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女(열녀)는 '여러 가지 여자'라는 뜻. 소리가 같은 烈女(열녀)란 말은 '열렬한 여자'라는 뜻이다. 절개가 굳은 여자라는 뜻이고 烈婦(열부)라고도 한다. 자기 남자를 위해 목숨을 바칠 정도의 '센 여자'들이다. 오랜 세월 男尊女卑(남존여비)의 봉건 사회는 모든 여자가 烈女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았다.
19세기 노르웨이 사람 입센(Ibsen)이 그려낸 新女性(신여성) '노라'는 팜므파탈(Femme fatale)의 원조. 갈등 끝에 家出(가출)한 노라의 결단에 당시 사람들은 몹시 놀랐다. 요즘 팜므파탈들은 케케묵었다고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팜므파탈은 흔히 惡女(악녀)라 옮긴다. 惡女는 나쁜 여자라는 뜻의 일본 말 '아쿠죠'를 그대로 따다 쓴 것. 예전엔 妖婦(요부)라고 옮겼다. 婦女(부녀)는 여자를 가리키는 말. 婦는 시집간 여자 女는 시집가지 않은 여자를 가리키는 정도로 구분해 쓰기도 한다.
중국 漢(한)나라 사람 劉向(유향)은 列女傳(열녀전)이란 책을 썼다. 이런저런 유형의 여자를 모두 보여주는 책이다. 劉向은 이 바람에 많은 욕을 먹었다. 좋은 여자야 괜찮지만 나쁜 여자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나쁘다는 것이 욕하는 이유였다.
곧 마칠 모 방송국의 인기 드라마에도 보듯 惡女 예찬이 맹렬한 시절이다. 지나친 억누름은 지나친 反撥(반발)을 부르게 마련. 烈女 예찬이 惡女 예찬으로 바뀌었듯, 언제 바람의 방향이 바뀔지 모른다. 이런 여자도 있고 저런 여자도 있다는 列女를 인정하지 않으면 여자들도 욕망의 노예, 똑같이 가여운 희생자일 뿐이다.
출처:국제신문 글 임형석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외래초빙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