진 절대 불이 꺼지지 않는 하가철방의 화로. 그 화력은 그야말로 천하제일이었다.
적무강은 잠시 화로를 바라보다 철방의 안쪽에 있는 마당으로 나왔다. 마당은 불빛 하나 없어 무척이나 어두웠다.
“후~!”
그가 숨을 들이켰다. 그러자 몸에 남아있던 취기가 모두 밖으로 빠져 나갔다.
적무강은 잠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상처투성이의 거친 손이 눈에 들어왔다.
불에 데인 상처를 비롯해 각종 흉터가 거칠게 그의 손바닥과 등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두가 철방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 얻은 상처이다.
적무강은 눈을 감았다. 그러자 세상의 모든 빛이 사라졌다.
오직 어둠만 남은 공간, 그러나 적무강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분명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은 손이었지만 적무강은 마치 무기라도 든 것처럼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심상대법(心像大法)!’
그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심상(心像)이란 말 그대로 마음의 형태를 말한다. 이를테면 마음의 거울과도 같은 것이다.
마음속에 원하는 것을 떠올려 형태를 갖추는 것, 그것이 바로 심상대법이다.
심상대법의 가장 큰 효능은 떠올린 상대의 모든 것을 마음속에 고스란히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의 무공수위는 물론 세세한 버릇까지도 말이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심상대법을 시전 하는 자가 구현할 상대의 모든 것을 세세하게 알아야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그렇지 않고 대략적인 모습을 떠올린다면 아무런 효능도 없는 것이다.
심상대법은 적무강의 집안에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기법중의 하나이다.
대를 이어 보완해온 심상대법은 이제 거의 완벽해졌다.
적무강은 마음속으로 자신의 상대를 떠올렸다.
그러자 거친 수염과 함께 야수 같은 눈빛을 한 중년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환도가 들려 있었다. 그는 적무강을 향해 거친 살기를 토해냈다.
부르르~!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은 적무강의 손이 떨렸다. 이어 그의 눈앞에 하나의 도가 형
상을 갖췄다. 그러나 완벽한 형상을 갖추지 못해 그 모습이 무척이나 희미했다.
적무강의 눈앞에 나타난 남자가 기친 살기를 뿜어내며 달려들었다.
고오오~!
적무강을 향해 밀려오는 가공할만한 도기의 폭풍, 적무강의 눈이 찌푸려졌다. 그
러나 그는 이내 입술을 질근 깨물고 몸을 움직였다.
파파팍!
그의 도에서도 도기가 뻗어나갔다.
도기와 도기가 부딪치고 공간이 가공할만한 압력이 가해졌다.
“크으~!”
적무강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 나왔다.
분명 그의 몸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공전절후의 결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심상대법의 효능이었다. 넓은 공간도 필요 없다.
오로지 두발로 서있을 공간만 있으면 언제든 심상대법을 펼칠 수 있다.
그리고 가상의 존재를 상대로 자신의 무공을 겨를 수 있다.
적무강이 싸우고 있는 상대는 그가 제일 잘 아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세상에 존재
하지 않지만 적무강은 그의 생김새, 버릇, 무공까지 아직까지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죽어서까지 적무강의 상대가 되어주고 있었다.
“아···버지.”
적무강이 남자를 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그러나 남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적무강을 향해 미친 듯이 무공을 펼쳤다.
콰콰콰!
적무강이 있던 공간이 일그러지고 도기의 폭풍이 몰아쳤다. 마치 산 정상에서 늑
대가 포효하듯 그렇게 도기의 영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그에 상관없
이 적무강은 자신의 도를 휘둘렀다. 그에 따라 그의 몸에서도 눈앞의 남자와 똑같
은 초식이 펼쳐졌다.
콰콰콰-쾅!
도기와 도기가 부딪치며 적무강의 몸이 뒤로 밀렸다. 똑같은 초식이었지만 그의
내공이 남자보다 딸리는 것이다. 그러나 적무강은 이내 입가에 흘러내린 피를 닦
아내고 다시 덤벼들었다.
그렇게 그들은 치열한 격전을 벌였다.
쩌-저-적!
그러던 어느 순간 그들의 손에 들린 도가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마치 거미줄
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잔금, 이어 그들의 도가 먼지처럼 부서져 내렸다.
적무강이 손잡이만 남은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남자 역시 적무강과 똑같은 눈으로 자신의 검을 바라봤다.
슬픈 눈, 그것은 커다란 업보를 짊어진 자의 눈이었다.
잠시 슬픈 눈으로 적무강을 바라보던 남자의 모습이 스르륵 사라졌다.
그제야 적무강이 심상대법을 해제하고 눈을 떴다.
그의 눈에 여전히 빈손이 보였다.
“역시 맨손으로는 안 되는가?”
그가 허무하게 중얼거렸다.
