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석의 「OK 레스토랑의 결투」 감상 / 허연
OK 레스토랑의 결투
함기석
접시에 놓여 있다 K의 머리 O가 눈을 뜨고
접시 앞에 앉아 있다 머리 없는 K가 총잡이의 포즈로
반으로 자를까요? 오른손의 미국산 나이프가 묻는다
찍어서 붙일까요? 왼손의 중국산 포크가 묻는다
사드(Thaad) 백작의 초상화가 걸린 카운티타운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10. 9. 8. 7. 6 촛불이 입술부터 타고 있다
5. 4. 3. 2. 1 촛불이 혀끝까지 타고 있다
—시집 『음시』 2022. 2 ...........................................................................................................................................................................
위트가 넘치는 시다. 사실 위트는 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파장과 여운을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접시 위에서 미국산 나이프와 중국산 포크가 대결을 벌인다. 결전이 시작되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이 시에서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사드 백작의 스펠링이 사드 백작의 'Sade'가 아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Thaad'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강대국들의 '접시'가 된 적이 많았다. 그것이 운명이라면 현명하게 실용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맛있게 먹을 요리를 만들어버리면 된다.
허연 (시인, 매일경제 기자) |
첫댓글 재밌네요
미국산 나이프와 중국산 포크가 결투를 벌이기 직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네요.
10 9 8 7 6.......
풍자와 위트가 넘쳐요.
관전하는 독자가 아슬아슬 손에 땀을 쥐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