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절차가 막장인 경우에 벌어지는 일

[뒈져라 카이저!]

[야인시대] 공산당도 한수 접는 '김좌진 버프' | EP.83 (youtube.com)

해당 동영상은 야인시대 2부 6.25 전쟁 부분에서 인민군이 남하한 뒤 서울 일대를 점령한 후 공산당원들이 경찰, 친일파 등(실질적으로 우익들)을 대중들 앞에 끌고 나와 '인민재판'을 벌이는 모습입니다. 비록 드라마는 지나치게 우익 편향적인 시선이라는 평가가 많고 딱히 틀린 것도 아니지만 인민재판의 모습만큼은 현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민재판은 인민들에게 사법절차의 장벽을 없앨 의도로 시작되었고(어디까지나 처음 의도만) 때문에 인민재판에서는 어쨌든 명목상으로는 인민들이 결정권을 쥐었습니다.(그래서 인민재판에서 모두가 죽은건 아니고 살아남아서 그 당시의 상황을 증언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달랐습니다.

인민재판은 이름만 인민재판으로 영상에서 가장 먼저 반동을 죽이라고 소리치는 여자는 여맹원으로 북한의 관제 여성단체로 말하자면 여론몰이, 바람잡이를 하는 사람으로 대중들이 대중심리에 따라 동조하게 만들게끔 하기 위해서 세워둔 것으로 달리 말하면 인민재판은 진짜 인민에게 선택권을 주는게 아니라 선택권을 주는 척만 하는 기만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인민재판의 이름으로 제대로 된 판사, 검사, 변호사, 증인, 증거 등을 모두 생략하고 절차를 간편화하여 자신들에게 미움을 산 대상들을 신속하게 죽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에 자신들에 반대하는 이들을 학살하는데 악용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인민재판에서의 처분은 린치, 사형, 재산몰수 등이었는데 과연 모두가 그만한 죄를 지었는지도 의문시됩니다. 영상에서 나오는 경찰 출신 시민이 먹고 살려고 그랬다는 말에서 보듯 이정도는 사형감이라고 할 순 없기 때문입니다.(당시 경찰은 몇 안되는 조선인이 구할 수 있는 공무원직이었고 일단 공부 좀 하면 못할게 없었기에 일제강점기에 경찰은 인기직업이었다고 합니다. 친일파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 변명을 한 것도 이렇게 그냥 별 생각없이 진짜로 먹고살기 위해서 부역했던 사람들이 많아서 그들에게 묻어가려고 한 것이 컸습니다.) 거기다가 인민재판이라는 이름으로 연좌제는 당연히 벌어져서 아이들까지도 때려죽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는 인민재판 중 가장 극단의 사례로 우리가 생각하는 인민재판은 인민재판 중에서도 가장 극단의 사례로 실제 보통의 인민재판은 이정도는 아니라서 중국과 북한처럼 아직도 공산당이 집권하는 국가는 인민재판을 유지하고 있는데 당연히 위의 사례처럼 막가파는 아니지만 정작 여기서의 인민재판은 사실상 일반재판을 이름만 바꾼 수준이 되어있고 중국 역시도 문혁 시기에는 북한식 인민재판이 만연했다고 합니다.

피고인이 항소, 상고를 할 때마다 누군가는 '범죄자 주제에 항소?/상고?'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3심제 같은 제도는 사람들이 아무 생각이 없어서 낸 아이디어는 아닌것을 첫번째로 두고(애초에 우리나라는 명목상 고려 문종때부터 3심제 비슷한 제도가 있었습니다. 이때는 법원이 따로 없어서 단계별로 올라가는게 아닌 재판받을 횟수가 3번이라는 의미인데 단지 신속함을 위해서 정말 3번 받아야 할 사항이 아니면 잘 지켜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흉악범으로 찍혔다 할지라도 세월이 지난 후에 무죄로 드러나는 경우가 드물지만 존재합니다.

특히 작가의 고향인 일본은 '엔자이'라고 이렇게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누명 쓴 사람들이 상당히 문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일본 사법계가 극도로 보수적이고 관료주의적이라서 유죄판결이 99%를 찍는 기괴한 수준에 이르른데다 재심 기각률마저도 대단히 높기 때문으로 이 때문에 일본에는 '수십년만에 누명 벗은', '재심이 기각되어 결백을 입증할 수 없었던' 사례들이 나름 존재합니다. 그나마 수십년만에 누명 벗는 사람들은 정말정말 운이 좋은거고 보통은 누명 못 벗고 죽습니다.

이런 사례와 비슷한 작품을 들자면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7번방의 선물>이 있습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주인공인 에드몽 당테스는 평범한 선원에 불과했으나 그가 보내려던 편지의 수취인이 자신의 아버지이고 그것이 드러날 시 자신의 출세길이 막힐 것이라고 생각한 그를 심문하던 검사인 빌포르는 에드몽을 속여 정식 재판없이 흉악범을 투옥하는 이프 성채에 가둬버렸고 에드몽은 14년 뒤 탈옥할 때까지 이프 성에 갇혀야 했습니다.

7번방의 선물의 주요인물인 이용구는 평범한 딸바보 아버지였으나 어느날 모르는 소녀가 빙판에 미끄러져 머리를 다치자 응급처치를 해주기 위해 다가갔다가 주변인으로부터 성범죄자라고 오인받게 되어 소녀를 구해주지 못한 채 잡혀가게 되고(소녀는 응급조치 못 받아 사망) 하필 그 소녀가 경찰청장 딸이었고 경찰청장이 막장이라 용구가 범인이라는 증거도 없는데 무작정 용구가 범인이라고 몰아세우며 그를 폭행하고 만일 무죄가 나오면 네 딸을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하고 국선변호인 또한 용구에게 무관심했기에 용구는 결국 사형당합니다.

결국 우리가 흉악범으로 지목된 피고인을 볼 때 그가 기어이 대법원까지 올라가려는 모습을 보고 그것이 심정적ㅇ로 언짢게 느껴진다면 있을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그가 재판을 받을 기회를 줄여버린다면, 더 나아가 정식 재판을 받을 기회마저 없애버린다면 법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당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흉악범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것도 불의지만 무고한 사람이 부당하게 처벌을받는 것, 죄보다 과한 벌을 받는 것 또한 불의이며 누군가는 전자의 사례를 들며 절차의 간소화를 원할 수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그러한 효과는 없고 오히려 후자의 사례가 더 늘어나는 효과만 낳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뒈져라 카이저!]

이러한 서적이 출판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슬퍼해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서적이 출판되었다는 것, 이를 금지하는 법률이 없다는 것을 모두가 기뻐해야 한다.
- 양 웬리. 검경 및 사법부의 무능, 독선, 날조, 허술한 수사 등으로 억울하게 사형당한 사례를 모은 책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남긴 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