심상대법은 상대를 완벽하게 구현해낼 수 있다. 때문에 마음속의 공간에서 상대와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
그러나 심상대법을 펼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 또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했다.
그래야만 객관적인 대결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무강은 아직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무기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조급하게 마음먹지 않기로 하지 않았는가? 더 조급해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가? 냉정해지자. 적무강!”
적무강은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화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순백의 불길이 모든 것을 태울 듯 일렁였다.
어차피 제대로 잠을 자기는 글렀다. 적무강은 철방의 한쪽에 있는 쇳덩어리를 집어 들었다.
그가 만일을 대비해 쓰지 않고 놓아두었던 신철(薪鐵)이었다. 이 신철을 두드려 정련하면 정철을 얻을 수 있었다.
적무강은 신철을 순백색의 불길이 올라오는 화로에 넣었다.
그러자 얼마 안 있어 신철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에 적무강은 신철을 꺼내 두드리기 시작했다.
따-당-당-땅!
그의 망치는 마치 악공의 음률처럼 일정한 운율을 띠고 움직였다.
그의 망치 소리는 무척이나 맑고 깨끗해 무척이나 듣기 좋았다.
자세히 보면 그의 어깨가 일정한 법칙에 의해 쇠를 두드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정한 힘으로 일정한 부위를 두드리는 적무강의 솜씨는 무공을 익힌 자들이 보더라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쾌속하면서 은밀했다.
적무강의 망치가 신철에 닿을 때마다 조금씩 형체가 잡혀갔다.
땅땅땅!
그의 망치질에 따라 바로 옆에 있는 화로의 불길이 거세게 일렁였다.
적무강은 의식하지 않고 있었으나 화로의 불길은 적무강의 호흡에 따라 움직였다.
그것은 적무강의 심법이 양강의 것이기 때문이다.
작업이 새벽까지 진행되어도 적무강은 두발을 대지에서 한 번도 때지 않았다.
그는 화로에 쇠를 집어넣을 때만 허리를 비틀었을 뿐 밤새 한발작도 때지 않았다.
완벽한 부동의 모습, 그의 다리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그만큼 많은 부하가 걸린 것이다.
그러나 적무강은 자신의 신체에는 신경을 분산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오직 검의 형체를 갖춰가는 쇳덩이만 보였다. 놀라운 집중력이었다.
적무강에게는 그야말로 생활의 모든 것이 무공의 수련이었다.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것은 역설적으로 보법을 수련하기 위한 것이고,
망치를 두드리는 것 역시 무공을 수련하는 방법이었다. 꼭 무공을 연무장에서 하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적무강의 이런 무공수련은 벌써 오 년째 이어지고 있었다.
그가 하가철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주위의 그 누구도 적무강이 무공을 익히는 것을 몰랐다.
심지어는 그의 가장 절친한 친구인 철홍 마저도 말이다.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은 장인으로써의 능력과 천하제일의 화력을 갖춘 화로, 그래서 그는 하가철방을 택했다.
그러나 아직 그의 능력은 원하는 바를 이루기에는 많이 모자랐다.
깡깡깡!
적무강은 밤새도록 쇠를 두드렸다.
시끄러운 망치소리에 인근 상가의 사람들이 무어라 말을 할 법도 했지만 이미 그
들은 모두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간 후였다. 때문에 적무강이 하는 일에 항의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적무강은 자신의 친구인 철홍을 위해 밤새도록 쇠를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해가 뜨고 날이 밝아 철방의 사람들이 하나둘 출근했을 때 그들은 화로의 곁에 놓인 한 자루의 검을 볼 수 있었다.
손잡이도 없이 오직 잘 뻗은 검신이 사람들의 눈앞에 늘씬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 이것은 웬 검이냐?”
하성문이 뜻밖의 모습에 적무강에 물었다.
“철홍이 것입니다. 이제 녀석도 제대로 된 검이 필요할 듯해서요.”
“그래! 신경을 쓴 것이 표가 나는구나. 제대로 만들었어. 철홍이 녀석이 친구를
잘 만나서 호강을 하는구나.”
하성문이 감탄을 터트렸다.
그는 검신을 들고 손가락으로 튕겨보았다.
따-앙!
맑은 쇳소리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며 울려 퍼졌다. 하성문의 입가에 절로 미소
가 어렸다. 검신에서 나는 소리만으로도 적무강이 얼마나 신경을 써서 만들었는
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성문이 말했다.
“마광은 내가 낼 테니, 네가 손잡이를 만들 거라.”
“하지만 아저씨까지 이일에 매달렸다가는 오늘 일에 지장이 있을 텐데요.”
“괜찮아! 철홍이도 이곳에서 일을 했던 아이, 비록 검이나 휘두르는 참호대에 들
어간 것은 탐탁지 않으나 그래도 무언가는 해주고 싶었다.
