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원정대는 첫날 로마에서 피렌체를 거쳐 베네치아로 가는 길에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이탈리아의 고속도로를 달리며 가장 먼저 놀란 것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크 였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오토바이크의 통행이 허용된 나라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바로 이탈리아 였던 것이죠.
최근 한국에서도 오토바이크의 고속도로 통행을 허용해 달라며 고속도로를 달린 오토바이크 시위대가 있었는데요. 현장에서 체포된 시위대 중에 한 명이 현직 교통 경찰관이어서 당국이 무척 곤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었습니다. 시위대들은 바이크의 고속도로 주행을 허용한 여러 나라들을 사례로 들어 당위성을 역설하기도 했었습니다.
이탈리아의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처럼 차선이 넓지 않습니다. 그리고 허용 최고 속도도 시속 100km 안팎이라고 합니다. 대형 차량의 주행을 번거롭게 하여 속도를 줄이려고 차선 폭을 줄이는 것은 유럽 전체의 추세입니다.
로마에서 피렌체를 거쳐 베네치아로 가는 내내 조금은 느린 듯한 버스 속도에 답답하게 느끼기도 하였는데요. 이탈리아의 대형 차량에는 자체적으로 속도 감지기가 달려 있어서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면 자동으로 체크가 되어 나중에 운전사는 벌금을 물거나 잘린다고 합니다. 딱히 속도 감지 카메라를 많이 설치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오히려 바이크들이 대형차량보다 빨리 다니는군요.
피렌체 시내로 들어서니 역시나 바이크 천국입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바이크를 타고 다닙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수동 기어 바이크나 뿅카(주행용 바이크)는 거의 눈에 띠지 않고 대부분이 중대형 스쿠터 (작은 바퀴의 자동 변속 바이크) 입니다.
물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아주 많습니다. 자전거는 주로 노인이나 여성, 어린 청소년들이 많이 타고 다닙니다. 자전거 전용 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자전거의 도로 통행이 허용된 것도 특이합니다.
자전거가 도로를 느릿느릿 달려가도 뒷차들은 보채거나 클락션을 울려대지 않습니다. 한국인들과 비슷해서 다혈질적이고 말싸움을 좋아하는 이탈리아 인이라고들 하는데 도로에서의 배려 만큼은 우리보다 훨씬 관대하고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피렌체 중심가에 도착해 보니 온통 바이크와 자전거 물결 입니다. 어느 곳을 향해서 셔터를 눌러대도 항상 바이크와 자전거가 렌즈 속으로 들어옵니다. 물론 사시사철 그리 춥지 않고 폭우가 적은 기후 탓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최근 국내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바이크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도 바이크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토 바이크의 특성 상 일단 사고가 나면 사망이나 치명상의 위험은 당연히 높겠지요.
그렇지만, 그런 이유들로 무조건 바이크는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유난히 폭주를 즐기는 경주용 바이크 족이 많은 사회적 풍토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바이크나 자전거에 대한 배려가 없는 자동차 운전자들의 교통 문화도 위험성을 높이는 데 한 몫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바이크는 위험하다'가 아니라 '바이크나 자전거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모두가 삼가고 배려하는 문화를 키워야 한다' 라는 결론이 더 맞겠지요. 세계적인 고유가 경향에 맞춰 많은 나라의 국민들이 바이크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고 한국도 그러한 추세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냥 막연히 '바이크는 도로의 무법자이고 그래서 바이크는 위험하니 타지 말자'라는 편견만으로 끝낼 이야기는 아닌 듯 합니다.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베네치아 리도 섬에 들어서니 더욱 놀라운 광경들이 벌어집니다. 행사장 곳곳에 수 없이 널려있는 자전거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행사장 전체에서 볼 수 있는 자동차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사실 베네치아 내에는 자동차나 바이크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도시 전체가 수로로 연결되어 있고, 오래 전에 설계된 도시이기 때문에 자동차가 다닐 길도 없습니다. 그러니 자동차나 바이크의 역할을 수상 버스와 수상 택시,곤돌라, 자전거가 대신 하고 있는 것이지요. 특히 수상 버스에는 바이크를 실을 수 없기 때문에 베네치아의 주민들은 대부분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통행합니다.
베네치아의 도로에서는 자전거들이 아주 대놓고 도로를 유유히 달려갑니다.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고 클락션을 울려대거나 자전거를 추월하는 일도 없습니다. 적어도 베네치아의 여러 섬들의 도로에서는 자전거가 왕이군요.
