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비탈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명사십리가 아니라면 해당화는 왜 피며
모춘삼월(暮春三月)이 아니라면 두견새는 왜 우나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싸이지
사시장철 임 그리워 나는 못살겠네
부모동기 이별할 때는 눈물이 짤금 나더니
그대 당신을 이별하자니 하늘이 팽팽 도네
정선읍내 물레방아는 물살을 안고 도는데
우리 집에 서방님은 날 안고 돌 줄 몰라
당신은 나를 알기를 흑싸리 껍질로 알아도
나는야 당신을 알기를 공산명월로 알아요.
위 글은 정선아리랑 중 애정편의 가사다.
강원도를 일컬어 감자바위니 비탈이니 하지만 풍광이 아름답고 민심이 소박하며, 삶의 의욕은 질박하면서도 끈질기다. 그건 아마도 산수를 닮아 그런 것일 텐데 비탈진 산세에서 그런 품성이 배태되지 않았을까 싶다.
불란서의 철학자 베르그송은 그의 저작 <창조적 진화>에서 엘란 비탈(Elan Vital)을 이야기했다. 인간은 다윈이 말한 것처럼 기계적으로 진화해 나가는 게 아니라 어떤 자극에 창조적으로 대처해 진화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해 나간다는 거다. 그러니까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 주체로서의 생명철학을 피력한 셈이다.
강원도를 가리키는 ‘비탈’이나 베르그송이 말하는 도약하는 생명으로서의 비탈(Vital)은 설사 문어(文語)적으로 그 뜻이 서로 다르다 하더라도 삶을 헤쳐 나가는 의지로서의 의미는 서로 상통하는 게 아니던가. 그러하매 누가 지역을, 성을, 사람을 차별하려 드는가.
삶의 이야기 방 진객들이시여! 상대가 누구더라도 흑싸리 껍질로 보지 말고 공산명월로 보시라.
첫댓글 강원도 얼매나 좋은데 왜 그래요~
아이구우 죄송합니다.
저는 강원도 팬입니다.
운선님이 강원도 라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강원도의 ‘비탈’을 베르그송의 비탈(Vital)로 연결하시는
선배님의 생각이 부럽습니다.흑싸리 껍질이 아닌 공산명월처럼이만 표현도...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제가 여성이라면 비온뒤님을 진짜로
비온 뒤의 공산명월로 부를텐데요.
강원도가 너무 좋아 이번주말 1박 2일로
동호회 출사 갑니다 ^^
좋은사진 기대합니다.
무게 잡는 게시글이나 댓글보다
육담풍월(肉談風月) 이 오히려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지요
선배님 건필하십쇼
단결~!
그렇기도 하겠지요.
음풍농월은 선객들의 노래요
육담만필은 필부들의 노래일텐데
그걸 다 아우르면 재미도 품격있는 재미가 되겠지요.
인제가 고향인 친구를 부를 때는
이름 대신에 "어~이 비탈" 하며 불렀는데
미국살다가 나오니 국적을
한국에서 천국으로 바꿨더군요
정선아리랑~
동부민요를 하시는 박수관 명창이 생각납니다
예전에 LA에 오셔서 동부민요에 대해 강연을 하시며
자기 씨디 음반에 싸인도 해주셨지요
그랬군요.
제 못난글이 그 친구도 그 명창도
불러냈나보네요.
정선아리랑은 연애편도 산수편도
시절편도 참 풍성하데요.
춘천 어딘가에서 수제비를 잘하고 칡제품이 좋다고 그곳을 추천하는 직원이 운전해서 산길로 한참 가든데요. 맛있는 수제비와 칡술이 좋았던 기억이. 강원도에 산이 많긴 많더라고요. 산과 물과 파란하늘에 좋기만한데 무슨 흉보나요?
아이구우 죄송합니다.
단지 강원도의 바이탈리티를 이야기하고자 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