마침 네가 이런 물건을 만들었으니 나도 생색을 한번 내보자꾸나.”
“그렇다면 저야 고맙지요.”
“그럼 시작하자.”
“예!”
적무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성문은 검신을 들고 자신의 작업대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쇠똥가루를 숯과 수은에 섞어 연마제를 만들어 기름 묻힌 삼베조각에 묻혔
다. 그가 만든 연마제는 하가철방의 비법에 의한 것으로 그 비율을 아는 자는 하
노인과 그밖에 없었다. 적무강도 아직 전수받지 못한 비법인 것이다.
하성문은 연마제를 묻힌 삼베조각으로 정성스럽게 검신을 문질렀다. 그의 손길
이 계속될수록 검의 표면이 마치 유리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하성문이 마광을 내는 사이 적무강은 검의 손잡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적무강이
선택한 재료는 오동나무였다.
적무강은 오동나무를 진흙 봉에 찍힌 철홍의 손자국을 바탕으로 세밀하게 깎아냈
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오동나무가 점점 형태를 갖춰갔다. 그는 온종일 오
동나무를 가지고 신경을 집중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손잡이가 모양을 갖추자 적무강은 철방의 한쪽에
있는 교어피(蛟魚皮)를 가지고 나왔다. 교어피는 다름 아닌 상어의 가죽으로 등
쪽 부분의 가죽이었다. 상어의 등 쪽에는 수많은 돌기가 있어 손으로 잡았을 때
미끄러짐을 방지해 주기 때문에 주로 손잡이에 칭칭 감아 썼다.
그때 하성문이 검신을 들고 왔다.
“마광은 물론 날까지 완벽하게 세웠다. 검신이 균형이 잘 잡혀있는 것이 훌륭한
놈이 나올 것 같구나.”
“그렇습니까? 잘되었네요.”
“어서 손잡이를 끼어 보거라.”
“예!”
적무강은 하성문에게서 검신을 받아 손잡이와 결합을 시켰다. 이어 손에 든 교어
피를 정성스럽게 감았다. 그러자 얼마 안가 훌륭한 검이 자태를 드러냈다.
하성문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훌륭하구나. 화려하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기품도 있고, 철홍이에게 이보다 좋
은 검은 구해줄 수 없을 것이다.”
“참호대에서 너무 화려한 검을 쓰면 눈에 띌 것 같아 일부러 수수하게 만들어 보
았습니다.”
“그래! 잘했다. 이제 참호대의 말단에 불과한 놈이 너무 눈에 띄는 검을 가지고
있으면 질시를 받기 마련이다. 철홍이의 손에 잘 맞으면 그게 명검이지, 달리 무
엇이 있겠느냐? 잘했다. 내 마음에도 쏙 드는구나.”
하성문이 연신 감탄사를 터트렸다.
쇠를 다루는 적무강의 감각은 평생을 철방에서 살아온 하성문 조차도 감탄하게
만들었다.
“검신은 다되었고, 그럼 검집이 필요하구나. 검집은 몇 개 만들어 놓은 것이 있는
데 어디보자······.”
하성문은 철방의 한쪽에 있는 창고를 뒤졌다. 그렇게 얼마나 뒤졌을까? 그가 수
수한 검집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것인데 너무 모양이 수수해서 손님들에게 거절을 당했는
데, 오히려 이것이 철홍이의 검에는 잘 어울릴 것 같구나.”
“그러네요! 정말 잘 어울리는군요.”
적무강은 하성문이 들고 나온 검집이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화려한 장식이나 문
양 따위는 어울리지 않는 검이었다. 자신이 만든 검에는 하성문이 들고 있는 검집이 제일 잘 어울렸다.
스릉~!
검을 검집에 꽂자 마치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딱 맞아 떨어졌다.
적무강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 이것은 오직 철홍을 위한 단 한 자루의 검이었다.
그는 잠시 검을 바라보다 창고 안에 들여놓았다. 다시 철홍이 오면 넘겨줄 생각이었다.
“자 이제 우리 일을 하자. 오늘도 주문 들어온 것이 꽤 많으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될 거야.”
“예!”
적무강은 더 이상 자신이 만든 검이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의 작업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서 오십시오.”
그때 철방의 점원이 인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면 크게 목
소리를 내는 법이 없는 사람이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니 필경 범상치 않은 사람인 듯 했다.
적무강의 고개가 자신도 모르게 철방의 입구로 향했다. 그러자 무척이나 덩치가
커다란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남자의 덩치가 어찌나 큰지 넓은 철방의 입구가 그
의 모습으로 꽉 들어차는 것이 느껴졌다.
적무강은 한눈에 남자를 알아보았다. 제 아무리 십자성이 넓고 수많은 사람이 존
재하지만 저 정도의 덩치를 가진 남자는 오직 한명 뿐이기 때문이다.