베네치아의 여러 섬 중에 가장 아름답다는 부라노에는 자전거 조차도 구경할 수 없습니다. 섬이 워낙 작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각 집마다 크고 작은 배들을 한 척씩 갖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부라노 섬 안에서는 걸어다니고 다른 섬으로 갈 때는 배를 끌고 나가는 것 같습니다. 좋은 배들도 보이지만 대부분의 배들은 그저 모터 하나 달린 것이 전부입니다.
어떤 분들은 베네치아 영화제 행사장에 널려있는 자전거를 보며 세계적인 영화제의 무대로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체면에 구애받지 않고 실용성과 경제성을 생각하는 베네치아 사람들이 저는 오히려 부럽고 멋져 보였습니다.
여기에는 아예 인파들 속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군요. 그리고 자전거 위로 올라가 레드 카펫 행사를 더 잘 보는 지혜도 발휘합니다. 모두가 각자 개성과 상황에 맞게 즐기는 베니스 영화제의 풍경은 초라해 보이기보다 오히려 정겹고 소박해 보입니다.
권총까지 차고 멋드러지게 위엄을 차린 이 경찰관은 자전거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요 차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요? 적어도 이 경찰관은 자전거를 제지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로마 시내 역시 오토바이크 천국인 것은 별로 다름이 없었습니다. 골목 구석구석마다 주차된 바이크들은 참 이채롭습니다. 물론 로마의 바이크들도 파리처럼 주로 중대형이긴 합니다. 그리고 모든 바이크들이 번호판을 갖추고 있네요.
저는 유럽의 도시들에서 발견되는 바이크 물결과 자전거 물결에 대해 좋다 나쁘다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각자의 경제 수준과 용도에 맞게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이크나 자전거에 대해 좀 더 관대한 교통 문화 정착이 필수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바이커들도 반드시 번호판을 달고 무법자처럼 질주하는 행태를 버려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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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블로그 오프라인 원문보기 글쓴이: 拂路車(불로거)
첫댓글 라이더가 아닌사람이 쓴글같습니다. 많은 발전입니다. 출처 블로그 방문하셔서 추천과함께 좋은의견도 넣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바이크안티는 거기에도 있더군요.
선진국은 달라요!!!! 그런 반면에 우린 후진국으로 점점 퇴보하는 기색이....
우리 스스로 법규를 지켜야 변화는 생길거라 믿어요. 주말에 양평입구 신호등에서 위반하는 대형바이크를 보세요 말로만 그렇지 한 숨 스러운것은 사실입니다.
자전거 포함, 두바퀴에 대해 너무 좋은 자료인지라 향후, 다른 보관용 게시판에 이동 보관하겠습니다. 그리고 이태리는 150cc이상이면 통행금지가 없지요,. 영국은 50cc, 원래 유럽 전체는 한국처럼 무조건 금지가 없답니다. 문제는 이러한 두바퀴 사용불편 원인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 정부의 관련 기관 주장이라는 것인데, 사실은 정부의 무관심과 더 기막힌 것은 잘못된 정책을 위해 통계자료까지 속여 이륜차를 악용(희생양)화 했다는 것이지요. 단결!
한국은 날씨가 추워도 서울과 같은 대도시들은 눈이 거의 오지 않으므로 지금도 옷 잘 입고 잘 타고 다닙니다. 문제는 석유 한방울 나지 않고, 서울 도로율 1%를 확장하는데 70조원이 드는(1997년 기준)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크고 기름 팍팍 먹는 좋은 대형차들이 아니라 자전거와 모터바이크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40년 가까이 버려왔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는 스쿠타가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단결!
우리나라도 변해야 됩니다. 서울.대도시에선 자전거,바이크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사진과 글들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금년 4월부터 체중조절을 위해 출퇴근(왕복 14km)을 자전거로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집에서 사무실까지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있어 큰 불편함은 없지요. 그런데도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에 맞춰 자전거를 끌고 건너는데 우회전 하는 차량들이 그냥 빌어 붙이는 것을 대할때면 - 우리의 교통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나부터 실천한다는 자세로 자전거도, 바이크도, 승용차도 지킬것을 지키고 -- 타인에 대한 배려와 양보를 항상 마음에 새기면서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간혹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규정에 위반된 행위를 할 때도 있지만 - 이제는 그 융통성 마져도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도로에서의 우열순위......... 1)버스,택시,트럭 2) 대형승용,승합차 3)소형,경차 4) 사람,자전거 이륜차...... 제일 우선순위가 되야할 부분이 제일 뒤가 되겠네영;;ㅎㅎㅎ