“광···대주님!”
“오랜만이군. 무강이!”
매우 탁한 음성이었다. 그러나 그의 음성에는 묘한 울림이 어려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광도수, 철홍이 소속되어 있는 참호대의 대주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철방에 오는 이유야 단 한 가지밖에 없지.”
십자성을 통 털어 서열 이십 위 안에 들어간다는 실력을 가진 남자가 바로 참호대
주인 광도수였다. 그만큼 그는 초절정의 강자였다. 그러나 그의 성격은 무척이나
털털해서 체면이나 위신 따위는 따지지 않았다. 아마 천생무골이라는 말은 그를 위해 존재하는 단어일 것이다.
광도수는 적무강과 하성문을 보며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얼마 안 있으면 마공자의 생일이라네. 때문에 선물을 하긴 해야
겠는데 마땅한 것이 없어서 말이야. 그래서 자네들에게 부탁 좀 하려왔네.”
이미 십자성의 다른 요인들은 마정옥의 생일 선물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들은 천하의 진귀한 것을 찾기 위해 사람을 풀었다. 그러나
그에 반해 광도수는 마정옥의 생일을 챙기는 것이 무척이나 귀찮았다. 할 수 있다
면 무시하고 지나고 싶지만 조직의 생리라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어서
할 수 없이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여 이곳까지 온 것이다.
광도수는 이곳 하가철방의 진짜 실력을 알고 있는 소수의 몇 명 중 한명이었다.
대답을 한건 하성문이었다.
“아니 대공자의 생일 선물을 어찌 저희 같은 외성의 철방에서 구하십니까? 차라
리 내성의 이름난 철방에 부탁하는 것이······.”
“아····아! 내 앞에서까지 속이려고 하지 말게. 자네들의 실력이야 내 이미 알고 있
는데 내 넘어갈 것 같은가? 잔말 말고 내 부탁 좀 들어주게.”
“광대주님!”
하성문이 난처한 얼굴을 했다.
하 씨 집안이 원하는 것은 오직 장인의 역할, 마정옥 같은 십자성의 권력자의 눈
에 뜨여 좋은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그
들과 연을 맺지 않고자 하는 것이 하성문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만
만하지 않았다.
적무강은 광도수의 얼굴을 바라봤다.
하늘의 천장이 모습을 갖춘다면 아마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만큼 광도수의 외모는 박력 그 자체였다.
외모도 외모지만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의 무공이었다.
십자성에서 이십 위 안에 든다는 것은 천하에서 백 위 안에 든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천하백강 안에 드는 초강자, 그가 바로 광도수인 것이다.
적무강은 자신의 무공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 특히 신경을 썼다.
아직 그의 무공이 드러날 시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가 익힌 무공은 겉으로는 흔적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종류의 것이었기에 광도수의 눈을 속일 수 있었다.
광도수는 품을 뒤지더니 무언가를 꺼내놓았다.
“만년한철이네. 이것으로 도를 한 자루 만들어 주게나. 대공자께서 도법을 익히
시고 계시니 아마 마음에 들어 하실 게야. 부탁하겠네.”
이쯤이 되면 부탁이 아니라 협박이나 마찬가지다. 하성문의 입장에서는 광도수
의 부탁을 거절할 명분이나 담량이 없기 때문이다.
광도수의 말 한마디면 외성의 이런 철방 따위 하나 없어지는 것은 일도 아니다.
평소의 그는 무척이나 털털하고 담백한 성품이지만 한번 화가 나면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오죽하면 그의 또 다른 별명이 광도부(狂屠父)일까!
“대공자의 생일 전날까지는 완성해주게나. 내가 내성의 정문을 지키는 아이들에
게 말을 해놓을 테니 직접 사람을 보내 가져다주게나.”
“휴~!”
하성문은 대답대신 한숨을 토해냈다. 광도수는 그런 하성문을 보며 웃음을 짓다
몸을 돌렸다. 그는 문밖으로 걸음을 나가다 잠시 멈추고 적무강을 바라봤다.
“만약 무공을 배우고 싶다면 언제든 찾아와. 철홍이도 그렇지만 너의 자질도 꽤
쓸 만한 편이니까. 내 밑에서 몇 년 만 고생한다면 어딜 가도 쓸 만하다는 소리를
들을 거야. 그러니까 생각이 바뀐다면 언제든 찾아와.”
광도수의 말에 적무강은 대답대신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러자 광도수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그의 말은 다분히 요식적이었던
것이다.
적무강은 고개를 돌려 탁자위에 놓인 만년한철을 바라봤다. 이미 그의 기억에 광
도수의 말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의 눈은 장인의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또
다시 그의 집중력이 발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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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감상~~~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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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한철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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